[기자수첩] IPTV 3사와 CJ ENM, 나무가 아닌 숲을 볼 때다

입력 2021.06.10 06:00

SK브로드밴드와 KT, LG유플러스 등 IPTV 3사와 CJ ENM 간 콘텐츠 사용료 갈등이 악화일로다. 콘텐츠 사용료를 인상하라는 CJ ENM과 인상 비율이 과도하다는 IPTV 3사 간 대립이 지속하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한다. LG유플러스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에서는 CJ ENM 채널 다수가 중단되는 블랙아웃 사태까지 벌어지면서 애먼 시청자만 피해를 겪는다.

IPTV와 OTT 분야는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시장 파이가 큰 대표적인 수혜 분야다. 파이가 커지는 만큼 관련 업체 간 경쟁이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점차 플랫폼과 콘텐츠 분야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사업 교집합이 커가는 IPTV 3사와 CJ ENM 간 갈등은 일정 부분 ‘필연’이었을 수 있다.

그럼에도 아쉬움은 크다. IPTV와 OTT 분야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B2C 산업에 속한다. 시청자 없이 이만큼 시장 파이를 키울 수 없다. 파이를 나누는 수단을 두고 업체 간 갈등이 커가는 상황에서 자칫 사업 목적이 되는 시청자를 잊어버린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블랙아웃과 같은 기업의 소비자 외면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산업 전체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 국내 업체끼리 갈등을 지속하는 사이 글로벌 공룡 기업이 한국 시장을 넘본다. OTT 분야만 하더라도 디즈니플러스(월트디즈니 OTT 플랫폼) 등판이 임박한 상태다. 넷플릭스 사례에서 한 차례 경험했듯 막강한 자본력을 무기로 양질의 콘텐츠를 쏟아낸다면 소비자는 글로벌 OTT로 이동한다. 국내 플랫폼 사업자와 콘텐츠 사업자 모두 녹록지 않은 시장이 조성될 수 있다는 의미다.

지금은 아직 다 크지도 않은 파이를 두고 업체 간 갈등을 키울 때가 아니다. 글로벌 수준으로 산업 경쟁력을 높여 시장 파이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상생을 도모할 때다. 매해 콘텐츠 사용료 산정 기준을 두고 갈등을 지속하는 만큼, 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산정 방식을 논하는 자리를 정기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혜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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