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비 1만원 시대 개막 트리거는 단건 배달

입력 2021.06.10 06:00

배달업체 쿠팡이츠는 배달원이 한 번에 한 집만 배달하는 단건 서비스를 선보이며 시장을 선점했고,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은 최근 배민원(1·one)을 선보이며 견제에 나섰다. 배달 속도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하지만 음식점 업주들은 단건배달 확대로 배달비와 수수료가 늘어나 걱정이 크다. 2만원에 치킨을 팔면 9000원이 배달비와 수수료 명목으로 나간다는 것이다. 업주들 사이에서는 단건 배달 증가가 배달비 1만원 시대 개막의 트리거가 될 수 있다며 볼멘 지적을 한다.

배민 라이더스 / 우아한형제들
배민은 최근 서울 송파구를 시작으로 단건배달 서비스 배민원을 론칭했다. 배민원은 배민과 계약한 전업 라이더, 부업 커넥트가 단 한 건의 주문 상품을 소비자에게 곧바로 배달하는 서비스다. 하나의 상품만 전달하는 만큼 배달 속도도 빠르다.

문제는 음식점 업주가 부담하는 배달비와 수수료다. 배민은 배민원 주문 중개 수수료를 건당 12%(카드수수료 및 결제이용료 별도)에 기본 배달비를 6000원으로 책정했다.

음식점 업주가 배민원을 통해 2만원 치킨을 판다고 가정하면 수수료 2400원(12%), 배달료 6000원, 카드수수료 600원(3%)를 더해 총 9000원의 배달비·수수료가 발생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비싼 음식이면 1만원도 가뿐하게 넘어선다.

쿠팡이츠도 배달비·수수료 문제에서 피해갈 수 없다. 국내 단건배달 선두주자 쿠팡이츠는 배민 보다 더 높은 15% 중개 수수료를 받는다. 기본 배달비는 배민원과 같다. 배달비는 업주와 소비자가 분담하는 형태다. 보통 업주가 3000원 소비자가 2000원을 부담한다.

다만, 열거한 중개 수수료와 기본 배달비는 어디까지나 ‘계약서' 상에 존재하는 숫자다.

배민과 쿠팡이츠는 현재 ‘프로모션’ 명목으로 업주들에게 ‘건당 1000원'의 수수료만 받는다. 기본 배달비도 배민원과 쿠팡이츠 모두 1000원 할인 된 5000원에 운영된다.

배달 플랫폼 업계에서는 프로모션 수수료 1000원이 당분간 유지될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로 단건배달을 먼저 시작한 쿠팡이츠는 단 한번도 건당 1000원이상 수수료를 받은 적이 없다는 설명이다.

배달업계 한 관계자는 "배달업계 경쟁이 치열한 시장 상황 속에서 음식점 업주들의 선택권이 더 강할 수 밖에 없다"며 "배달앱 플랫폼이 어느 날 1000원 이상의 수수료 받겠다고 나서면 업주들 입장에서 언제든 경쟁 플랫폼 옮겨 탈 수 있고, 이는 플랫폼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선뜻 계약서 상 수수료를 제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런 배달업계 시각에도 불구하고 음식점 업주들은 배달비·수수료 인상을 걱정하는 모양새다. 배달 플랫폼들이 언제든 프로모션을 종료하고 계약서 상 수수료를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단건배달 확산이 배달 플랫폼의 영업이익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의 2020년 매출은 1조995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마케팅 경쟁과 고액의 프로모션 비용 지출로 11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적자폭이 69.2% 줄었다지만 2년 연속 적자행진 중이다.

쿠팡이츠 실적은 별도로 공개되지 않았다. 배달업계는 쿠팡과 마찬가지로 계획적인 적자 운영을 해오고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국내 배달업계 1위 배민이 매출 1조를 기록하고도 적자를 기록한 이유는 정액제 광고상품인 ‘울트라콜' 영향이 크다. 업주들은 월8만8000원의 광고비만 내면 배민 플랫폼을 통해 영업을 할 수 있다. 입점 업주들이 큰 돈을 벌어도 배민이 가져가는 돈은 월 8만8000원이다.

우아한형제들은 과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수료 도입에 나선 바 있지만 당시 업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업계 단건배달 정착이 우아한형제들에게는 실적 향상의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배민원 서비스가 확산되면 울트라콜 광고수익에 의존하던 배민은 건당 수수료를 통해 실적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계약서상 수수료 12%가 아닌 1000원만 받아도 매출 증가에 연동해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로 운영할 수 있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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