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뉴딜 사업인데 외산에 유리한 HCI 조건 多
"특정업체에 편중된 규격" VS "필요한 기술"

공공기관은 디지털뉴딜 사업에 발맞춰 비대면 업무 환경 구현에 박차를 가한다. 정부의 클라우드 PC 수주 사업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최근 해당 사업이 외산 업체에 유리하게 돌아간다는 잡음이 나온다. 상당수 기관이 특정 가상화 플랫폼 구조(HCI)를 요구하는 등 편중된 규격을 제시한 탓이다. 토종 업체의 속앓이가 상당하다.

클라우드 이미지 / 픽사베이
클라우드 이미지 / 픽사베이
9일 클라우드 업계 등에 따르면, 2021년 나라장터에 공고된 클라우드 PC 도입 등 공공분야 스마트 업무환경 구축 관련 사업 중 HCI 구조를 요구한 기관이 상당하다. 2021년 상반기 사업 공고를 낸 중소기업유통센터,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한국원자력환경공단, 통계청, 한국투자공사 등은 HCI 구조를 정보제공요청서(RFI)와 제안요청서(RFP) 요구사항에 명시했다.

HCI는 일반적인 레거시 방식(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개별 구성)이 아닌, 가상화 기술을 기반으로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를 소프트웨어로 통합된 단일 시스템(어플라이언스 형태)으로 구성하는 방식이다. HCI VM웨어, 뉴타닉스, 시트릭스 등 외산 기업들이 주도권을 쥔 시장이다.

이로 인해 일부 국내 기업들은 디지털 뉴딜 사업 먹거리를 외국 기업에 빼앗긴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나라장터에 이의를 제기한 국산 SW업체 한 관계자는 "HCI는 현재 외산 제품 중심으로 편중돼 있으며, 90% 이상이 외산
 클라우드PC 업체 등의 하이퍼바이저만 지원한다"며 "특정 외산업체를 겨냥한 요구사항(HCI 구조, 특정 기능 등)을 명기해 정부의 디지털 뉴딜과 국산 SW산업 생태계 활성화를 저해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는 오픈소스 클라우드 플랫폼 중심으로 가도록 권고하는 정부 방침에 역행한다"며 "수정 요청이 받아들여지기도 하지만, 일부 기관은 외산 클라우드PC 업체서만 사용하는 기능의 명칭을 명기하는 등 과거에 나온 제안서를 그대로 차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나라장터에 공개된 내용을 보면, 한국방송통신전파연구원은 특정 외산제품에서만 제공 가능한 기능과 연결서버 내용을 삭제해달라는 업체들의 이의제기 받아들여 RFI 문구를 수정하기도 했다.

클라우드 PC 업체 한 관계자는 "HCI 구조는 상면(랙) 감소, 중앙 유지관리 용이 등의 장점이 있지만 기존 레거시 장비와 타사
 스토리지와의 호환성이 떨어지는 단점도 있다"며 "물론 재량에 따라 HCI를 요구할 수는 있지만, 특정 업체에 한정된 요구사항이라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CI를 요구사항으로 내건 공공기관은 원활한 업무환경 구성을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재공고를 준비 중인 한국원자력환경공단 관계자는 "특정 업체를 겨냥한 조건은 아니었으며, 일부 문구를 수정해 재공고는 할 것이다"며 "다만, HCI는 거스를 수 없는 추세며 업무망 성능을 위해서도 필요한 기술이다"고 말했다.

이어 "수백명의 이용자가 동시 접속했을 때 속도가 느려지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사양이 필요하다"며 "앞으론 클라우드 전환하는 대부분 기관이 HCI 기반으로 들어갈 것이며, 과거 기술을 사용할 수 없으니 필요 규격에 포함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