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개발자 논란] ② ‘비게임’ 사랑이 고용 불안 야기했나

입력 2021.06.10 06:00

넥슨이 개발자 대기발령 논란으로 진통을 겪는 가운데 업계 일각에서는 2019년 매각 시도 실패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매각에 실패 후 비게임 투자에 집중했던 것이 이제서야 문제로 불거졌다는 지적이다. 반면 넥슨은 해외 기업 투자는 게임과 무관하지 않은만큼 이번 고용 불안과 연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무형자산 규모 35.8% 감소, 총 자산 비중 0.7%로 반토막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넥슨코리아의 무형자산 감소 규모가 심상치 않다. 2020년 넥슨코리아의 무형자산 장부가액은 327억원으로 2019년 대비 182억원(35.8%) 감소했다. 총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1.8%에서 0.7%로 절반 이상 줄었다.

무형자산은 게임사의 콘텐츠 수익 기반이 된다. 게임사가 지적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 확보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반면 넥슨은 무형자산 비중이 타사와 비교해 낮은 편이다.

이는 ‘기타 무형자산’ 신규 취득이 줄어든 영향이다. 2020년 넥슨의 기타 무형자산 취득액은 10억원이다. 전년 231억원 대비 무려 95.7% 쪼그라들었다. 기타 무형자산은 무형자산 중 지적재산권, 영업권, 소프트웨어를 제외한 항목을 말한다. 게임 회사의 경우 통상 퍼블리싱 계약에 의해 개발사 등에 지급된 계약금(선급금)을 게임 상용화 전에 기타 무형자산으로 인식한다. 아직 출시되지 않은 ‘비라이브’ 게임에 투입된 자금이 여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넥슨코리아는 다수의 IP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무형자산만으로 개발 투자를 가늠하기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넥슨코리아 측은 "그동안 가장 많은 게임 개발 인력을 보유하며 가장 많은 신작을 개발해왔다"고 말했다.

2019년 기점 프로젝트 대거 종료

기타 무형자산 취득 규모는 2016년 179억원, 2017년 201억원, 2018년 361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IP가 늘면서 무형자산 규모도 급증했다. 넥슨코리아가 다작 기조를 세우며 신규 게임을 대거 출시한 당시 상황이 재무제표에 잘 반영돼 있다.

하지만 2019년부터 상황이 변했다. 2019년 프로젝트가 대거 종료되면서 기타 무형자산 취득액은 2018년 대비 130억원(36%)이 줄어든 231억원을 기록했다. 연구개발비가 2018년 386억원, 2019년 491억원, 지난해 767억원으로 꾸준히 늘었지만 상용화를 기대할 만한 자산화 비중이 2018년 93.5%로 최대치를 기록한 이후 47.1%, 1.3%로 급감했다.

넥슨코리아 측은 "게임 출시 일정에 따라 무형자산에 변동이 생기는 점은 유의할 사안이다"라며 "단순히 게임 개발 투자 규모를 대표하는 성격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규모 게임 프로젝트를 정리하는 대신 대규모 프로젝트 위주로 조직을 재편하면서 선택과 집중 기조를 확대해왔다"며 "이러한 기조가 무형자산 규모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프로젝트 효율화를 통해 실적이 개선되는 효과도 봤다"고 덧붙였다.

김정주 NXC 대표 / NXC
넥슨 매각 무산->프로젝트 대거 구조조정…게임으로 번 돈은 조단위 기업투자

무형자산 감소는 2019년 당시 넥슨 매각 소식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매각 실패 후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뤄졌는데 이번 대기발령팀이 그 중 하나다. 게임 개발자 고용 불안이 업계 전반의 문제로 꼽히지만, 넥슨의 경우 매각 후폭풍과 줄어든 개발비 등의 배경도 고용 불안 논란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문제는 게임에서 벌어들인 돈이 대부분이 기업 투자에 흘러 들어갔다는 점이다. 특히 지난해 기업 투자 규모가 대폭 늘었다. 넥슨코리아는 지난해 자회사 네오플로부터 1조7000억원을 차입해 일본과 해외 엔터테인먼트 기업에 1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투자했다.

지난해 넥슨이 보유한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 금융자산’은 2019년 3547억원에서 지난해 1조5780억원으로 4배 가까이 급증했다. 단기 차익을 누릴 목적이 없이 기업의 주식을 매수한 경우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 금융자산으로 잡는다. 이밖에 종속기업 투자규모는 9407억원에서 1조1200억원으로 19% 늘었다. 1793억원 규모다.

넥슨 측은 대부분 게임 관련회사에 투자했고 투자 수익을 게임 개발에 재투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넥슨코리아 관계자는 "지난해 투자를 늘이면서 이례적으로 게임 개발 투자 규모와 차이를 보였다"면서도 "큰 그림으로 보면 게임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주사인 엔엑스씨는 비게임 분야에 투자를 많이 하지만 넥슨코리아는 게임과 무관한 곳에 투자하지 않는다. 게임 관련 회사에 투자를 하다보니 부업이라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넥슨은 2005년 지주회사 체제로 개편한 이래로, 넥슨 일본법인 산하 넥슨코리아에서 게임 부문을 전담하며 게임산업에 대한 투자는 넥슨에서 진행하고 있다"며 "NXC는 미래 가치와 다음세대를 위해 임팩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아라 기자 arch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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