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을 필두로 빅테크 기업의 개인정보 보호 강화 정책이 거세다. 광고를 수익원으로 하는 애드테크 업계에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스마트폰이나 PC에 남은 인터넷 사용 이력을 이용해 제공하는 ‘맞춤형 광고’ 시장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에도 국내외 애드테크 기업의 성장세는 꾸준히 이어진다. 투자유치를 통해 상장 계획을 밝힌 기업도 있다.

소셜미디어 이미지/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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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애드테크 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상장을 노리거나 유니콘 기업에 도전하는 애드테크 기업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인공지능(AI) 기반 애드테크 버즈빌은 2022년 3분기를 목표로 상장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버즈빌은 리워드 전용 모바일 광고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애드테크 기업이다. 매일 2억개의 사용자 구매 및 행동 패턴 데이터를 처리하고 있다. 버즈빌에 따르면 AI 기반 타겟팅과 리워드 기술로 일반 배너 광고와 비교해 4배이상의 전환율을 제공한다.

2012년 설립된 버즈빌은 국내외 1만3000개이상 업종의 광고주와 국내외 1만4700개 이상의 광고 캠페인을 진행했다. 재집행율은 80%에 달한다.

버즈빌의 2021년 1분기 매출은 지난해 대비 150% 성장한 191억원이다. AI 기반 광고 효율 개선에 따른 대형 커머스 광고 수주와 광고 플랫폼 핀크럭스 인수 등이 매출 증가에 영향을 끼쳤다. 버즈빌은 최근 5년간 연평균 33%의 매출 성장을 달성 중이다.

애드엑스도 기업가치가 1년새 2배 가까이 뛰며 빠르게 성장 중이다. 애드엑스는 2016년 9월 네이버, 삼성전자, 넥슨 등 IT기업 출신이 모여 설립한 애드테크 기업이다.

벤처투자(VC) 업계 등에 따르면 애드엑스는 최근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티에스인베스트먼트 등 벤처캐피탈(VC)로부터 8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2022년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한다.

이미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에 등극한 곳도 있다. 몰로코는 5월 10억달러(1조1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신한 GIB를 비롯한 신규 투자자로부터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유니콘 반열에 올랐다.

몰로코는 구글 안드로이드 팀의 기술 책임자 출신 한국인 개발자 안익진 대표가 2013년 미국 실리콘밸리에 설립한 애드테크 스타트업이다. 몰로코는 지난 4년 연속 전년 대비 평균 180%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2021년 연매출이 4억달러(4400억원)쯤일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 ATT 도입 타격 생각보다 적어

고속성장 중인 애드테크 업계의 고민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 중인 개인정보 강화 움직임이다. 특히 모바일 생태계 강자인 애플이 iOS 14 업데이트와 함께 광고식별자 IDFA를 비활성화한 것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IDFA는 앱 유저의 행동을 분석하기 위해 모바일 기기에 부여하는 고유한 식별 값이다.

지금까지는 IDFA가 활성화돼 사용자가 옵트인과 옵트아웃 방식을 선택하지 않고 개인 데이터를 공유했다. 하지만 이제 앱 오픈 시 데이터 공유 여부를 묻는 옵트인 방식으로 바뀌었다. 사용자가 모든 앱에서 자신의 IDFA를 공유할지 하지 않을지 선택할 수 있다. 앱 사용자가 자신의 정보와 데이터를 서드파티(제3자의 앱)와 공유할지 말지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사용자들이 데이터를 공유하지 않기로 선택한다면, 마케팅을 진행해야 하는 기업과 브랜드 입장에서는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마케팅 전략 변경이 불가피하다.

광고 기여도를 측정하는 기술인 어트리뷰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애드테크 기업 앱스플라이어도 대응에 나섰다. 최근 애플의 앱추적투명성(ATT) 프레임워크 도입에 발맞춰 SK360을 출시했다. SK360은 단시간에 축적한 데이터로 마케팅 캠페인 성과를 최적화할 수 있도록 한 솔루션이다. 예를 들어 SK260 기능 중 하나인 프리딕트SK는 72시간까지의 사용자 참여 초기 신호 파악, 장기적인 캠페인 성과를 예측해 적절한 시점에 마케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앱스플라이어는 애플의 ATT 프레임워크 도입 이후 데이터 분석 보고서를 주기적으로 발표으며 정면돌파 중이다. 앱추적에 동의한 이용자가 예상보다 많다는 결과도 발표했다.

앱스플라이어에 따르면 ATT 프레임워크 도입 2주 후인 5월 9일 기준 앱 추적을 허용한 국내 이용자들이 3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월 8일 기준 신규 이용자 ATT 동의율은 8~12%대로 하락했지만, 활성 유저 동의율은 현상(35~40%)을 유지 중이다.

앱스플라이어 측은 향후 이용자들이 대규모로 iOS 14.5+ 버전으로 업데이트 함에 따라 ATT 동의율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금까지 iOS 버전을 14.5 이상으로 업데이트한 소수 얼리 어답터들이 ‘추적’을 거부하는 경향을 보였다는 분석이다.

맞춤형 광고 중단 역기능 우려도

애플은 계속해서 개인정보 강화 의지를 드러낸다. 최근 세계 개발자 콘퍼런스21(WWDC21)에서 ‘프라이빗 릴레이' 기능을 공개했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같은 사용자 기기에서 웹 서핑을 할때 사용자 IP주소 대신 애플이 만든 임시 주소가 찍히는 기능이다. ATT와 마찬가지로 이용자 검색 데이터 활용을 제한하는 기능이기 때문에 애드테크 업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구글도 애플과 비슷한 행보를 보인다. 향후 2년 안에 사용자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서드 파티 쿠키 지원을 중단하기로 했다. 하지만 구글 역시 페이스북과 쌍벽을 이루는 디지털 마케팅 기업이므로 빠져나갈 구멍은 만들었다. 구글은 프라이버시 샌드박스라는 새로운 기술을 도입한다. 이용자들의 브라우저 탐색 습관을 분석해 비슷한 유형의 사용자 집단을 대상으로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애플과 구글 등 빅테크 기업의 개인정보 정책 강화가 순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비용 부담이 적은 온라인 맞춤형 광고의 효과가 떨어질 경우 스타트업이나 소상공인이 피해를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애플의 개인 정보 보호 강화 조치가 수백만 소상공인에게 타격을 줄 것이다"고 주장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개인정보 보호 조치가 이용자에게 좋지만은 않은 정책이라는 해석도 있다.

최경진 개인정보보호법학회장(가천대 교수)은 "최근 글로벌 기업의 개인정보보호 정책 강화의 경우 플랫폼 업체가 흐르는 정보의 통로를 막아버리는 게이트키퍼 역할을 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앞으로 이용자가 플랫폼에 종속되는 경향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