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킥보드 탑승 시 헬멧 착용은 도로교통법 개정안으로 의무해됐다. 5월 13일 법 시행 후 1달간 계도기간이 있었고, 6월 13일부터 적발 시 2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전동킥보드 이용자는 바뀐 법을 잘 지키고 있을까. IT조선은 14일 서울 도심에서 전동킥보드 탑승자의 헬멧 착용 실태를 직접 확인했는데, 이용자 10명 중 8명은 헬멧을 쓰지 않았다. 여전히 헬멧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분위기였다.

14일 도로교통법 개정안의 전동킥보드 헬멧 의무착용 사항을 지키지 않는 이용자들 / 이민우 기자
14일 도로교통법 개정안의 전동킥보드 헬멧 의무착용 사항을 지키지 않는 이용자들 / 이민우 기자
14일 오후 7시쯤 서울 삼성역 일대를 찾았다. 삼성역 지하철 출구를 나오자마자 근처 횡단보도를 향하는 전동킥보드를 만났다. 이용자는 헬멧을 쓰지 않았고, 좁은 인도를 따라 마주오는 따릉이 탑승자와 걸어다니는 인파 사이로 버젓이 주행했다.

계도기간이 끝난데다 최근 헬멧 의무 착용 이슈도 널리 퍼져 주변 시선을 신경쓸 법했지만 상관없다는 듯 당당했다. 이용자를 관찰한 것이 경찰관이었다면 2만원을 범칙금으로 납부했어야 할텐데도, 단속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해당 이용자는 횡단보도 앞에서 편안하게 핸드폰에 열중하거나 나른한 표정으로 횡단보도 건너편만 응시하는 대범한 모습까지 보였다. 헬멧 없이 전동킥보드에 탑승한 이용자를 발견한 위치는 테헤란로의 삼성역 무역센터 사거리로 강남경찰서가 도보 10분내에 위치해 언제든지 단속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강남경찰서 관계자에게 문의한 결과, 현재 단속은 위치나 시간대를 특정하지 않고 무작위적으로 단속과 적발을 진행중이다. 삼성역 무역센터 등 출퇴근과 전동킥보드 배치가 많은 지역을 특정해 인력을 배치하는 것이 필요해보였다.

서울특별시 지하철 2호선 삼성역 한국종합무역센터 방향 출입구에 어지럽게 주차된 공유 전동킥보드 / 이민우 기자
서울특별시 지하철 2호선 삼성역 한국종합무역센터 방향 출입구에 어지럽게 주차된 공유 전동킥보드 / 이민우 기자
삼성역 지하철 출입구 주변으로 눈을 돌렸다. 어지럽게 주차된 공유 전동킥보드들이 눈에 들어왔다. 덕분에 오늘 하루만해도 많은 이용자들이 헬멧 없이 주행했으리라고 유추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서울 삼성역 부근에서 현재 공식적으로 헬멧을 제공하고 있는 킥보드 브랜드는 1개 뿐이다.

실제로 대범한 전동킥보드 사용자는 앞에서 만난 1명의 이용자만이 아니었다. 삼성역에서 10분정도 대기하는 동안 동일 장소에서 헬멧 없는 전동킥보드 사용자를 8명이나 발견했다. 퇴근 시간대가 겹친 탓인지 발걸음 대신 한시바삐 전동킥보드의 레버를 당기는 직장인 사용자가 많았다.

헬멧을 쓰고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지킨 사용자 2명 중 1명만 자신의 소유 헬멧을 사용하고 있었다. 나머지 1명은 헬멧을 잠금장치 형태로 제공하고 있는 뉴런 모빌리티의 전동킥보드에 탑승한 이용자였다. 개인 헬멧을 소지한채 전동킥보드를 사용한 이용자는 미미한 셈이다.

헬멧 없이 자전거도로와 차도가 아닌 인도에서 주행중인 공유 전동킥보드 이용자들 / 이민우 기자
헬멧 없이 자전거도로와 차도가 아닌 인도에서 주행중인 공유 전동킥보드 이용자들 / 이민우 기자
헬멧을 안쓴 이용자들이 좁은 보도 위에서 전동킥보드에 탑승하면서 인파를 헤치고 주행하는 모습은 꽤 위험해보였다. 전동킥보드의 주행은 자전거도로 이용이 원칙이다. 자전거 도로가 없을 경우 가까운 차도의 최우측으로 붙어 주행해야하지만, 삼성역에서 만난 킥보드는 모두 인도에서 주행하고 있었다.

인도에서 사람이 조금 없다면 과감하게 속도를 내는 전동킥보드 이용자가 대다수였다. 이들 모두 단속과 마주쳤다면 헬멧 의무착용 미이행 범칙금 2만원과 자전거도로·차도 미운행 범칙금 3만원으로 도합 5만원의 범칙금 납부 대상이다.

불과 몇십분이었지만 공유전동킥보드 브랜드의 헬멧 제공이 자리잡지 않은 상황에서, 전동킥보드 헬멧 의무착용이 잘 지켜질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과 걱정이 앞서는 하루였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