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남 화백과 김이경 작가의 ‘싸우는 여자들, 역사가 되다’를 소개합니다.
일제강점기 아래 14명의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삶에 대해 윤 화백이 초상화를 그리고 김이경 작가가 고증을 하여 글로 썼습니다.
윤 화백은 조선시대 초상화에 대해 공부를 하다 보니 수백년 동안 그려진 초상들 중에서 여성 초상화가 거의 없었다는 것을 발견하고 여성 초상화를 그리기 시작합니다.
윤 화백은 일제강점기 시절 여성들 또한 나라가 망할 때 슬퍼하고 분노하며 목숨을 걸고 일제에 대항을 하였으나, 남성 독립운동가처럼 자랑스럽게 기억되기는커녕 기록조차 제대로 남지 않아 기억에서 점차 잊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윤 화백은 김이경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그 여성들의 삶을 활자로 추적해 기록하고 초상화로 반추하는 작업을 시작합니다. 즉, 여성이 인간다운 대접을 받기 어려웠던 시절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을 당당하게 찾으며 일제에 항거했던 여성들의 삶이 초상화와 이야기로 다시 살아나게 됩니다.
이 책은 두 테마로 분류되는데, 첫 테마로 ‘세상에 외치다’에서는 김마리아·강주룡, 정정화·박진홍·박자혜·김옥련·정칠성 7인의 이야기가, 두 번째 테마로 ‘전선에 서다’에서는 남자현·안경신·김알렉산드라·권기옥·김명시·박차정·이화림 7인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1. 대한애국부인회 재판정에서 판사가 김 마리아에게 언제부터 조선의 독립을 생각해왔는지, 어째서 여자가 남자와 함께 운동을 했는지 물어보자, 김 마리아는 "한시도 독립을 생각하지 않은 일이 없다. 세상이란 남녀가 협력해야만 성공하는 것이다."라고 대답하였습니다.
2. 동아일보 오기영 기자는 을밀대 투쟁에서 강주룡의 연설을 듣고 어떤 인생을 살았기에 독립투사가 된 것인지 묻자, 강주룡은 "조선에서 어떻게 하면 투사가 안 되고 살 수 있습니까? 친일 부호라면 몰라도 우리 같은 노동자는 싸우기 싫어도 싸워야 하는 게 현실이지요. 따지고 보면 기자 선생도 지금 붓으로 싸우고 있는 거 아닙니까?"라고 되물었습니다.
3. 조선에서 구한 독립자금을 갖고 압록강을 건넜던 정정화는 《회고록》에서 "얻고 싶었던 것을 얻었고 가고 싶었던 곳을 찾아가는 지금, 나는 그토록 갈망했던, 제 한 몸을 불살랐으나 결국 얻지도 못하고 찾지 못한 채 중원에 묻힌 수 많은 영혼을 생각해야 한다. 그들을 대신해 조국에 가서 보고해야만 한다. 싸웠노라고, 조국을 위해 싸웠노라고."라는 글을 남겼습니다.
4. 일제 치하 제주도에서 해녀들이 수탈을 당하던 시절, 김옥련은 해녀들의 투쟁에 참여했다. 김옥련은 "해녀로서 독립을 바라며 일제와 싸운 것은 똑같은데 왜 거기에 차등을 두나? 속상한 마음이 들 때면 바다로 가. 파도를 보면서 강관순 선생님이 지은 해녀의 노래를 함께 부르면 시름이 잊히는 것 같아."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5. 조선 최고의 기생에서 사회운동가가 되었던 정칠성. 그녀는 《삼천리》라는 잡지에 〈여류문장가의 심경 타진〉이라는 제목으로 "내가 오늘날까지 걸어온 길이란 오로지 조선 여성을 위해서이지만 글로써 발표한 것이나 말로써 부르짖은 것이나 모두 조선의 여성에게 각성하라는, 현실을 잘 파악하는 여성이 되라는 것 뿐이었지요. 다시 말하면 가장 현실을 잘 알고 현실을 똑바로 보는 사람이 되라는 것 뿐이었지요."라고 하였습니다.
6. 남자현은 임종 전 아들에게 "내 가진 돈은 모두 249원 80전이다. 그중 200전은 조선이 독립하는 날 축하금으로 바치거라. 만일 네 생전에 독립을 보지 못하면 자손에게 똑같이 유언하여 독립 축하금으로 바치도록 하라.", "사람이 죽고 사는 것은 먹는 데 있는 것이 아니고 정신에 있다. 독립은 정신으로 이루어지느니라."라고 유언하였습니다.
7. 안경신은 임신한 몸으로 평남도청 경찰부 폭파 사건에서 일제를 향하여 폭탄을 던졌던 여성입니다. 대한애국부인회에서 활동했던 최매지는 "안경신같이 시종일관 무력적 투쟁에 앞장서서 강렬한 폭음과 함께 살고 죽겠다는 야멸찬 친구는 처음 보았다. 너무 강폭한 투쟁으로 오히려 해를 입는다면 항일투쟁에 가담, 활동하지 아니함만 못한게 아니냐고 물으면 그녀는 잔잔한 미소만 띠고 긍정하지 않았다."라고 하였습니다.
8. 강물이 검은 용 같다고 하여 중국인들이 흑룡강이라 부르는 아무르강에서 총살을 당하여 생을 마감했던 김 알렉산드라. 러시아 우랄지역의 조선인 노동자 김시약은 김 알렉산드라를 러시아어, 조선어, 중국어에 능통한 통역관으로서 정중하게 노동자들을 대했고 사업주 앞에서 그들의 권익을 옹호했기에 러시아인, 조선인, 중국인 노동자들은 그를 사랑하고 신뢰하였다고 회고하였습니다.
9. 최초의 여성 비행사라는 타이틀을 가진 권기옥. 그러나 권기옥은 ‘최초’라거나 ‘여성비행사’라는 이름을 얻기 위해서가 비행기를 조종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잡지 《여원》 인터뷰에서 권기옥은 "어린 마음이었지만 항일투쟁에는 무조건이었습니다. 감옥이 아니라 죽음도 두렵지 않았지요. 나이가 어리고 여자라는게 참으로 원통했습니다. 그때 하늘을 날며 왜놈들을 쉽게 쳐부술 수 있는 비행사가 되려고 마음을 다졌지요."라고 답했습니다.
10. 춘실, 동해, 화림 세 이름으로 살았던 이화림은 조선의용대에서 활동하다가 중국에서 의학을 공부하던 여성입니다. 그녀는 "끝까지 혁명의 길을 걷겠다고 결정한 이상 작은 가정에 연연할 수는 없었다. 비록 희생이 뒤따랐지만 당연히 해야 될 일이었다. 평양을 떠나고 어머니를 떠나면서 나는 이미 희생을 치렀다. 나는 이미 이 길에 올랐고, 후퇴할 이유도 없으며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회고록을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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