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구 소버린월렛네트워크 대표 인터뷰

"국제기구나 다른 국가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독립국(마이크로네이션, micronation)을 중심으로 소버린월렛이 만든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플랫폼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미국과 중국이 각각 디지털 달러와 디지털 위안으로 화폐주권을 휘어 잡으려는 가운데 그들과 경쟁할 무기를 소버린월렛이 제공하는 셈이죠."

16일 소버린월렛 사무실에서 만난 윤석구 대표는 자체 CBDC 플랫폼을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소버린월렛은 싱가포르 기반 블록체인 기업이다. 업계 최초로 신원인증 기술 기반의 ‘메타무이 블록체인’을 개발했다.

현재 소버린월렛은 쌓아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마이크로네이션과 개발도상국 등에 CBDC 플랫폼 제공을 논의하고 있다. 개발 여력이 없더라도 이 플랫폼으로 국가가 CBDC를 손쉽게 발행하고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 윤 대표 설명이다.

윤석구 소버린월렛네트워크 대표 / IT조선
윤석구 소버린월렛네트워크 대표 / IT조선
블록체인 트릴레마 잡아 CBDC 공략

윤석구 대표는 세계 각국에서 개발에 한창인 기존 CBDC가 블록체인 철학과는 위배된다는 점을 짚었다. 사실상 중앙화된 화폐와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중앙화된 기존 금융과 탈중앙화를 지향하는 블록체인 사상은 공존하기 어렵다"며 "블록체인은 기존 금융 시스템을 혁명하기에는 너무나 다른 기술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CBDC를 개발 중인 국가들이 보안성(privacy)·아이덴티티(Identity)·프로그래밍 가능성(programmability) 등의 트릴레마(3가지 옵션 중 각각 받아들이기 어렵거나 불리한, 어려운 선택을 의미)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윤 대표는 "중앙화 시스템은 한 번 오류가 생기면 전체 시스템이 마비되기 때문에 보안 위험에 늘 노출된다"며 "그렇다고 기존 블록체인 기술 기반으로 화폐를 프로그래밍해 버리면 향후 자칫 개인정보를 침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블록체인 기술로는 CBDC 개발이 어렵다는 것이다.

윤 대표는 "트릴레마를 어떻게 조화하느냐가 관건이다"라며 "소버린월렛이 CBDC와 탈중앙화된 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알고리즘의 블록체인을 개발한 이유다"라고 말했다.

윤 대표는 메타무이 블록체인이 트릴레마를 모두 해결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존 블록체인에 자기주권신원(SSID) 기술을 적용했다"며 "개인이 정보를 관리하고 증명만 제 3자가 해주는 식이기 때문에 보안성과 아이덴티티 등을 한 번에 해결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요 고객은 마이크로네이션

소버린월렛의 CBDC 플랫폼 주요 고객은 영국 연방국가(영국 본국과 대영제국 식민지에서 독립한 국가들로 구성된 자유로운 연방체)다. 윤 대표는 "언어와 문화가 표준화된 마이크로네이션을 공략하려고 한다"며 "플랫폼을 활용하는 마이크로네이션과 개도국이 많아질수록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이 우리 플랫폼을 활용하고자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국가 단위의 협력 사례도 이미 만들었다. 소버린월렛은 최근 우즈베키스탄과 CBDC 도입 파트너십을 맺었다. 윤 대표는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직속 기관인 DEIC와 CBDC 관련 협약을 맺고 현재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라며 "메타무이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CBDC뿐 아니라 디지털 증권거래소를 구현할 예정이다"라고 했다.

윤 대표는 특히 "메타무이만이 가지고 있는 다중원장(Multi Ledger) 기술로 각국 CBDC간 국제송금 및 환전 거래 등이 가능해질 예정이다"라며 "은행과 스위프트망(SWIFT)을 거치며 수수료가 증가하는 기존 송금 방식과 달리 플랫폼에 접속하면 마치 비트코인을 한 번의 클릭으로 송금하는 식으로 국제 송금이 가능해질 전망이다"라고 설명했다.

윤석구 대표는 올해 하반기 안으로 CBDC 플랫폼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을 밝혔다. 그는 "마이크로네이션을 상대로 올해 말까지 CBDC 플랫폼을 구축해 제공하겠다"며 "마이크로네이션과 개도국 등이 CBDC를 발행하는 동시 경제 부양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효율적인 화폐 시스템을 제안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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