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전문지 ‘월간커피’ 최신호를 읽다가 커피음료점이 지난 1년 동안 많이 늘어났다는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다. ‘월간커피’는 국세청의 100대 생활 업종 월별 통계를 바탕으로 2021년 2월 말 전국‘커피음료점’의 등록업체의 수가 전년 동월 대비 15.5% 증가하였다고 보도하였다. 2020년 2월 말 현재 전국에 등록된 업체 수가 6만 2,933개였는데 2021년 2월 말에는 7만 2,686개로 약 1만 개 가량 증가하였다는 것이다. 작년 1년 동안 가장 많이 증가한 업종은 예상대로 통신판매업으로 나타났다. 통신판매업은 전년 동월 대비 34.8% 증가하여 총 9만 7,243개라고 한다.
통신판매업의 급증은 코로나 방역 지침과 ‘사회적 거리 두기’ 등의 영향으로 이코머스 업체와 TV 홈쇼핑, 각종 인터넷 쇼핑몰 매출이 급증하였고 일반 음식점과 카페까지 배달 전문 서비스 업체를 통한 배달 판매를 하고 있어 전혀 놀랍지 않다. 그런데 작년 1년 동안 매장 내 취식이 금지된 경우도 있고 매장 내에 이용 가능한 최대 인원이 제한되기도 하였으며 지금도 영업시간이 제한되고 있는데, 커피음료점 등록업체 숫자가 늘어났다는 것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지방의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밤잠을 설쳐가며 장사했던 조카가 있었다. 작년 고속도로 휴게소 영업이 너무 힘들어 폐업을 하고 작년 5월 지방의 공연장이 있는 건물 1층에 커피숍을 다시 오픈했다가 몇 달 만에 문을 닫았다고 한다. 공연이 이루어지지 않는 어려운 코로나 때에 왜 공연장에 커피숍을 할 생각을 했냐고 물으니, 서울의 프랜차이즈 업체가 개설한지 1개월도 안된 매장을 인수하는 거라 최신 설비와 인테리어가 갖추어져 있었고, 당시에는 확진자 수가 적절히 통제되고 있어서 코로나 사태가 곧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 오산이었다.
몇 달 전 연예인과 매니저의 일상을 관찰하는 TV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한 매니저가 자신의 일을 그만두고 고향에 내려가 대학교 인근에 커피점을 열었는데 코로나 사태로 인해 하루에 커피 한 잔도 팔지 못한 적이 많았다면서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보기도 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커피음료점 사업자등록수가 늘었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커피점 창업은 다른 업종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기술 습득 기간이 짧아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소규모로 창업하여 직원 고용을 줄이고 스스로 근무하면서 운영할 수도 있어 은퇴하신 분들이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이유로 코로나 시대에도 커피음료점 숫자가 많이 늘어난 것으로 짐작된다.
정말 최근 몇 달 사이에 주변에 새로운 카페가 많이 생겨난 것을 느낀다. 자주 산책하는 거리에 새로 생긴 커피숍도 많았지만 이미 있던 커피숍을 다른 이름으로 새 단장한 곳도 많았다. 자연스레 새로 창업한 커피숍의 인테리어, 커피맛, 사용하는 장비, 주변 환경 등을 살펴보게 되었다.
어느 날, 커피강사들 모임에서 한 교사가 커피 전공 학생들에게 "커피점에 가면 무엇을 가장 먼저 보는지"를 물어보았다고 한다. 놀랍게도 많은 학생들이 인테리어나 편안한 매장 분위기나 커피맛을 살피는 것이 아니라 어떤 커피머신을 사용하는지를 가장 먼저 본다고 답했단다. 커피를 전공하는 학생들은 커피머신을 커피전문점의 전문성을 판단하는 척도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새로 창업한 커피전문점 대다수가 고가의 커피머신을 사용하고 있었다. 1500만원 이상의 고가 커피머신을 사용하고 있었다. 학생들의 답변을 고려해 보면, 고객의 관심에 맞게 장비를 마련한 듯하다. 최근 창업용 장비판매업체들은 고가의 커피머신을 리스로 제공한다고 한다. 그래서 고가의 장비를 창업카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고가의 커피장비로 전문성을 나타내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커피머신마다 기능이 다르고 추출 능력이 달라 자신의 커피 콘셉트에 적합한지를 살폈는지가 궁금하다. 고가의 커피머신만 있다고 하여 커피맛을 잘 구현해 낼 것이라고 여기는 것은 오산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학생들은 인테리어와 전체 분위기를 본다고 한다. 사진을 찍어 SNS에 올려 다녀간 흔적을 남긴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새로이 창업한 카페는 인테리어와 분위기에 신경을 많이 들이는 듯하다. 대부분이 특색 있는 공간과 소품들로 볼거리를 보여주고 있고 다양한 이벤트로 즐길 거리를 마련해 주고 있었다. 또, 산책로를 따라 야외 테라스를 설치하거나 접이식 창을 설치하여 실내에 앉아 있어도 야외 느낌이 들도록 꾸미고 있었다. 10평도 안되는 작은 규모의 카페도 있었지만, 넓은 공간을 쪼개어 서로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여 사진 찍고 싶은 맘을 갖게끔 한곳도 있었다. 커다란 샹들리에를 높이 달아 멀리서도 보이며 찾아가 보고 싶게끔 한곳도 있었다.
또 전체 건물을 사용한다면, 각 층의 콘셉트를 구분하여 다른 분위기와 메뉴를 담아 고객의 활용도를 분리시켜 이용하도록 제안한 곳도 있었다. 즉, 3층 건물에서 1층은 베이커리와 커피, 2층은 재즈 공연을 보면서 식사와 커피, 3층은 자유롭게 커피를 마시게 하는 곳이 있었다.
산책로를 따라 몇 군데를 방문하여 보니, 커피가격의 차별화로 전문성을 나타내고 있었다. 대체적으로 가격이 비싼 편이다.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에 9,000원 하는 곳도 있고 할인하여 5,000원에 파는 집도 있었다. 3,500원-4,500원의 통상적인 가격으로 파는 곳은 없었다. 대부분 고급 원두를 사용하는 것으로 표시되어 있어 비싼 가격을 받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고가의 커피머신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곳이 여럿 있었다.
에스프레소는 커피머신을 이용하여 뜨거운 물을 8∼10 bar의 압력으로 커피층을 통과시켜 추출하므로 커피머신을 잘 다루지 못하면 과다추출되거나 과소추출되어 커피맛을 버린다. 쓴맛이 강하거나 날카로운 신맛이 나는 경우 과다 추출된 것이고 맹한 물 같은 커피는 과소추출된 것이다. 적정 추출이 되기 위해서는 사용하는 커피양, 커피바스켓에 담는 커피 패킹 상태, 물온도, 추출시간, 추출양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커피머신의 보일러 압력, 물유량 상태도 적절한지를 살펴야 한다.
초고가의 커피머신을 사용하는 집에서 좋은 원두의 밝은 신맛을 살리지 못하고 과다추출로 인한 날카로운 신맛이 도드라지는 커피를 만들고 있었다. 고가의 커피머신에 좋은 콩을 사용하면서도 그런 커피맛을 내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다. 고가의 커피머신을 사용하면 ‘전문성’을 갖추고 있을 것이라는 학생들의 기대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
좋은 입지에 훌륭한 인테리어, 고가의 장비, 친절한 직원 등 카페로서 최상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데 정작 커피 맛이 없었다. 보통 음식점에서는 기대했던 음식 맛에 이르지 못할 때에는 항의하기도 한다. 그러나 신맛이 도드라지거나 쓰다는 등 커피 맛의 이유로 항의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단지 다시 찾지 않을 뿐이다. 아무리 인테리어가 좋고 훌륭한 장비를 갖추고 좋은 원두를 사용한다고 해도 맛이 떨어지면 다시 찾아가고 싶은 카페 리스트에서 제외될 것이다.
코로나 시대에도 커피음료점이 증가하였다고 하여 한편 걱정스럽기도 하지만 아무리 어려운 시기라도 자신만의 고유한 콘셉트를 가지고 가게를 운영한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치열한 시장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커피전문점은 인테리어 등에서 차별화를 꾀하고 고객의 취향에 맞춰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는 등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피전문점의 핵심 경쟁력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커피 맛이다. 커피 맛이 없는 카페는 생존하기 힘들 것이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신혜경 칼럼니스트는 이화여대에서 교육공학을 전공하고,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커피산업전공으로 보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원과학기술대학교 커피바리스타제과과와 전주기전대학교 호텔소믈리에바리스타과 조교수로 재직하였고, 한림성심대학 바리스타음료전공 겸임교수로 재직중이다. 바리스타 1급 실기평가위원, 한국커피협회 학술위원회 편집위원장, 한국커피협회 이사를 맡고있다. 서초동 ‘젬인브라운’이라는 까페를 운영하며, 저서로 <그린커피>, <커피매니아 되기(1)>, <커피매니아 되기(2)>가 있다. cooykiwi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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