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갑질 방지법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하면서 법안 통과의 9부 능선을 넘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강한 법안 통과 의지를 내비친 터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이로써 국내에서 자체 결제망 사용을 의무화해 15~30%의 인앱결제 수수료를 부과하려던 구글의 계획이 무산될 전망이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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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구글 인앱결제 강제를 막는 ‘구글 갑질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참석하지 않았다. 여당 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했다. 이날 오전 과방위 안건조정위원회에서도 여당 단독으로 해당 법을 통과시켜 전체회의에 회부했다.

개정안은 구글플레이와 애플스토어 등 앱마켓 사업자들이 앱 개발사에게 인앱결제와 같은 특정 결제방식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했다. 부당하게 앱 심사를 지연하거나 콘텐츠를 부당하게 삭제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조항도 신설했다. 이외에 다른 앱마켓에 앱을 등록하지 못하도록 방해 또는 유도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도 넣었다. 조사와 시정 권한은 방송통신위원회가 갖는다. 여당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이달 안에 구글 갑질방지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할 계획이다.

당초 쟁점으로 꼽혔던 ‘콘텐츠 동등접근권'은 제외됐다. 한준호 의원이 제안한 콘텐츠 동등접근권은 앱 개발사가 구글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뿐 아니라 국내 모든 앱 마켓에 동등하게 앱을 유통해야 한다는 규정이다. 이 규정을 두고 소규모 앱 개발사의 부담을 증가시키고, 토종 앱 마켓인 원스토어에게 특혜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준호 의원은 안건조정위에서 "콘텐츠 동등접근권은 기업이 아니라 이용자들의 편익을 증진시키기 위해서 발의한 법이지만, 논의를 더 해야 한다는 입장을 우선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인앱결제 정책을 의무화하려던 구글 계획은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구글은 국내외 반발을 막기 위해서 적용 시점을 연기하고, 대상 기업을 축소하는 등 지속 회유책을 제시해왔다. 인앱 결제를 의무화 정책을 유지하는 대신 기존에 30% 수수료 부과하려던 입장을 바꿔 15%로 낮추는 방안도 내놨다. 최근에는 앱 개발사들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어려움을 소명할 경우 새 방침 적용 시점을 내년 3월 31로 연기한다는 방침도 내놓기도 했다. 그럼에도 구글이 예정대로 인앱결제 정책을 의무화하면 정부의 시정명령을 받게 된다.

숙원 법안이 통과되자 업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네이버, 카카오를 주요 회원사로 둔 인터넷기업협회는 1년쯤 전부터 지속적으로 구글 갑질 방지법 통과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은 "인앱결제 강제와 관련하여 미국, EU 등 세계 각국에서 인앱결제의 부당성에 대한 지적이 있었고, 이러한 글로벌 기준의 상식이 드디어 국회에서 통한 것 같다"라며 "남은 입법 과정도 차질 없이 조속히 진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해당 입법 관련하여 콘텐츠 생태계, 그 안에 있는 젊은 창작자들이 고통받지 않도록 업계 차원에서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