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n번방 방지법, 사전검열보단 사후 강력제재가 바람직

입력 2021.07.21 06:00

선한 의도가 늘 좋은 결과를 담보하진 않는다. n번방 방지법이 그렇다. n번방 방지법은 반인륜적 범죄를 막자는 선한 의도에서 추진됐다. 그러나 이는 플랫폼에 지나친 ‘사전 검열 권력'을 쥐어주는 행위다. 궁극적으로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시킬 수 있어 우려된다.

20대 국회는 2020년 ‘n번방 방지법’이란 이름으로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했다. 개정안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부가통신사업자들에게 불법 촬영물 유통 방지를 위해 ‘대통령으로 정하는 기술적, 관리적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또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에서는 ‘웹하드 사업자와 연매출 10억원 이상 또는 하루 평균 이용자수 10만명 이상의 에스엔에스, 커뮤니티, 대화방, 인터넷 개인방송, 검색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부가통신사업자’를 사전 조치 의무 사업자로 지정했다. 이들이 검색 제한, 필터링과 경고 등 기술적 관리적 조치를 해야 한다고 의무화했다. 해당 시행령은 오는 12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쉽게 말해 ‘불법촬영물'이 사이트에 게시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플랫폼은 정부가 제공한 일종의 ‘불법촬영영상 정보 리스트’를 보유하고서, 이용자가 영상을 전송하려고 할 때마다 리스트와 대조해 영상의 불법성을 감별해야 한다. 불법촬영물로 확인되면 이용자가 영상을 재생할 수 없도록 즉시 차단해야 한다. 영상 콘텐츠가 게시될 기회를 플랫폼이 결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는 일종의 ‘사적 검열'로 봐야 한다. 네이버, 카카오, 페이스북 등 플랫폼을 이용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다양한 영상을 전송하고 공유한다. 시행령이 실시되면 앞으로 이용자들은 영상을 보낼 때마다 전송의 ‘적합성'을 끊임없이 판단받아야 한다. 누군가 내가 전송하려는 영상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과감하고 자유로운 표현을 저어할 수밖에 없다. 이용자들이 올린 영상에는 단순 유머 영상도 있겠지만 때로는 야하거나, 폭력적인 건전치 않은 영상도 있을 수 있다. 오픈넷 등 정보인권 보호 활동을 벌이는 시민단체들이 해당 내용을 ‘인터넷검열감시법'으로 부르는 까닭이다.

플랫폼 입장에서도 달갑지 않다. 오히려 우려가 깊다. 무엇보다 해당 기술을 장착하게 되면 속도 저하가 필연적이라고 본다. 정부가 제공하는 불법 영상 정보 리스트의 데이터량은 굉장히 많을 것이다. 매순간 데이터는 끊임없이 업데이트될 것이기 때문이다. 불법촬영이 근절되지 않는 한 말이다. 막대한 양의 데이터에 기반해, 실시간으로 전송되는 수많은 영상들을 빠르게 ‘차단'시키기도 어렵다. 업계에선 5초까지 걸릴 있다고 우려한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이를 부인하지 않는다. 자연히 사업 경쟁력이 떨어진다. 플랫폼이 가장 우려하는 이용자 이탈도 벌어질 수 있다.

n번방 시행령의 의도는 선하며, 정당하다. 불법촬영물로 인한 피해는 더이상 방치해선 안된다. 그러나 그 선한 목적을 달성하기에 해당 시행령은 적합하지 않다. 플랫폼의 사적 감시와 검열 권한을 강제하는 것으로 선한 의도를 달성하려 해선 안된다. 민주사회의 기본 원칙인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 침해가 너무나도 크기 때문이다. 영상 공유 또한 개인의 감정과 의견을 공유하는 표현의 수단임을 잊어선 안된다. 한국보다 아동 성착취물 범죄를 강력하게 처벌하는 미국도 감시가 답이 될 순 없다고 본다. 답답하더라도 사전규제보다는 사후제재를 강력하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불법촬영물이 공유됐을 때 이를 최대한 빠르고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인프라를 촘촘이 만드는 것만이 답이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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