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 B마트로 촉발된 퀵커머스 경쟁에 국내 대부분의 유통업체가 달려들었다. 1시간내 배송이라는 서비스 골자는 같지만, 물류를 처리하는 풀필먼트센터 전략에서는 전통유통 업체와 신진 e커머스 세력간 전략이 상반된다.

배달업계는 마이크로풀필먼트센터(MFC)를 주축으로 한 e커머스 세력이 빠른 배송에 더 적합하다는 평가를 내린다. 반면, 오프라인 기반 유통업체들은 슈퍼마켓·마트 기반 퀵커머스만 있어도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메쉬코리아는 자체 퀵커머스 플랫폼 구축을 위해 오아시스와 합작법인을 출범시켰다. / 메쉬코리아
메쉬코리아는 자체 퀵커머스 플랫폼 구축을 위해 오아시스와 합작법인을 출범시켰다. / 메쉬코리아
최근 이마트는 자회사 이마트에브리데이를 통해 퀵커머스 시장 진출을 알렸다. 전국 240여개 점포를 배송거점으로 삼아 신선식품을 빠르게 배송하는 것으로, 앞서 퀵커머스 시장 선점에 나선 배민과 쿠팡에 맞선다는 구상이다. 배송은 배달대행 업체 바로고가 담당한다. 이마트에브리데이는 바로고 외 다른 배달업체와도 협업을 추진 중이다.

롯데쇼핑도 신세계 이마트와 마찬가지로 마트와 슈퍼마켓 기반으로 퀵커머스에 나섰다. 롯데마트 2시간 바로배송 가능 매장은 현재 12개에서 연내 30여개로 늘어날 계획이다. 롯데슈퍼 1시간 배송도 최근 서울에 이어 인천·경기권으로 확대됐다.

홈플러스도 자사 슈퍼마켓 익스프레스를 통해 1시간내 배송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현재 전국 250개 매장을 거점으로 이용할 수 있다. GS리테일의 슈퍼마켓 GS더프레시도 2020년 12월부터 서울을 중심으로 1시간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마트와 슈퍼마켓을 거점으로 활용하는 전통유통업체와 달리, e커머스 업체와 배달 플랫폼은 초소형 물류센터로 불리는 MFC를 적극 활용하는 모양새다.

쿠팡은 최근 본사 건물이 위치한 서울 송파구 MFC를 통해 ‘쿠팡이츠마트' 서비스를 시작했다. 과일·채소·정육 등 신선식품과 생수·화장지 등 생필품 등을 1시간 이내에 배달한다. B마트를 앞세운 배민도 서울·수도권 내 32곳의 MFC를 운영 중이다.

배달업계 관계자들은 MFC가 퀵커머스에 적합하다고 평가한다. 소비자 가까이 물류센터를 둔 만큼 빠르면 30분, 늦어도 1시간 이내에 배송이 가능하다. 최근 서비스를 시작한 쿠팡이츠마트의 경우 15분 배달도 가능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반면, 전통유통업체들이 진행하는 마트와 슈퍼마켓을 퀵커머스 거점으로 두는 방법은 상품 픽업과 배차·배송에서 배달업계 MFC 방식 대비 시간이 더 걸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배달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e커머스와 배달플랫폼의 경우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수요를 예측하고 라이더를 자동 배정하기 때문에 속도면에서는 유리할 수 밖에 없고, 국내 일부 MFC의 경우 로봇이 투입되기 때문에 상품 분류속도에서도 뒤쳐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통업계는 이미 물류망이 짜여진 오프라인 기반 유통업체의 경우 규모면에서 배달업계 MFC를 압도한다는 평가다. 이미 투자가 이루어진 만큼 전국구 확대에 있어 새로 투자해야 하는 배달업계 대비 유리하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마트와 슈퍼마켓에 상품 자동분류 솔루션이 적용돼 있고, 여기에 자체배송 외 배달대행 협업을 더할 경우 퀵커머스 시장에서 전통유통업체들 경쟁력은 충분하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GS리테일의 경우 물류기업 메쉬코리아 지분 19.53%를 확보하고, 국내 배달앱 2위 요기요 인수 협상에 나서는 등 퀵커머스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GS리테일이 요기요를 손에 넣을 경우 전국 1만5000개에 달하는 편의점과 슈퍼마켓 등 오프라인 물류거점과 메쉬코리아의 전국 450개 물류 인프라와 서울 강남과 송파에 자리잡은 MFC를 적극 활용해 대형 퀵커머스 플랫폼을 구축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퀵커머스 시장은 최근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이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B마트 매출이 포함된 배민의 2020년 상품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328% 급증한 2187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이 전년 대비 94% 증가한 것과 비교된다.

퀵커머스 시장 성장에 그간 배달대행에 머물렀던 메쉬코리아도 새벽배송 전문기업 오아시스와 합작법인 ‘브이'를 출범시키는 등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브이 법인을 통해 B2C 퀵커머스 플랫폼을 구축하고, MFC를 통해 빠르게 신선식품을 배송한다는 계획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전체 유통시장에서 e커머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다수의 유통업체들이 네이버와 신세계·이베이, 쿠팡 등 국내 e커머스 3강과의 무한경쟁에서 살아남는 방법으로 ‘퀵커머스'를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퀵커머스 수요와 성장세는 배달 플랫폼을 통해 이미 입증된 바 있어 경쟁력 확보와 시장 선점을 위해 앞다퉈 투자·진출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