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라디오 20개 사업자, 풀뿌리 민주주의 키운다

입력 2021.07.21 14:32 | 수정 2021.07.21 14:40

문재인 정부가 2017년 국정 과제로 내세웠던 지역 기반의 소규모 라디오 사업을 올해 본격화한다. 서울과 인천, 대구, 부산 등 전국 곳곳에 기반한 20개 사업자가 정부 허가로 공동체라디오방송을 시작한다. 정부는 이같은 지역별 라디오 매체를 육성해 풀뿌리 민주주의 강화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신규 허가를 받은 전국 공동체라디오 법인 20곳 목록 이미지 / 방통위
방통위, 지역 라디오방송 사업자 20곳 신규 선정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21일 오전 제30차 방통위 전체회의를 열고 ‘2021년 공동체라디오방송 허가 대상 사업자 선정에 관한 건'을 심의한 후 20개 사업자를 선정했다.

공동체라디오는 시, 군, 구 단위의 소규모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10와트(W) 이하 소출력 라디오 방송이다. 88M~108메가헤르츠(㎒) 주파수 대역을 이룬다. 시민의 방송 접근권을 보장하면서 참여와 소통의 미디어 문화를 확대하는 데 목적을 둔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국정 과제로 선정됐다.

방통위는 이번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기술심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과기정통부는 국립전파연구원, 중앙전파관리안전소 등 20여명으로 구성된 기술심사반과 자문반을 운영해 이번 신청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가용 주파수 발굴, 안테나 설치 위치 선정 등의 기술 지원을 수행했다.

방통위는 공정하고 엄격한 심사를 위해 청취자 의견 청취와 현장 실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각계 전문가 8일으로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7월 심사를 진행하고, 심사 기간 중 전체 신청법인의 대표자와 편성 책임자의 의견 청취를 실시했다.

심사 결과 22개 신청인 중 21개 신청인이 허가 기준 점수인 650점 이상을 획득했다. 그중 세종시 지역에서 두 개 신청인이 경합을 벌인 까닭에 상위 득점자가 선정돼 최종적으로는 20개 신청인이 신규 허가 대상 사업자로 최종 선정됐다. 사업자가 선정된 지역은 서울 서대문구와 인천 연수구, 서구, 대전시 서구, 세종시 일부, 대구시 동구, 부산시 연제구, 광주시 광산구, 수원시 팔달구 등이다.

앞서 방통위는 2004년 공동체라디오방송 사업을 처음 시작해 2009년 전국에 7개 공동체라디오방송국을 정식 허가한 바 있다. 2017년 공동체라디오방송 사업이 정부 국정과제로 선정된 이후에는 전파법 시행령 개정 등으로 제도 개선 작업을 진행했다. 공동체라디오 허가 기간과 사업자별 주파수 출력 기준을 확대하는 식이다. 2020년 8월에는 예비 수요조사를 실시해 올해 사업 기초를 닦았다.

방통위 현판 / IT조선 DB
방통위 "공동체라디오, 미디어 문화의 새로운 축 될 것"

방통위는 2004년 이후 17년 만에 2차로 공동체라디오방송 신규 사업자를 허가하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심사에서 공동체라디오방송 사업을 진행하는 사업자 별로 출력폭을 10W까지 확대해 진행할 수 있다는 기술평가를 전했다. 출력폭이 확대된 만큼 지역별 공동체라디오 방송의 사업폭도 넓어질 수 있다. 최근 떠오르는 1인 미디어처럼 라디오 특성상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점도 향후 사업 기대감을 높인다.

김우석 방통위 지상파방송정책과장은 "지금보다 공동체라디오방송 사업자가 많아져서 모든 지역에 존재하는 매체로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며 "매체 수 증가로 매체 파워가 생기면 또 다른 미디어 문화가 형성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지역 단위 매체가 많아질수록 풀뿌리 민주주의 강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더했다. 풀뿌리 민주주의는 시민 참여와 주도를 기반으로 하는 민주주의 체제를 의미한다. 지방자치제도 역시 풀뿌리 민주주의 일환이다.

일례로 대구 달서구에서 공동체라디오방송을 진행하는 성서공동체는 2020년 코로나19 확산으로 마스크 대란이 일어나던 때 동네별 약국의 마스크 보유 상황을 라디오로 알리며 주민 편의를 지원했다. 해당 사례가 행정안전부에도 전달돼 표창을 받기도 했다.

다만 지역 매체 별로 라디오 콘텐츠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편성 기준을 세분화하는 과제가 생긴 상황이다. 현행 방송법 시행령에선 공동체라디오방송 사업자의 보도 프로그램 편성을 금지한다. 방통위는 지역 소식을 전하는 과정에서 정책 내용이 포함될 수 있는 만큼 향후 사례를 쌓아 정책 판단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김 과장은 "지역구 의원이 프로그램 참여해 시민과 질의응답 한 것을 두고 보도냐 아니냐 논란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며 "어느 정도 선을 만드는 과정에서 케이스를 쌓아서 정책적으로 판단할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동체라디오방송 예산은 늘어나지만 지역 매체 별로 받는 지원비가 줄 수 있는 점도 우려 사항이다.

방통위는 현재 기획재정부와 관련 예산을 협의하고 있다. 기존 예산이 한 해 2억원이었다면, 올해는 3억여원을 추가해 5억5000만원으로 매체별 콘텐츠 지원비 지급을 계획하고 있다. 예산은 늘지만 기존 사업자 7곳에 신규 사업자 20곳을 더한 27개 매체를 심사해 지급하는 만큼 매체별 정부 지원은 줄 수 있다.

김 과장은 "기존에 지원되던 규모보다 전체 숫자가 많아졌기에 (정부 지원비가) 줄어드는 추세로 봐야 한다"고 인정했다.

다만 "기존에 7개 방송사가 신규 허가 가입자가 늘어나는 부분에 있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콘텐츠 제작비 배분만 생각하면 매체별로 돌아가는 부분이 적을 수 있지만 (전체 매체 수가 증가하면서) 매체 파워가 늘고 공동체라디오 관련 국민 인식이 높아져 또 다른 수입원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과기정통부와 향후 사업 지원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양 기관은 "신규 공동체라디오 방송사의 조기 개국과 안정적인 방송 운영을 위해 긴밀한 지원 체계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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