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글로벌 SW 기업 하나 없는 한국

입력 2021.07.22 06:00

코로나19로 디지털전환이 가속화되면서 SW업계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 많은 기업이 소프트웨어(SW) 기업화 되기 때문이다. 테슬라만 해도 자동차 제조업체라기보단 거대한 SW기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SW기업의 개화기나 다름없다.

하지만 글로벌 SW 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차지하는 존재감은 미미하다. 순수 SW기준 글로벌 100대 기업에 포함된 한국 기업은 한 곳도 없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전체 한국 소프트웨어기업 중 해외 진출 경험이 있는 기업은 3.8%에 불과하다.

SW진흥을 위한 법안을 만든 지 20년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한국은 SW 선진국이라 하기 민망한 수준이다. 국내 한 SW 업체 대표는 "국내 SW 벤처기업의 평균 업력이 10년도 채 되지 않는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유망 기술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연구개발(R&D)에 장기간 투자하는 등 노력이 필요한데, 인적·물적 지원을 하는 데 힘이 달린다. 힘겹게 상용 SW를 개발한다 해도 공공이든 민간이든 외산 SW 선호 현상이 커 시장 진입에 실패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정부는 최근 상용SW 유지관리요율(구매한 소프트웨어를 운영하는 비용)을 상향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인다. 공공이 앞장서 국산 상용SW를 구매해서 쓰는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다. 뒤늦은 움직임이긴 하지만, 국산 SW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측면에서는 옳은 방향이다.

노선을 제대로 정했다면 쭉 밀고 나가면 되는데, 우리 정부는 SW진흥법과 관련해 갈팡질팡하며 혼란을 가중한다. 대기업 참여제한 규제만 해도 강화했다가 완화했다가를 반복하는 동안 작은 규모의 한국 시장을 서로 나눠먹으려는 SW 업체 간 갈등의 골만 깊어졌다.

국회도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는 건 매한가지다. 대기업 참여제한을 강화하고 완화하는 전혀 다른 내용이 법안에 포함됐지만, 같은 의원이 동시에 해당 법안들에 참여하기도 했다. 법안의 내용을 제대로 파악조차 했는지 의문이다. 줏대없는 정책과 법안은 업계의 혼란만 부추기는 격이다.

SW 인재 사정도 민망한 수준이다. 정부는 인재양성책(SW중심대학, 이노베이션아카데미)을 부랴부랴 내놓았지만, 업계는 개발자 인력난에 시달린다. 쓸만한 인재는 포털이나 게임회사 등 대기업 중심으로 쏠리고, 능력있는 인재는 줄줄이 해외로 빠져나간다. 중견·중소 기업의 SW 인력난이 언제 끝날지조차 예상하기 어렵다.

한국이 헤매는 사이 중국은 정부 지원을 받은 업체들이 빠르게 경쟁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SW정책연구소에 따르면, ‘글로벌 SW 경쟁력 지수' 1위는 미국, 2위는 중국이다.

글로벌 경제에서 SW의 존재감은 점점 커지는 추세다. 글로벌 시가총액 10위 내에 이름을 올린 SW 기업 수는 2010년 2개에서 2021년 8개로 증가했다. 한국 기업들 역시 좁은 안방에서 아웅다웅할 것이 아니라 더 큰 시장을 바라보는 비즈니스를 펼쳐야 한다.

SW 분야 선순환 구조 마련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정부는 민간 SW를 적극 사용하고, 민간은 R&D에 과감하게 투자해 기술력을 높이며, 업계에서는 SW 제값받기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그래야 국산 SW 기업의 글로벌 유니콘 도약도 기대할 수 있다. SW 교육 의무화도 꼭 필요하다.

디지털 대전환의 시기를 잘 따라잡지 못하면 SW 경쟁력이 지금보다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주도한 온라인 클래스와 코로나19 백신접종 예약 시스템 오류를 보면 IT 강국이라는 이름표가 부끄럽기만 하다.

코로나19는 글로벌 위기 상황을 만들었지만, 역으로 SW 강국 도약의 기회라고 할 수도 있다. 정부부처 간 편의보다, 의원들 간 의리보단, 산업계의 발전을 위한 진지한 고민을 담은 정책과 법안 마련이 필요하다. 한국도 100년 업력의 SW 기업을 보유한 국가가 될 수 있는 현명한 변화를 기대한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


키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