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 물질을 한 층씩 쌓아 올려 3차원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3D 프린터는 오늘날 다양한 산업 분야에 적극 도입되어 사용되고 있다. 복잡한 제조 설비 없이 3D 프린팅만으로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 수 있어 새로운 제품의 개발에 걸리는 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다. 또한 기존의 제조 기술로는 불가능한 복잡한 3차원 구조물도 만들 수 있으며, 용도나 사용처에 따라 크기나 사양을 조금씩 바꾸는 맞춤형 생산도 가능하다.

최근 수년 동안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하는 FDM(Fused Deposition Modeling) 방식의 단순하고 저렴한 보급형 3D 프린터들이 대거 등장했다. 그 결과 제조업을 넘어 학교나 학원 등의 교육이나 개인 취미의 영역에서도 3D 프린터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킹룬 KP3S 3D 프린터 / 최용석 기자
킹룬 KP3S 3D 프린터 / 최용석 기자
3D 프린터에 처음 입문하려는 이들에게 가장 추천할만한 제품으로는 주로 크리얼리티(Creality)나 플래시포지(FlashForge) 등에서 선보이는 30만~50만원대 3D 프린터 제품을 꼽는다. 올해는 이들 제품과 비슷한 성능에, 가격은 10만원대에 불과한 제품이 등장해 업계에서 화제다. 이번에 소개하는 ‘킹룬(Kingroon) KP3S’가 그 주인공이다.

중국의 신생 3D 프린터 제조사에서 선보인 킹룬 KP3S는 보급형 3D 프린터에서 주로 사용하는 멘델방식을 채택한 제품이다. 재료를 출력하는 노즐이 X축과 Z축으로 움직이고, 출력물이 나오는 베드가 Y축으로 움직이는 방식이다. 구조가 단순하고 직관적이어서 보급형 3D 프린터 제품들이 가장 많이 채택하는 방식이다.

알리익스프레스에 올라온 킹룬 KP3S 3D 프린터의 모습. / 최용석 기자
알리익스프레스에 올라온 킹룬 KP3S 3D 프린터의 모습. / 최용석 기자
이 제품은 처음 등장한 작년 말부터 말도 안 되는 ‘가격 대비 성능’으로 업계에서 화제가 되었다. 고급형 제품에서도 보기 드문 LM 가이드와 구동 소음이 적은 TMC 모터, 직관적인 사용이 가능한 터치패널 디스플레이 등의 고급 부품을 사용하면서도 가격은 약 150달러(17만2725원)선, 즉 10만원대 중후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출력물의 품질이나 성능은 10만원 이상 비싼 제품들과 맞먹는 수준이다. 자연스레 ‘가성비 3D 프린터’ 부문의 떠오르는 샛별로 주목받게 됐다.

킹룬 KP3S 3D 프린터는 처음 구매 시 거의 90% 조립된 상태로 배송된다. / 최용석 기자
킹룬 KP3S 3D 프린터는 처음 구매 시 거의 90% 조립된 상태로 배송된다. / 최용석 기자
설명서는 영어와 그림으로 되어 있어 누구나 쉽게 조립할 수 있다. / 최용석 기자
설명서는 영어와 그림으로 되어 있어 누구나 쉽게 조립할 수 있다. / 최용석 기자
초보 사용자를 위한 접근성도 뛰어나다. 거의 90%쯤 조립이 된 상태로 포장되어 배송되기 때문에 Z축 기둥과 스크류를 세우고 단단히 고정만 하면 바로 사용할 수 있다.

기존의 20만원~30만원대 ‘보급형’ 3D 프린터 제품들은 사용자가 프레임부터 각종 부품을 직접 조립해야 했다. 그 때문에 조립에만 최소 수십 분 이상 걸리고, 조립 실수로 인한 초기 불량도 발생하기 쉬웠다. 그만큼 진입 장벽도 높았다.

반면, 손재주가 있는 사람이면 조립하는 데 5분도 안 걸리고, 전원만 연결하면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킹룬 KP3S는 초기 접근성이 일반 가전제품과 비슷한 수준이다.

다른 저가형 3D 프린터에서 보기 드문 터치 방식 조작 패널. / 최용석 기자
다른 저가형 3D 프린터에서 보기 드문 터치 방식 조작 패널. / 최용석 기자
조작부 역시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터치 디스플레이를 사용했다. 한국어는 지원하지 않지만, 영어를 비롯한 8개 언어를 지원한다. 여기에 직관적인 아이콘을 사용하는 GUI(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채택했기 때문에 실제 사용에 큰 불편함이 없다.

처음 조립 후, 재료를 출력하는 노즐과 출력물이 부착되어 나오는 베드 사이의 높이를 맞추는 ‘레벨링’ 작업을 해야 한다. 설명서에 따라서 출력 베드의 네 모서리와 중앙부의 높이를 베드 밑 모서리의 둥근 다이얼을 돌려 조절하면 된다. 노즐과 베드 사이 간격은 A4 복사용지가 들어가되, 노즐 끝에 종이가 살짝 걸리는 정도로 맞추면 된다.

조립 및 레벨링을 마치고 샘플 모델을 출력하는 모습. / 최용석 기자
조립 및 레벨링을 마치고 샘플 모델을 출력하는 모습. / 최용석 기자
레벨링을 마치면 동봉된 마이크로 SD 카드에 들어 있는 출력 샘플과, 필라멘트(3D 출력에 사용하는 소재) 견본을 이용해 제대로 나오는지 확인하면 된다. 첫 출력에 성공하면 이후에는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3D 모델이나, 직접 설계한 3D 작업물을 자유롭게 출력할 수 있다. 사용자들이 만든 3D 모델을 올리고 공유하는 싱기버스(Thingiverse) 같은 사이트를 이용하면 미리 만들어진 수많은 3D 모델을 찾을 수 있다.

킹룬 KP3S는 인터넷 등에서 구한 3D 모델을 3D 프린터에서 출력할 수 있도록 변환(슬라이싱) 프로그램도 함께 제공한다. 업계에서 가장 많이 쓰는 범용 슬라이스 프로그램인 큐라(Cura)를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미리 만들어진 3D 모델을 쉽게 구할 수 있는 싱기버스 홈페이지 모습 / 최용석 기자
미리 만들어진 3D 모델을 쉽게 구할 수 있는 싱기버스 홈페이지 모습 / 최용석 기자
처음에는 앞서 소개한 싱기버스 등에 올려진 수많은 3D 모델 중 맘에 드는 것을 찾아 하나씩 출력해보면서 감을 익히면 된다. 잘 찾아보면 단순 습작에 불과한 모델부터 휴대폰 거치대, 필통 등 실생활에서 직접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의 3D 모델도 다양하게 찾을 수 있다. 킹룬 KP3S는 최대 출력 가능한 크기가 가로세로 각각 18㎝, 높이 18㎝로 절대 작지 않다. 대부분의 간단한 생활 소품은 분할 없이 통째로 출력할 수 있다.

물론, 사용할 때 주의할 점도 있다. 이 제품 역시 플라스틱 소재를 고열로 녹여 3D 결과물을 출력하기 때문에 출력 과정에서 인체에 해로운 것이 발생하기 쉽다. 특히 필라멘트로 ABS 소재를 사용하면 더더욱 유해 물질이 많이 나온다. 옥수수 전분을 원료로 사용하는 PLA 소재를 주로 사용하면 훨씬 안전하다. 그래도 유해물질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어찌 됐든 실내에서 사용할 때 방진 마스크와 환기는 필수다.

출력 중에는 몸에 안좋은 유해물질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환기가 필수다. / 최용석 기자
출력 중에는 몸에 안좋은 유해물질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환기가 필수다. / 최용석 기자
그때문에 처음부터 베란다나 다용도실처럼 환기가 쉽고 독립된 공간에 놓고 사용하는 게 가장 좋다. 특히 작동 시 냉각 팬 소음도 꽤 큰 편이라서 이 방법을 더욱 추천한다. 실내에서 사용할 경우, 공기 필터가 달린 전용 챔버 등을 구매 또는 제작해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다행히 킹룬 KP3S의 크기 자체가 동급 프린터 제품 대비 꽤 작은 편이어서 실내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는다.

충분한 인내심도 필요하다. 샘플로 들어 있는 작은 봉지 클립 하나를 출력하는 데도 몇십분이 걸린다. 출력물이 복잡하고 크기가 클수록 출력 시간도 급증한다. 때에 따라 모델 하나 출력하는 데 며칠이 걸릴 수도 있다.

출력 샘플로 들어있는 봉지 집게와 작은 피규어. 작은 크기이지만 출력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 최용석 기자
출력 샘플로 들어있는 봉지 집게와 작은 피규어. 작은 크기이지만 출력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 최용석 기자
아직 정식 수입·유통사가 없어 국내에서 AS 및 기술지원을 받기가 어려운 것도 단점이다. 다만, 이 제품이 워낙 뛰어난 ‘가성비’로 국내에서도 이미 많은 사람이 실제 사용 중이고, 관련 카페나 커뮤니티 등을 통해 정보도 얻기 쉬운 것은 장점이다.

현재 킹룬 KP3S는 알리익스프레스 등을 통해 직구로 구매할 수 있다. 제조사에서도 꾸준히 기능을 업그레이드하고 있으며, 현재 3.0 버전까지 나왔다. 판매점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프린터 본체만 약 150달러 전후로 구매할 수 있다. 대부분 무료 배송을 지원하고, 빠르면 10일 내로 받을 수 있다.

킹룬 KP3S는 실내활동이 늘어난 요즘, 3D 프린터 입문용으로 추전할 만한 제품이다. / 최용석 기자
킹룬 KP3S는 실내활동이 늘어난 요즘, 3D 프린터 입문용으로 추전할 만한 제품이다. / 최용석 기자
코로나 팬데믹의 장기화로 실내활동이 늘어난 요즘, 3D 프린터는 새로운 교육 및 취미 생활의 도구가 될 수 있다. 특히 스스로 뭔가를 만들기 좋아하는 이들에게 추천할만 하다.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슬슬 자신이 직접 3D 모델을 만들어 출력하는 단계로 접어든다. ‘오토캐드’로 유명한 오토데스크에서 선보인 ‘틴커캐드(Tinkercad)’를 비롯해, 다양한 무료 3D 모델링 프로그램에서 3D 출력이 가능한 모델을 직접 디자인하고 만들 수 있다. 이미 유튜브 등에서 다양한 강좌 영상도 쉽게 찾을 수 있다.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등도 대부분 오픈소스를 사용한다. 조금만 공부하면 직접 코딩이나 부품 설계 및 출력을 통한 개조로 기능을 개선하고 업그레이드도 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뭔가 색다른 취미나 교육에 도전하고 싶다면 가성비 최고의 3D 프린터 킹룬 KP3S를 통해 무궁무진한 ‘크리에이터’ 분야에 입문하는 것도 방법이 아닐까 싶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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