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과세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관련 연구가 부족한데다 과세 체계가 없어 과세를 유예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정부가 이른바 ‘과세 강경론’을 고수해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이대로라면 당장 내년 1월부터 과세 법안이 시행된다. 다만 국회에서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하면 유예 법안이 힘을 받을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28일 국회에 따르면 오는 11월 가상자산 과세 유예 법안과 관련해 위원회 심사가 이뤄진다. 이는 정부의 무리한 과세 정책을 우려한 국회의원들이 법을 유예하기 위해 내놓은 것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가상자산을 양도와 대여로 발생하는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하고 오는 10월부터 과세키로 했다. 다만 국회 심의 과정에서 과세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오는 2022년 1월 1일부터 과세하기로 했다.

업계는 가상자산 과세 준비가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가상자산 주무부처가 없고, 가상자산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리지 못한 상태에서 과세하는 것은 납세의 기본원칙을 훼손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윤창현·노웅래 의원 "과세 체계 없어. 유예 마땅"

현재 심사를 기다리는 법안은 두 건이다. 법안을 발의한 의원실은 향후 3개월 동안 당론을 모으고 정부를 설득해 연내 가상자산 과세 유예 개정안을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 가상자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윤창현 의원은 5월 12일 가상자산 과세를 유예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윤 의원은 가상자산의 개념 정의, 거래소 이용자 보호 장치 마련 등 가상자산에 대한 법과 제도의 정비를 마친 후 과세를 시작하자고 주장했다. 향후 1년 동안 시장 정비 여부를 검토해 추가 연장 가능성도 열어놓자는 것이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월 6일 가상자산 과세 체계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며 가상자산 과세 유예 법안을 내놨다. 아울러 가상자산 소득을 현행 소득법상의 기타소득이 아닌 금융투자소득으로 분류해 과세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가상자산 거래가 주식 거래와 유사해 금융투자소득으로 분류해 연간 5000만원까지 소득공제를 시행하자는 내용이다.

해당 법안은 오는 11월 상임위원회와 법안소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거쳐 본회의에 오를 예정이다. 해당 법이 통과되면 2023년 가상자산 소득에 대해 2024년 1월부터 과세한다. 근로소득자의 경우 자영업자와 마찬가지로 5월에 정산 절차를 거친다.

맞서는 정부 ‘강경론’…"소득 있는 곳에 과세"

반면 정부는 강경론을 펼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장관은 과세를 계획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미 여야 합의를 마쳤으며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하는 원칙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이다.

국회 정무위 관계자는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는 가상자산 과세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한 적이 없다"며 "오직 과세 공백이 생기면 안된다는 입장이다"이라 말했다. 그는 이어 "전국민을 대상으로 형평성과 합리성, 예측 가능성을 보장하지 못하면 연기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윤창현 의원 측과 노웅래 의원 측은 정부의 거센 반발로 가상자산 과세 유예 법안 추진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창현 의원실 측은 "법안 통과가 쉽지 않아보인다"면서도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고, 정부와 의회간에 심도 깊은 토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노웅래 의원실 관계자는 "과세 인프라를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는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며 "단순히 돈을 걷고 싶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가상자산 소득을 기타소득에 넣은 것은 무책임한 정책이다"라며 "가상자산 과세 항목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권법에 치중된 여야…떨어지는 주목도에 업계 우려

여당 논의가 업권법에 치중돼 있어 야당에 비해 가상자산 과세 유예 법안에 대한 주목도가 다소 떨어지는 점도 우려 사안이다. 지난 27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가상자산 TF에서도 과세 문제는 다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TF 단장인 유동수 의원실 관계자는 "과세 법안을 다뤄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먼저 업권법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만약 올해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가상자산 사업자는 특금법상 신고수리를 마친 후 길면 한 달 이르면 일주일 안에 가상자산 과세를 대비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기 때문이다.

특금법 신고수리 유예기간은 오는 9월 24일로, 업계에 따르면 사업자들은 9월이 돼야 필수 요건인 실명계좌 확인서와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받을 전망이다. 신고수리 기간이 3개월 가량 걸릴 것을 감안하면 12월에 모든 절차가 마무리된다는 얘기다.

법안을 발의한 두 의원실 측은 여야가 의견 일치를 이루면 본회의 통과가 어렵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법안 통과에 만전을 기울이겠다는 목표다. 노웅래 의원실 관계자는 "여야가 공감대를 이루고 있는 만큼 시장 안정성을 위해 법안 통과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

조아라 기자 arch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