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는 7월 20일과 21일 코로나19 백신 사전예약을 받았지만, 한꺼번에 신청자가 몰린 여파로 예약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했다. IT 강국이라는 자존심에 생치기가 났고, 외신의 지적이 있었다. 정부는 8월 9일부터 진행되는 18~49세 백신 예약 시스템 오류 방지를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 장관이 현장을 방문해 점검에 나서는 한편, 소프트웨어 전문가들이 현장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일부 클라우드 전환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안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버 증설의 경우 단번에 물리적 서버 수를 늘리는 방식인 만큼, 추후 유휴 자원으로 전락할 수 있다. 반면 전면 클라우드 시스템을 활용하면 이런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

백신 접종 사전예약 시스템 화면 /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예약 시스템 홈페이지 갈무리
백신 접종 사전예약 시스템 화면 /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예약 시스템 홈페이지 갈무리
2일 SW 업계 등에 따르면 9일 18~49세 접종 예약을 앞두고 예약 시스템 개선에 한창이다. 시간이 촉박한 만큼 전면 클라우드 전환이 아닌 일부 클라우드 전환 방식을 택했다.

미국 주요 일간지인 뉴욕타임스(NYT)는 7월 28일(현지시간) ‘한국에서 백신 예약을 원하는가? 111시간을 기다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국의 코로나19 백신 예약시스템 마비 상황을 보도했다. 국제적으로 망신살이 뻗칠 수 있는 기사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슈는 문재인 대통령은 물론 전 국민적인 관심사다. 문 대통령은 2일 추석 연휴 전까지 3600만명의 1차 접종을 마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예방접종 시스템은 이미 7월 한꺼번에 신청자가 몰리며 마비 사태를 겪었다. 대응 추진단은 백신 사전예약 과정에서 예약자가 몰릴 것으로 보고 당일 두 차례나 서버 안정화 작업을 진행했지만 시스템 오류를 막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백신 예약 시스템 불통 사태가 발생했을 때 관련 참모를 불러 질책하기도 했다.

정부는 18~49세 예약 시스템 가동 전 클라우드 전문 기업에 도움을 요청했다. LG CNS, 베스핀글로벌, 네이버클라우드 등의 업체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 지원 중이다. 정부 중앙부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1일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은 현장 점검에 나섰다.

LG CNS는 장애처리 전문가로 구성된 아키텍처최적화팀을 파견했다. 병원 목록, 예약 가능 일자 등 주요 정보를 조회하는 과정에서 병목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해 기존 10분의1 수준으로 부하를 줄였다. 또 이후에 네트워크 병목이 발생할 것을 대비해 기존보다 80% 이상 시스템 성능을 개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스핀글로벌도 20명 내외의 인력을 파견했다. 본인인증 개선을 통해 대기 시스템 효율화 작업에 동참하고 있다. 현재 네이버 클라우드 서버에 기능을 일부 추가해 운영 중이다.

개선 작업에 참여 중인 업체 한 관계자는 "앞서 1000만명쯤의 예약자가 몰릴 당시 허수가 많았는데, 이는 PC와 스마트폰 등 다양한 기기를 활용하거나 지인의 대리접속 등의 영향이다"며 "본인 인증을 통해 허수를 줄이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스템 검증의 결과는 9일 시작하는 49세 이하 코로나19 백신 예약부터 확인할 수 있다. 대상자는 1900만명쯤이며, 동시 접속자는 200만~300만명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는 40대 이하 백신 예약 진행 시 발생할 수 있는 과부하 방지를 위해 생년월일 끝자리에 따라 신청이 가능한 10부제를 시행한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업계 관계자들은 서버를 늘리거나 10부제를 하는 대신 예약 시스템 자체를 전면 클라우드화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조언했다. 기술로 풀 수 있는 일을 선택하는 대신 복잡한 신청 절차만 만들었다는 것이다.

클라우드 업계 한 관계자는 "순간적으로 몰리는 접속자에 적절히 대응할 때는 단순하게 물리 서버 수를 늘리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며 "예약 시스템을 가동하지 않을 경우 증설 서버 자체가 필요없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는 서버를 유동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예약시스템을 전면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