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삼성전자의 새로운 폴더블 스마트폰 출시에 표정 관리 중이다. 갤럭시Z폴드3와 갤럭시Z플립3 등 갤럭시Z 시리즈에 핵심 소재를 공급했지만, 구체적인 수량을 밝히기 어려워 한다. 얼마나 부품을 납품했는지 공개하기도 꺼린다.

삼성SDI는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스마트폰, 가전 등에 들어가는 배터리를 생산한다. 반도체·OLED 소재 등 전자재료도 주력 사업이다.

삼성 갤럭시Z폴드3·Z플립3 톰브라운 에디션 / 삼성전자
삼성 갤럭시Z폴드3·Z플립3 톰브라운 에디션 / 삼성전자
12일 전자·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11일 출시된 갤럭시Z폴드3와 갤럭시Z플립3에는 삼성SDI 배터리가 아닌 중국 ATL 배터리가 탑재됐다는 정보가 확산했지만 실제로는 삼성SDI가 주력 납품 업체 자리를 꿰찼다. 삼성전자 계열사인 만큼 대외적인 홍보에 어려움이 있는 모양새다.

신형 갤럭시Z 시리즈는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를 포기하고 주력으로 내놓은 스마트폰이다. ATL 배터리는 2016년 갤럭시노트7 발화 사건을 계기로 삼성전자 프리미엄 스마트폰에서 배제됐다. 하지만 갤럭시A, 갤럭시M, 갤럭시워치, 갤럭시버즈 등에 배터리를 꾸준히 공급해왔고, 올해 출시된 갤럭시S21를 기점으로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공급을 재개했다.

일반적으로 제조사는 최소 2개 이상의 핵심 부품 공급사를 선정한다. 한 쪽에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안정적으로 제품 생산을 하기 위한 조치다. 다수 업체가 부품을 납품할 경우 가격 협상력도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갤럭시Z 시리즈의 배터리 주력 공급사는 삼성SDI지만 중국 ATL도 처음 합류했다.

갤럭시Z폴드3와 갤럭시Z플립3 출고가는 이같은 배터리 원가 절감 노력에 힘입어 전작 대비 20%쯤 내렸다. 주요 외신에서도 폴더블폰의 약점이던 내구성이 대폭 강화됐음에도 가격은 저렴해졌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삼성SDI는 배터리 물량 중 일부를 ATL에 내줬지만, 갤럭시Z 시리즈에 핵심 소재 역시 지속 공급한다. 삼성SDI는 갤럭시Z폴드3와 갤럭시Z플립3에 쓰이는 폴더블 광학용 투명점착필름(FOCA)을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가 2019년 양산을 시작한 FOCA는 2019년 하반기 출시된 삼성전자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폴드’에 적용됐다.

삼성SDI의 폴더블용 투명점착필름(FOCA) / 삼성SDI
삼성SDI의 폴더블용 투명점착필름(FOCA) / 삼성SDI
FOCA는 디스플레이 소재 간의 폴딩 응력을 최대한 완화시켜 내구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스마트폰을 수십만 번을 접었다 펼치는 폴딩 동작을 반복적으로 했을 때 가해지는 응력들을 FOCA가 흡수해 디스플레이의 변형을 막아준다.

삼성SDI가 생산하는 OLED 소재도 갤럭시Z 시리즈에 공급됐다. 삼성SDI는 폴더블폰을 포함한 신규 스마트폰에서 OLED 패널 채용 확대로 OLED 소재의 판매 증대를 예상했다.

증권가에서도 아이폰13, 갤럭시Z폴드3 등 주력 고객사의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 효과로 삼성SDI의 OLED 소재 부문 매출이 40~50%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폴더블 스마트폰 가격을 낮춰 대중화에 나선 만큼 삼성SDI가 ATL, LG에너지솔루션 등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을 높이지 못한다면 폴더블폰 대중화에도 웃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경쟁력을 확인한 핵심 소재는 선두 지위 유지한다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발돋움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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