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팩트 투자사 옐로우독의 제현주 대표가 쓴 책이다. 일찍이 기업 재무 분야에서 커리어를 쌓아온 그는 엑셀 프로그램 안에 하나의 세상을 만들어놓고 이런저런 변화를 주어 그 결과를 확인하기를 즐겼다. 그런 과정 속에서 마치 ‘작은 조물주’가 된 듯한 기분을 느꼈다.

하지만 어느날 문득 깨달았다. 엑셀 한 줄에 집어넣은 가정이 현실에서 큰 변화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구매 원가를 줄인다는 것은 구매부서의 누군가가 납품업체와 힘겨운 협상을 벌인다는 것을 의미했고, 서비스 가격을 올린다는 것은 콜센터 상담원들이 수만 고객의 엄청난 불만을 받아내는 것"을 뜻했다.

그 엄청난 무게감에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6년간 열 권에 이르는 책을 번역하며 공부에 공부를 거듭했다. 그리고 그 끝에 ‘임팩트 투자'를 전략으로 내세우는 현재 회사에서 일하게 됐다.

임팩트 투자는 "사회에 미치는 임팩트를 고려해 강하고도 긍정적인 임팩트를 거두는 것을 목표로 하는 투자"로 "요즘 유행한다는 ESG 투자의 가장 적극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다.

6년의 공부, 4년의 실무 경험을 책에 담았다. "대체 임팩트 투자가 뭐냐" "그렇게 돈을 버는 게 가능하냐"는 질문에 나름의 해답을 제시한다.

돈이 먼저 움직인다
제현주 지음 | 어크로스 | 272쪽 | 1만6000원

#10줄 요약 #챕터14 거대한 기후 시장이 열린다

1. 파리협정에 따라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억제하려면, 2050년까지는 탄소 배출 중립, 이른바 넷제로(net zero)에 도달해야 한다. 이는 경제, 사회 시스템 전반에 걸친 탈탄소화를 의미하며 시스템 전환에는 2035년까지 매년 2조4000억달러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인류에게 던져진 엄청난 과제이기도 하지만, 세계 GDP의 2.5%에 해당하는 거대한 새 시장이 열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2. 1.5도 억제 목표가 요구하는 넷제로에 2050년 이전에 도달하겠다고 선언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넷제로 선언은 대기 중 탄소 농도를 조금도 더 높이지 않겠다는 공언인데, 탄소 배출을 완전히 없애는 건 불가능하므로, 배출량을 최대한 줄이고도 남는 게 있으면 대기 중 탄소를 흡수하는 ‘네거티브 배출'을 시행해 총합으로 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2020년 9월에 발표된 보고서 ‘넷제로 가속화'에 따르면 1541개 기업이 넷제로 목표를 공약했다. 이들의 매출을 모두 합치면 11조4000억달러로 미국 GDP의 절반을 넘는 규모다.

3. 구글과 아마존은 각각 2030년, 2040년까지 넷제로에 도달하겠다고 약속했고 바스프, 지멘스, 슈나이더일렉트릭도 2030년을 결승선으로 잡았다. 세계 석유회사인 스페인의 렙솔을 시작으로, 석유산업을 주도하는 기업들인 BP, 쉘, 토탈도 205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4. 소비자 역시 환경 의제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닐슨은 2015년 전 세계 60개국 3만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66%의 소비자가 지속 가능성이 높은 제품이라면 값을 더 지불할 용의가 있다고 답했다. 밀레니얼 세대 중에는 무려 73%가 지속가능성이 높은 제품에 가격을 더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5. 기후기술 투자의 성장이 한때의 유행일지 모른다는 회의적 시각도 있다. 2000년대 후반 환경을 깨끗하게 만드는 기술을 아우르는 개념으로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각종 오염 물질을 배출하는 에너지원을 청정에너지로 교체하는 대체 기술인 ‘클린테크'(청정기술) 붐이 쓸쓸한 폐허를 남긴 전례 때문이다. 다만 그때와는 사뭇 다른 상황이 변화 가능성을 높인다.

6. 먼저 첫째, 클린테크 붐 이후 10년의 시간이 흘렀고 그 사이 대기 중 탄소 농도가 더 높아졌다. 그 결과 기후 위기가 더 가시화되고 있어 위기감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7. 둘째는 가시화된 기후 위기는 기후기술을 특정한 분야가 아니라 전 산업, 사회 전체에 걸쳐 요구되는 솔루션으로 요구하고 있다. 과거에는 화석연료 가격에 큰 영향을 받았지만, 최근 재생에너지 비용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기후기술은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요구되는 탈탄소 솔루션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8. 셋째로 10년의 세월 동안 기술 발전이 이뤄지면서 석유화학계 및 고탄소 소재의 대체재 개발을 가능케 하는 바이오 엔지니어링 기반 기술의 비용이 현저히 낮아졌다. 또 센서 및 이미징 기술 역시 급속히 발전해 탄소 배출 모니터링이 용이해졌다.

9. 기후기술 시장을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세상 곳곳에 있는 기후기술 기업들을 찾아 나서면서, 비관은 줄고 낙관은 늘었다. 치열함과 명민함, 책임감과 영리함을 갖춘 많은 창업자가 기후 변화라는 우리 세대의 난제에 몰두하고 있다.

10. 한국의 변화는 특히나 여전히 느리다. 2021년 6월 말을 기준으로 넷제로를 선언한 기업은 7곳에 불과하며, 기후기술 분야 역시 벤처캐피탈의 주요 투자 영역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 탈탄소 경제로의 전환에 적응하기 위한 근본적 변화를 선언한 기업은 드물지만 향후 5년간 한국 기업들의 기후 변화 대응의 속도는 지금보다 훨씬 빨라질 것이다.

서믿음 기자 meseo@chosunbiz.com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