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가 기존법으로 가상자산 시장을 강력히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블록체인과 가상자산을 분리하고, 가상자산 시장은 규제에 무게를 둬야한다는 것이다. 피해자를 보호하는 법안이 전무하다는 이유에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의 배진교 원내대표는 정부가 가상자산 투기를 방치했다며 전자금융거래법을 개정해 관련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배진교 의원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배진교 의원실
폰지사기, 마켓 메이킹, 시세조정, 허위계정, 내부거래, 가장매매, 불공정공시, 자금세탁, 기획파산, 해킹자작, 먹튀 등은 모두 가상자산 시장에서 비일비재하게 이뤄지는 불법행위다. 증권시장이라면 사업자 처벌은 물론이고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책임도 가능한 중범죄다.

특히 사기규모는 날로 커지고 있지만 대응은 미미한 실정이다. 최근 가상자산 사기사건인 브이글로벌의 경우 피해자만 전국적으로 8만명, 피해규모는 무려 3~4조원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사기·횡령혐의점이 명확해 비교적 조사가 용이하지만 기획해킹이나 파산, 허위가장매매, 시세조정 행위는 수단이 교묘한데다 관련 법률이 없어 조사와 처벌이 쉽지 않다. 입법기관과 사법당국이 기술진보를 따라가지 못하는 지식 격차도 문제다.

정의당에서 가상자산 대응 TF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배진교 의원은 현재 시행된 특정금융법의 한계를 절감, 지난 8월 가상자산 규제 및 이용자 보호를 위한 ‘전자금융거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특정금융법은 가상자산 사업자에게 자금세탁방지의무를 골자로 하는 유일한 가상자산 관련 법안이다.

배진교 의원은 IT조선과 두 차례에 걸친 서면인터뷰를 통해 "가상자산과 연계된 내용만 이야기하자면 특금법 자체에 가상자산처럼 새로운 투기성 위험자산에 대한 규제를 담기 어려움이 존재한다"며 "폰지사기성 행위나 마켓 메이킹을 위해 가상자산을 매수매도 시키는 거래량 뻥튀기 등의 시세조정행위, 시장질서교란행위,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하는 행위등을 규제하기는 근본적인 어려움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법안에는 가상자산 등에 대한 정의규정을 마련하고, 사업자에 대한 인가요건과 의무사항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전자금융법은 컴퓨터나 현금인출기(ATM) 등 전자적 장치를 통한 금융거래를 규율하는 법이다.

발의안에 따르면 사업자는 업무보고서를 제출·공시하고 예치기관에 예치금을 맡겨야 한다.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시세조종행위, 부정거래행위, 알선·중개행위를 금지하는 한편, 거래소 자체발행 자산 거래를 제한했다.

배 의원은 "가상자산 거래소의 규제 강화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며 "가상자산 사행성과 투기성을 억제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데 초점을 둔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거래소의 진입, 운영 규제를 두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라고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발의안은 업권법과 같이 별도 제정하지 않고 기존법의 규율 범위를 넓혔다. 배 의원은 "가상자산을 별도의 제정법의 형태로 업권법을 추진할 경우 가상자산에 대한 제도화가 자칫 투자상품으로의 인정이라는 잘못된 시그널을 시장에 줄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배진교 의원은 특히 특정금융법 유예 기한이 만료되는 24일 이후 대규모 폐업으로 투자자 피해가 발생할 것을 우려했다. 이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이 정부 방치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정부가 2017년 이후 가상자산을 화폐나 금융상품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을 뿐 적극적인 규제나 투기방지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며 "이러한 애매한 결정이 국민의 혼란을 발생시켰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배진교 의원과의 일문일답.

― 정의당 가상자산TF가 주력하는 가상자산 정책은?

"한마디로 가상자산 거래소의 규제 강화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가상자산은 화폐나 금융상품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보기 힘든 투기성 위험 자산이다. 가상자산의 사행성과 투기성을 억제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데 초점을 둔 정책이 필요하다.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거래소 진입, 운영 규제를 둬야한다."

―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은 가상자산 업권법에 해당하나?

"업권법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가상자산을 별도의 제정법 형태로 업권법을 추진할 경우 가상자산에 대한 제도화가 자칫 투자상품으로 인정이라는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 때문에 별도의 제정법보다는 기존 법령에서 필요한 규제와 제도를 개정하면 될 듯 하다."

― 해외 다수의 대형 자산운용사가 이미 비트코인을 투자상품으로 인정했다.

"박상기의 난이나 신규 계좌 금지로 충분했다면 올해 초부터 400만명이 가상자산 거래소로 몰렸겠나. 정부가 투기이고 자산으로서의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면 그에 따른 법적 행정적 조치도 강하게 했어야 한다.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상품 인정도 일부 있다고 하는데, 투자가치가 아예 없다고 볼 수 없겠지만 투자가치에 비해 위험도가 너무 높고 그로인한 피해 발생이 우려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진 않는다."

―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발의 배경은?

"현재 특금법은 그 대상과 목적에서 가상자산을 규제하기 어려움이 있다고 봤다."

― 25일 이후 다수 가상자산 사업자의 미등록으로 인한 먹튀 피해를 우려했다. 사업자 미등록의 근본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정부가 2017년 이후에 가상자산에 대해서 화폐나 금융상품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을 뿐 적극적인 규제나 투기방지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 이러한 애매한 결정은 국민에 투자성이 있다는 인식을 줬다. 혼란이 발생된 이유다. 초저금리가 유지되는 가운데 부동산과 주식에 대한 규제로 가상자산으로의 버블이 급속도로 형성되는데 이르렀다. 초반에 정확한 규제 메세지를 줄 필요가 있었다."

― 정부가 올 초부터 25일 이후 대규모 가상자산 사업자 구조조정에 따른 투자자 피해 방지를 위해 불법행위 근절 행위에 나섰다. 효과가 있을까?

"현재상황에서 4개의 가상자산 거래소 말고는 현실적으로 신고수리에 어려움이 생기고 있다. 은행계좌 연계가 어렵다는 것은 그만큼 가상자산이 갖고 있는 위험성이 높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25일 이후에는 미등록과 등록이 분명하게 구분될 수 있기 때문에 미등록 거래소를 통한 가상자산의 거래에 대해서 국민들 스스로가 제어하는 효과는 분명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이것이 4개 거래소를 통한 거래를 긍정성 높은 투자로 인식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등록된 거래소에 대해서 별도의 운영 규제를 보완해서 추후 불법행위에 대한 피해를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구조조정에 따른 투자자 피해와 청년 실업이 현실화 될 경우 현 정부에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정부가 2017년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 다만 지속적으로 투자 하지 말 것을 제시했다.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투자자 전체에 대한 피해구제는 나서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진다."

―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한 자금세탁위험이 매우 높은가?

"현직 거래소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하면서 지금의 거래소 운영 시스템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자금세탁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고 들었다. 당연히 드러나 있는 부분은 크지 않지만 불법의 영역에서 거래소가 운영된다면 그 가능성은 더 커질 것이 자명하다."

― 현 특정금융법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 개선방안은?

"가상자산과 연계된 내용만 이야기하자면 특금법 자체에 가상자산처럼 새로운 투기성 위험자산에 대한 규제를 담기에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특금법 목적이 자금세탁방지와 공중협박자금조달행위 금지에 있기 때문에 이를 회피하는 형태의 폰지사기성 행위나 마켓 메이킹을 위해 가상자산을 매수매도 시키는 거래량 뻥튀기 등의 시세조정행위, 시장질서교란행위,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하는 행위 등을 규제하기는 근본적인 어려움이 존재한다. 별도의 업권법 제정이 갖는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상의 불법행위에 대한 규율을 전자금융거래법에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규제 내용을 담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 가상자산과 블록체인 육성 정책에 대한 의견은.

"블록체인 기술 발전은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금융이나 자산으로서 가치가 있는 지는 별도로 봐야한다. 정부도 블록체인과 가상자산을 별도로 주관부처를 결정했다. 블록체인 기술과 가상자산 시장을 마치 미래동력의 신산업으로 포장을 하는데, 그것은 기술과 산업이 자연스럽게 국민들 내에서 증명되는 과정, 즉 우리사회에 어떤 효용성을 가질 수 있는지 인정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20세기 컴퓨터의 대중화를 누가 막는다고 해서 막히지 않았던 것처럼 지금 진흥과 발전을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가치 있는 미래의 산업이라면 자연스럽게 인간사회에 그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본다.

가상자산에 대해서 국민이 자산적 가치가 없는 투기로 보고 있고 블록체인 기술이 우리 사회에 어떤 효용성을 가질 수 있을 지에 대해서 여전히 미지수인 점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반대로 위험성이 내재됐다고 확인될 때, 가상자산이나 블록체인을 하나의 산업으로 육성하고 진흥하기 위한 제도화보다 관리하고 규제하는 제도화가 우선될 필요가 있다. 새로운 제도가 도입될 때 적극적으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어야 결과물이 균형감이 생길 수 있다."

― 정의당 가상자산TF 위원장으로 향후 계획은?

"이미 전자금융거래법은 발의를 해 놓은 상황이기 때문에 국회 내에서 법안 심의 과정에서 많은 의원들이 공감을 할 수 있도록 협의해가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미 민주당의 박용진 의원도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으로 가상자산을 규율하는 방안을 함께 하고 있다. 때문에 상임위 내에서 함께 방안을 찾아가는데 노력할 것이다. 요즘 코로나로 인해 새로운 정책이나 법안에 대한 공론의 장이 제대로 개최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필요하다면 민주당과 함께 가상자산의 효율적인 규제책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할 생각이다."

조아라 기자 arch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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