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기업이 인재부족으로 몸살을 앓고, 정부는 노동법을 개정해 가며 겸업제도 확산에 열을 올린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겸업제 도입을 망설인다. 고숙련 기술·노동자를 중심으로 자사 기술과 노하우가 누출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ICT엔지니어 / 야후재팬
ICT엔지니어 / 야후재팬
시장조사업체 퍼스널총합연구소가 현지 1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중취업 직장인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답한 기업은 과반 수 이상인 52.3%로 나타났다. 이중취업자를 받아들일 의향은 있지만 아직 실행하지 못한 기업(23.9%)까지 합하면 무려 76.2%에 달한다.

자사 직원을 대상으로 이중취업을 금지하는 기업도 전체 중 45.1%로 집계됐다. 일본정부가 겸업제도 확산에 나섰던 2018년(48.8%)과 비교하면 3.7% 줄어든 수치다.

기업들이 자사 직원들의 겸업을 금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노하우와 기술·정보유출’ 우려 때문이다. 조사 자료에 따르면 ‘기업 정보누출 리스크'가 29.5%, ‘노하우 유출 리스크'가 16.4%를 기록했다. 정보누출 우려는 2018년 대비 5.3%, 노하우 유출 우려는 9.2% 상승했다.

기업들이 기업 정보·노하우·기술 유출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ICT 부문 인재를 현재 기업들이 가장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이중취업 중인 직장인들의 직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ICT기술자’와 ‘정보 시스템 관련 기술자’ 비율이 가장 높은 29.3%를 차지했다. 빅데이터 관련 직종인 ‘데이터 사이언티스트’(6.4%)까지 포함하면 35.7%에 육박한다.

현지에서는 이중취업자가 발생시킨 기술·정보 누출 피해를 보상하는 보험까지 등장했다.

야마구치파이낸셜그룹은 자회사 YM캐리어가 소개한 이중취업인재가 정보 누출 등 문제를 일으켰을 경우, 피해 기업에게 손해배상액을 지불할 수 있도록 보험을 걸겠다고 최근 밝혔다. 현지 기업들이 ICT 겸업 인재들을 단기간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해 정보 누출 문제도 증가추세라는 설명이다.

한편, 현지 기업들 사이에서는 직원들의 이중취업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퍼스널총합연구소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겸업제도를 금지해서는 안 된다'는 기업이 26.9%로 2018년 대비 5.6% 상승세를 보였다. 우수인재 확보를 위해 겸업제도가 필요하다는 기업도 16.5%로 2018년 대비 3.5% 증가했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