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는 이해진 GIO(글로벌투자책임자)의 복심(腹心)으로 불린다. 이해진 GIO는 최인혁과 신중호(라인 대표)를 가장 신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GIO는 매우 극소수의 인물에게만 자신의 애정과 신뢰를 준다."

'직장내 괴롭힘 논란'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는 왜 건재할까

지난 10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는 네이버의 직장내 괴롭힘 문제에 대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국감장에서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문제 당사자인 최인혁 전 최고운영책임자(COO)의 거취에 대해 "후임을 찾는 데에 단계가 필요하고 네이버 경영진도 변화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말을 아꼈다. 최인혁 전COO는 네이버 본사 COO와 사내이사직에서만 물러나면서 ‘경고'라는 처분을 받았을 뿐이다.

네이버 사옥 / 이은주 기자
네이버 사옥 / 이은주 기자
현재 최 대표는 지난 6월 기준, 네이버 파이낸셜 대표이사와 네이버아이앤에스 기타비상무 이사, 네이버랩스 기타비상무이사, 네이버클라우드 감사, 웍스모바일 감사, 네이버 차이나 이사, 해피빈 대표 등을 겸직하고 있다. 그렇다면 네이버 본사의 ‘직장내 괴롭힘' 문제를 지적받은데다가, 최근 ‘해피빈 직장내 괴롭힘 사건'까지 터진 최인혁 전COO(현 네이버파이낸셜 대표)가 여전히 네이버 계열사의 대표직들을 다수 유지하는 배경은 뭘까.

네이버 출신 익명의 업계 관계자는 이를 최 대표에 대한 이해진 GIO의 신망이 상당히 높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그는 "이 GIO는 매우 극소수의 인물에게만 자신의 애정과 신뢰를 나눠준다"며 "매우 극소수 인물만 신뢰하는 이 GIO에게 신임을 많이 받고 있는 인물이 최 대표다"라고 말했다.

네이버 내에서도 전반적으로 최 대표의 능력과 인성에 대한 호평이 상당했다고 한다. "네이버 초창기부터 이 GIO와 함께 한 인물인데다가 후배들 사이에서도 평가가 매우 좋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독실한 종교인이기도 하다. 익명의 관계자는 "최 대표는 이해진 GIO가 네이버 내에서 신중호 라인 대표와 함께 신뢰하는 몇 안되는 인물이다"라고 말했다. 한국 국내 사업에서는 최인혁 대표, 해외 사업에서는 신중호 대표가 핵심 인물인 셈이다.

최 대표가 네이버 내에서 자기 사람들을 구축하고 세력을 만들 수 있는 인물이기 때문에, 이 GIO로서도 그의 거취를 쉽게 결정하지 못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있다. 또 다른 네이버 출신 퇴사자는 "최 대표는 이른바 ‘서울대 공대생' 출신으로는 흔치 않게 자기 사람들을 조직 내에서 구축할 수 있는 인물이다"라며 "특히 네이버 노동조합이 이토록 반발하는 배경도 네이버가 상당부분 최 대표 중심의 경영스타일로 움직여왔다고 추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IT업계 주요 임원도 "네이버가 집단 지도체제라고 하지만 사실상 이해진 GIO의 뜻에 좌우되는 수직적 조직이고 의사결정이 핵심 C레벨 모두에게 단계적 동의를 받아야 하는 상황도 있었다"며 "최근에도 이해진 GIO에게 보고하기 전에 최 대표의 뜻은 한번 확인하고 거쳐야 하는 구조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 노조 "최 대표는 구조조정 전문가"

네이버 노동조합의 평가는 어떨까. 네이버 노동조합 '공동성명'은 IT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최인혁식 경영스타일의 부작용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네이버 노조 관계자들은 최 전COO가 네이버 내 직원들의 자율성을 존중하지 않으며, 지나친 효율 중심 경영을 해왔다고 밝혔다.

노조 관계자는 "네이버 본사와 해피빈에서 벌어진 직장내 갑질 사건들은 그의 경영 스타일과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이어 "최 전COO는 저비용 고효율을 강조하는 ‘구조조정 전문가'로 통한다. 극단적인 비용절감을 만들어서 비용을 아끼며 예산을 절감하는 데 매우 최적화된 인물이다. 직원들의 자율성을 충분히 존중하지 않고 압박하는 스타일"이라고 꼬집었다.

또 이 GIO의 핵심 복심으로 알려진 최 전COO의 경영과 인사스타일이 네이버 전반에 뿌리내리고 있는 수직적·경직적 문화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고도 주장했다. 노조는 최 전COO가 본사 직책 외 계열사 모든 직위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네이버는 결국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움직인다"

어쨌든 네이버 ‘직장내 괴롭힘' 사건 이후, 네이버는 연말까지 CXO(인사, 재무 등 각 분야 최고 의사결정자)의 책임과 권한을 분산하는 새로운 조직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C레벨 중심 체제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네이버는 2018년 이후 4명의 C레벨과 80~90명의 책임리더(조직장), 리더(부서장)로 구성된 조직 체제를 중심으로 운영돼 왔다. 한성숙 CEO(대표), 박상진 CFO(재무), 채선주 CCO(커뮤니케이션), 최인혁 전 COO(운영, 내부사업 총괄)로 구성된 C레벨 임원이 네이버의 타 계열사 주요 보직을 겸직하고 경영상 주요 의사결정을 신속히 내리는 의사결정체제다.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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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이해진 GIO와 최소 10년 이상을 함께 일해온 ‘고인 물'이다. 이 GIO는 1998년 DB검색엔진 네이버를 개발, 자신이 이끌던 웹글라이더팀과 네이버컴을 설립했다. 최인혁 전 COO, 박상진 CFO는 이해진 GIO와 같은 삼성SDS출신으로 네이버 초창기부터 함께 일했다. 채선주 CCO 또한 2000년부터 네이버에서 근무해왔다. 한성숙 CEO는 이중 가장 늦은 2007년에 합류했지만 약 14년이라는 적지 않은 기간을 네이버에서 일해왔다. 해외 사업을 맡고 있는 신중호 라인 대표는 검색엔진업체 첫눈 출신으로 네이버가 첫눈을 인수한 2006년부터 임원으로 재직해왔다.

이같은 체제는 지난 2017년 이해진 GIO가 공정위에서 동일인(총수)로 지목된 이후 도입됐다. 이 GIO는 2018년부터 네이버 GIO(글로벌투자책임자, Global Investment Officer)과 라인 회장직만을 두고 네이버의 공식 의사결정 직책에서 물러났다. 이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은 변대규 기타비상무이사가, 사내이사는 한성숙 대표가 맡았다.

지난 6월 기준 네이버 C레벨 임원 겸직구조. 최인혁COO는 사내이사 8월10일 중도 사임/ 네이버 반기보고서
지난 6월 기준 네이버 C레벨 임원 겸직구조. 최인혁COO는 사내이사 8월10일 중도 사임/ 네이버 반기보고서
다만 네이버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네이버의 핵심 의사결정권은 여전히 이해진 GIO에게 있어왔다고 입을 모은다. 네이버 노조 관계자는 "이 GIO 결정에 따라서 사업의 방향이 달라지는 경우가 잦다"며 "최근 한 서비스도 이 GIO에게 보고가 들어간 이후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