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과세를 유예해야 한다는 국회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반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과세 인프라가 잘 갖춰졌고 디파이로 과세를 확장할 계획이라며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가운데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회가 부처 협의 없이 소득세법 개정안을 처리할 가능성이 제기돼 관심이 쏠린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기획재정부 종합 국정감사에서 여야가 한 목소리로 내년 가상자산 과세에 의문을 제기했다는 점에서 관련 법안 통과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내년 1월부터 가상자산 매매로 발생한 소득을 기본소득으로 보고 20%의 세금을 부과할 예정이다. 지방세까지 포함하면 22%에 달한다. 실제 납부는 2023년 5월부터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국감에서 정부가 확보할 수 있는 정보가 제한된 만큼 3개월 뒤 과세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국제 기준이 불명확해 과세 인프라를 구축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글로벌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트래블룰(자금이동규칙)을 적용해도 투자자 개인정보 외 매입 정보를 전달할 수 없다는 이유다.

유 의원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간 가상자산이 이동할 때 취득원가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는 가상자산이 해외에서 국내로 이동할 때도 마찬가지다. 가상자산 과세 대상을 산정하기 쉽지 않다는 문제가 생긴다.

유경준 의원은 "탈세, 탈루 등 가상자산을 활용한 자금세탁을 방지할 필요가 있어 과세를 결정했는데, 인프라 구축이 되지 않으면 선량한 시민들에게만 과세하는 것이 된다"고 말했다.

여당도 문제를 제기했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300만명이 거래소에 가입돼 있고 하루에 15조~16조원이 거래되고 있다"며 "살 때 가격과 팔 때 가격, 개개인별로 비교가 가능해야 하는데 인프라가 갖춰져 있냐"고 우려를 표했다.

이같은 우려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여당에서는 가상자산 과세 유예 법안을 발의한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 냈었다. 노웅래 의원은 "정부가 기본적인 책임과 의무는 방기한 채 단지 돈 버니까 세금 걷어야 한다는 것은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정부가 버는 셈이다"라고 비판했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가상자산 세제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의 거래를 전제로 설계돼 장외거래, P2P거래, 거주자의 해외거래소 이용 등 탈세 허점이 많고 채굴, 에어드랍 등 취득원가 산정이 곤란한 사례 등 과세 기준이 모호한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회에는 총 4개의 가상자산 과세 유예 법안이 발의돼 있다. 노웅래 의원 발의안을 포함해 유경준 의원, 국민의힘의 윤창현, 조명희 의원이 소득세법 개정안을 냈다.

반면 홍남기 부총리는 과세 인프라 준비를 마친 상태라며 과세 유예에 반대하고 있다. 그는 이날 열린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 1일부터 과세를 하지만 실제로 거둬 들여지는 시기는 2023년이다"라며 P2P 방식의 디파이(DeFi·탈중앙금융서비스) 서비스의 가상자산 담보대출 이자수익에 대해 25% 원천징수 계획까지 내놨다.

유경준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가상자산 과세 시스템 구축 계획안’에 따르면 가상자산 거래소는 정부로부터 과세 인프라 구축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받지 못했다. 과세 시스템을 구축한 곳이 없다.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정부가 과세를 강하게 주장하기 때문에 일단 연내 구축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며 "과세 솔루션 구축은 사실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문제는 고객이 거래한 내역을 어떻게 산정해야 할지 가이드라인이 전혀 없어 과세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어떤 기준으로 차액을 정해야 하는 지 정해진 내용이 전혀 없다. 정부가 가상자산 거래에 대해 조금 더 관찰하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토로했다.

국회에서는 부처 협의 없이 개정안을 처리할 수 있다는 강경론도 나온다. 국회 정무위 관계자는 "국회 압박에도 정부가 무리하게 과세를 추진하고 있다"며 "여야가 당론으로 가상자산 과세를 유예하기로 정한 후 여야가 합의하면 기재부와 협의 없이 법안을 통과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아라 기자 arch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