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기본적으로 방임주의에 가까운데, 너무 방임을 하다보니 지금 돌이키기 어려울 정도로 빅테크 기업들의 경제력 집중이 일어났다고 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강하게 규제해야만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그것이 다수 의견인지는 파악이 되지 않는다. 하원에서 통과된 현재 5개 패키지 법안 중 일부만 통과될 것이고 그마저도 수정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 미국이나 유럽과 상황이 다르다. '공정거래법과 시행령, 그리고 심사지침'의 구조에서 플랫폼 기업들의 자기사업 우대 등 차별적 취급을 규제하는 것이 가능하다.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의지 문제라고 본다. 또 현재 공정위도 꽤 의지가 있는 상황이다."

양용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현행 법으로도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들의 불공정행위를 규제할 수 있다고 본다. 공정거래법 등 기존 법을 개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다만 플랫폼의 특성상 불공정행위가 일어나는 시장을 어떻게 정하느냐는 '시장획정' 관련 심사지침 내용은 현재 공정위 방침대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기업들의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행위를 제재할 때 '시장획정'이 매우 중요한데, 현재 규정이 애매모호해서 공정위가 네이버 등 플랫폼 기업들이 제기한 불복 소송에서 패소했기 때문이다.

또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에는 기업 분할이 규정돼 있지 않은데, 기업들이 경쟁 제한 행위에 대한 처벌을 두려워하도록 '경쟁을 복원할 수 없을 정도'인 상황에서는 기업 분할을 할 수 있게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 위원은 지난 8월 동료인 이화령 KDI 연구위원과 함께 '미국의 플랫폼 반독점법안 도입과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미 하원에서 통과된 5개 패키지 법안의 내용을 분석하고, 이런 강력한 수준의 반독점 규제는 우리나라에서 도입할 필요가 없다는 내용이다.

- 네이버를 규제해야 할 필요 있다고 보나.

"그렇다. 다만 경쟁정책을 하고 있다 보니 기본적으로 규제란 단어는 덜 쓰려고 한다. 경쟁법은 규제라기보다는 질서와 기준에 가깝다. 그런 관점에서 플랫폼 기업에 대해 경쟁법 집행을 강화해야 한다고 본다.

플랫폼 산업에 대해 발전 초기에는 경쟁법 집행을 예외적으로 약하게 적용해왔다. 성장하는 산업이었기 때문이다. 경쟁법은 성장산업에 대해선 집행을 약하게 하는 편이다. 어느 정도 산업이 성장하면 그때부터 시장지배력이 나타나기 때문에, 여기에 대해서 경쟁법 집행을 강화하는 측면이 있다. 네이버의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에 대한 제재도 2010년까진 없었다. 그 이후부터 적용됐다."

- 네이버가 2013년 검색과 검색광고를 구분하지 않고 게시하고 시장지배 사업자 지위를 남용했다는 이유 등으로 공정위의 직권조사를 받았고 결국 동의의결(조사 대상 기업이 소비자·거래상대방 피해구제를 위해 자진해 내놓은 시정방안을 공정위가 타당하다고 인정할 경우, 법 위반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로 끝난 적이 있다.

"그렇다. 그래서 이제부터 슬슬 해 나가야 한다고 본다. 당시부터 네이버가 어느 정도 커졌다고 봐서 규제를 집행하기 시작한 듯하다. 최근엔 카카오에 대해서도 공정위가 주시하고 있기도 하다. 시장지배적지위가 형성됐다고 보면 경쟁법 집행을 강화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문제는 그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 규율을 어느 정도 하느냐가 어려운 문제다."

- 미국은 플랫폼 독점 종식 법안 등 5개 패키지 법안 등으로 본격적으로 규제에 나서고 있다.

"미국의 접근방식은 미국 사회의 특수성이 반영됐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미국은 방임주의에 가까웠다. 그런데 너무 방임을 하다보니 지금 돌이키기 어려울 정도로 빅테크 기업들의 경제력 집중이 일어났다고 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강하게 규제해야만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그것이 다수 의견인지는 파악이 되지 않는다. 현재 5개 패키지 법안이 미국 하원의 법제사법위원회까지는 통과되기는 했지만, 법사위 외 다른 의원들을 설득하는 게 가능한지는 지켜봐야 한다. 특히 공화당은 규제보다는 시장과 자유를 중시하는 전통이 있는데, 공화당 의원들 다수가 동의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그래서 상원까지 통과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지켜봐야 한다."

- 규제가 너무 강해서 통과가 어렵다? 5개 패키지 법안 가운데, '미국 온라인 시장 선택과 혁신 법률'(American Choice and Innovation Online Act)과 ‘플랫폼 독점 종식 법안'(Ending Platform Monopolies Act)을 말하는 건가. 전자가 잘못된 행위를 바로잡고자 하는 행위규제인 데 반해, 후자는 애초에 잘못된 행위가 발생할 여지를 없애고자 하는 것이며 둘 다 강력한 구조적 접근 방식이라고 보고서에 썼던데.

"그렇다. 저는 두가지 법 중 하나만 통과시켜야 한다고 본다. 이외에도 IT 대기업이 다른 기업을 인수하려면 인수 결정이 시장의 건강한 경쟁을 침해하지 않는지를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내용이 담긴 플랫폼의 경쟁 및 기회에 관한 법률(Platform Competition and Opportunity Act)도 있다. 빅테크가 구조분리를 해야 한다는 ‘플랫폼 독점 종식 법안’ 만큼이나 강력하다.

물론 기존에 갖고 있던 사업을 하지 말도록 해야 하는 법안은 아니지만, 새로운 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다. 새로운 사업을 하려면 기존 사업과 전혀 다른 사업이라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발의된 법안들이 모두 통과될 거라고 보지는 않는다. 1~2개 정도 통과될 것으로 보고, 그것도 수정돼서 통과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상한다."

- 우리나라는 미국과 상황이 다르다? 플랫폼 기업들이 다른 사업을 하지 못하도록 '금산분리(금융-산업 분리)'처럼 '플산분리(플랫폼-산업 분리)'를 하자는 주장도 있다. 소유는 그대로 두고 법인만 분리한다든지, 법인까지 그대로 두고 회계만 분리하자는 좀 더 온건한 방안도 있다.

"미국에서 이런 법안들이 발의된 것은 미국 시장의 특수한 상황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본다. 우리나라는 미국만큼 심각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 정도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보지 않는다. 구조적 사업 분할(‘플산분리')은 말할 것도 없고, 법인분리와 회계분리도 필요하지 않다고 본다. 플랫폼이 사업을 새로 시작하면 그 사업에서 거래를 효율적으로 만드는 역할을 한다. 예컨대 상품 판매자들과 최종 소비자 사이에 거래를 효율적으로 일어날 수있도록 하면서 시장의 효율을 증진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막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본다.

유럽에서도 미국과 비슷한 내용의 규제를 추진한다. 디지털시장법이 그렇다. 그런데 미국, 유럽과 우리나라는 상황이 다른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본다. 또 산업적인 측면을 감안해 봤을 때 플랫폼 기업이 성장할 여지가 있고 다른 산업에 진출해서 거래를 효율적으로 만들어서 경제 전체 효율이 높아지는 것을 장려할 필요도 있다. 다만, 그 과실이 플랫폼 기업에게만 집중되면서 갈등이 심화돼 결국 미국처럼 될 우려도 있기에, 이 부분은 견제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현재 가진 정책적 도구로 가능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해봐야 한다."

- 네이버가 과실을 독식하지 않도록 이른바 ‘착한마음'을 갖도록 해야할 필요성은 있지만, 정책적으로 이를 강요하기엔 애매하다는 의미인가?

"기업에게 스스로 ‘착한 마음'을 기대하긴 어렵고 그것을 추동할 수 있는 게 국회나 언론의 역할이라고 본다."

- 어떻게 가능할까. 과실이 네이버에만 집중되지 않고 참여자들에게 골고루 나눠주도록 해야 하나.

"언론, 국회, 시민단체의 역할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네이버나 플랫폼 기업이 입점업체나 소비자들을 고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이익을 독식한다는 점을 지적해 여론이 형성되면 기업들이 조심하려고 하지 않을까. 그럼 어느 정도 이익이 났더라도 그것을 조금이라도 나누려 하지 않을까. 이번에 카카오가 ‘상생안'을 만들겠다고 한 것도 이러한 여론의 압력 때문이라고 본다.

또 한가지는 최근 ESG(Environment, Social and Governance)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이 중 S(Social), 즉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이야기들이 더 많이 나오면 좋겠다. 기업이 사회 구성원들과 함께 이익을 공유하면서 성장하는 데에도 신경을 쓰는 분위기가 더 형성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ESG 평가기관들이 S에 더 가중치를 둔다면 기업들도 더 잘 신경을 쓸 것이고, 투자자들도 이런 것들을 보고 투자할 것이다. 전체적 분위기가 잘 형성될 것으로 본다.

정부가 규제로 추동하는 것은 중소벤처기업부가 주로 할 수 있다고 본다. 공정위가 플랫폼 기업들에 공정거래법상 거래상지위남용(불공정거래행위)을 적용해 규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공정거래법은 23조에서 거래 거절이나 차별적 취급, 경쟁자 배제 또는 방해, 부당한 고객 유인, 거래상 지위 남용, 사업활동 방해, 부당한 지원 등 불공정행위 금지를 규정하고 있다.) 거래상지위남용행위는 주로 하도급법, 가맹사업법, 대규모유통법, 대리점법을 통해서 규제해왔다. 그러다보니 공정위가 (플랫폼 기업에 대해선)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플법)을 특별법으로 만들고자 한 것이다."

- 그런데 온플법은 주로 입점업체와 플랫폼 간 ‘갑을관계'를 다룬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미국이나 유럽처럼 전반적인 플랫폼의 특성을 고려한 규제는 부족하다. 빅테크의 자기사업 우대 행위에 대해서도 공정위는 심사지침을 통해서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플랫폼 기업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지 않나? 예컨대 미국의 5개 패키지법안이나 유럽의 디지털시장법에 비해 미흡해보인다.

"그 법들에 비해선 규제강도가 낮다. 기본적으로 우리 온플법은 경쟁법으로 기획된 것이 아니고 거래상지위 남용을 규율하기 위해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만큼의 내용만 들어가있고, 유럽의 디지털시장법이나 미국의 반독점법 내용 중 경쟁과 관련된 것은 기존의 공정거래법으로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 공정위의 입장으로 본다. 그리고 나는 이를 지지한다.

미국에선 자기사업 우대나 차별적 취급을 금지하는 내용이 입법안에 함께 들어가 있다. 그런데 이는 미국적 특수성에 기인한다. 미국의 반독점법은 담합이나 독점 관련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그 외에는 FTC(연방거래위원회)법에서 보면 불공정경쟁 수단이라는 조항이 있긴 했다. 그러나 이부분은 잘 활용되지 않아왔다. 그래서 법 집행이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기본적으로 미국은 정부가 ‘이것은 잘못됐다'라고 최종 의결을 하는 게 아니라, 정부가 기업의 불공정행위를 적발해 소송을 걸면 법원이 판단을 내리는 구조다.(우리나라는 공정위가 조사, 의결까지 하고 기업이 이에 불복하면 소송으로 간다.) 그리고 그것이 경쟁법 집행에 하나의 장벽처럼 보인다. 그래서 미국 내에서는 ‘(정부가) 소송을 걸어도 이길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지금 고려돼서 법 제정으로 플랫폼 기업들의 불공정행위를 명확히 하려는 듯하다. 그간 미국 법원의 판단 기조가 1970년대 이후 사업자에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하고 판결돼 왔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저 법원에 맡겨둬선 안 된다는 판단 하에 입법적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듯하다."

-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은 이미 미국, 유럽 상황과 다르게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빅테크의 자기사업 우대 등을 현행법으로도 규제가 가능하다는 것인가?

"그렇다. 공정거래법과 시행령, 그리고 심사지침. 이 구조에서 차별적 취급을 규제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래서 사실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는 공정위의 의지 문제라고 본다. 또 현재 공정위도 꽤 의지가 있는 상황이다. 플랫폼 기업에 대해서 경쟁법 집행 강화 의지가 있는 상황이고, 그렇기 때문에 지금 하려는대로 하면 그 자체로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 자기사업 우대와 관련해서도 꽤 많이 사건화를 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의결이 된 것도 있지만 조사 중인 게 있는 등 사건화를 위해서 들고 있는 것들이 꽤 있다.

다만 공정위가 경쟁법 집행을 강화하겠다고 해도, 장애물이 있다면 시장획정 부분일 것이다. 시장획정 관련한 문제들이 꽤 있다. 기존에도 최근 10년 정도 흐름을 보면 공정위가 의결을 하고 시정조치를 내리면 여기에서 늘 피심인(기업) 측에서 획정을 잘못했다고 소송을 가져가면 시장획정 때문에 공정위가 패소하는 경우가 있었다.(공정위는 2008년에도 네이버와의 소송에서 ‘시장 획정'을 잘못했다는 이유로 패소한 경험이 있다.) 특히 플랫폼 부분에서는 시장획정이 더욱 까다롭다고 보는 견해들이 많다. 공정위에서도 실제로 획정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

- 공정위도 (심사지침을 통해) 시장획정 규정을 완화하려고 한다. 필수적 중개력 개념을 도입하고 가입자 수, 보유 데이터량 등을 종합 고려해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판단하겠다는 내용으로 제도를 개선하려고 한다.

"그렇다. 그런 방향에서의 제도 개선이 있다. 제도를 바꿔야한다고 본다. 시장획정을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변경이 필요하다고 본다."

- 소송에서 지지 않으려면 공정거래법을 손봐야 하는 것 아닌가.

"심사지침으로도 가능하다. 법에는 시장획정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규정돼 있지 않다. 시행령과 심사지침 단계까지 내려가서 규정한다. 시장을 어떻게 획정해야 하는지는 늘 법원에서 다퉈온 문제다. 그동안에는 법원 판례를 따랐다. 시장획정 개선 내용이 심사지침에 들어갈 필요가 있다."

- 자기사업 우대 금지도 심사지침에 넣는다고 한다. 그래도 공정거래법 개정 등으로 입법화 해야 수월할 것 같은데, 심사지침도 충분하다고 보는 건가.

"그렇다. 법원에서도 심사지침을 많이 보고 그에 따라 판결을 내리기 때문이다."

- 네이버 규제 필요성을 공감은 하시지만 현행법으로도 가능하다는 입장인 듯하다. 다만 네이버 규제 필요성을 느끼게 된 계기가 있나.

"네이버만은 아니다. 플랫폼 기업 전반에 대한 규제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플랫폼 기업들은 생활을 편리하게 해줬다. 그러나 시장점유율이 높은 플랫폼 기업들이 슬슬 시장에서 경쟁 플랫폼들을 견제하려는 모습들을 보이고 있다. 다만 네이버뿐 아니라 구글도 마찬가지다. 네이버로만 우선 한정을 한다면 이미 다 알려진 케이스지만 쇼핑, 부동산, 동영상 등이 대표적이다. 검색에 있어선 과거 네이버카페에 대한 외부검색을 차단하는 식으로 경쟁을 억제하려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런 점들이 규제 필요성에 공감하는 계기가 됐다."

- 지난 8월 쓴 보고서에서는, GAFA의 경제력 집중과 비교하면 현재로선 네이버, 카카오 지위가 그와 비견될만큼 공고하다 보기 어렵다고 했다.

"보고서에 쓴 바와 같이 GAFA는 2021년 7월 기준으로 시가총액의 합은 미국 전체 상장기업의 약 15% 수준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네이버, 카카오,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의 합이 지난달 기준 5.7%정도 된다. 미국은 한국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의 상장기업들이 있다. 우리나라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본다. 국내에서 비교해봐도 삼성전자가 전체 국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7%다. 네이버, 카카오가 그 정도 규모까지 되려면 3배는 커져야 한다. 이런 여러가지 면들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는 아직 네이버, 카카오의 경제력 집중이 심각하다고 볼 정도는 아니다."

- 네이버와 카카오를 국내에서 강하게 규제하면 구글 같은 해외 플랫폼들에 비해 성장력이 약해져, 국가적 손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이미 네이버는 라인을 중심으로 동남아와 일본 등에서 상당히 장악력이 높은 글로벌 플랫폼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 부분에선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다른 분들이 하시는 말씀들을 수용한다. 경쟁법 전문가나 산업정책 박사들도 비슷하게 생각을 한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국내에서는 큰 기업이지만 GAFA와 경쟁하기엔 규모가 작다. 시장에서 이들과 맞붙었을 때 네이버와 카카오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우려가 있다고들 말한다."

- 미국 빅테크 규제 이야기로 돌아가서, 5개 패키지 법안 가운데 ‘플랫폼 독점 종식 법률’은 사업 분리를 통한 구조적 접근 방식을 취한다. 보고서에서는 이에 대해서도 소비자 후생을 저해할 수 있고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 빅테크의 자기사업 우대 행위에 대해선 어떻게 견제해야 한다고 보나.

"플랫폼 사업에 새로 진출하면 기존의 거래를 더욱 효율적으로 일어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에, 이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장려해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독점화될 경우엔 우려가 있을 수 있다. 이해상충 문제로 흐르면 자기사업 우대를 통해 경제력이 집중될 수 있다. 그러면 소비자 후생 측면에서 좋지 않은 영향은 물론, 경제력 집중과 독점 문제로도 흐를 수 있다. 그래서 이 두 가지를 잘 비교해야 한다. 균형적인 접근을 하려면 플랫폼에 새로운 사업 진출에 대한 진입은 장려하되, 진입을 통해서 생긴 이득을 플랫폼 혼자서 독식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 참여자들과 함께 나눌 수 있도록 독려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효율성과 상생을 함께 잡을 수있다.

미국의 플랫폼 독점 종식 법률안은 빅테크 기업이 이해상충이 있는 사업을 하지 말라는 내용인데, 이 법안의 통과 가능성 자체를 낮게 본다. 미국도 불가능해보이는데 우리나라가 그 정도 규제가 가능할지 모르겠다. 또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구조적 조치가 불가능한 측면이 있다. 미국에선 구조적 조치 없이 경쟁 복원이 어렵다고 판단했을 때 구조적 조치를 내린 전례들이 있다. AT&T를 분할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또 2000년대 후반엔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의 익스플로러 사업 분할 논의도 있었다. 그러다가 부시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취소하는 방향으로 가긴 했지만.

그런데 우리나라는 공정거래법상 시정조치로 이런 구조적 조치들을 내릴 수 없도록 돼 있다. 기업분리를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것들을 고려해서 봐야 한다고 본다. 매각하지 않으면 해당 시장에서 경쟁을 복원할 수 없을 정도에만, 이런 전제가 입증되면 가능하다고 본다. 즉 이해상충이 존재하는 사업 부문이라고만 해서 빅테크 기업이 사업부분을 매각해야 한다고 보진 않는다."

- 현재 상황에서는 플랫폼 기업에 대한 기업 분리가 적절하지 않지만, 공정거래법에서 기업 분리가 가능하도록 입법화 해야 한다?

"그렇다. 기업들이 앞으로 경쟁제한 행위에 대해 무서워하고 경각심을 갖도록 예방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 네이버는 이용자들의 데이터를 상당히 샅샅이 확보한다. 이같은 데이터 확보를 하다보면 네트워크 효과로 인해 신규 사업자들의 진입이 더욱 어려워지는 문제도 지적이 나온다. 지난 9월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빅테크의 데이터 독점을 막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른바 데이터이동성 개념이다. 필요하다고 보나.

"아직 신중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본다. 필요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미국 5개 패키지 법안 중 ​‘서비스 전환 활성화를 통한 경쟁과 호환성 증진 법률'(Augmenting Compatibility and Competition by Enabling Services Switching(ACCESS) Act)에도 데이터의 중요성과 이와 관련한 전환비용에 주목해 플랫폼 간 데이터 이동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보장하는 방식으로 거대 플랫폼을 규율하는 내용이 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법안 통과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이미 EU는 2019년에 데이터이동권 담긴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많은 우려의 목소리들이 있고 이를 경청할 필요가 있다. 당장 경쟁사업자들에게는 좋겠지만, 데이터를 이미 많이 확보한 플랫폼 기업은 데이터를 나눠야 한다. 플랫폼 규모에 관계없이 이동성, 호환성을 지켜야 한다고 규정돼 있는데, 그러면 굳이 데이터를 모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데이터를 수집·이용해 신규 사업을 하려는 유인이 떨어지게 되면 경쟁이 더 안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다. 과연 중소 플랫폼들을 보호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소비자들이 대형 플랫폼을 선호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경쟁을 넘어서 개인정보 차원에서도 우려가 된다."


대담=정재형 취재본부장,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