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생태계 발전을 위한 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 납입처 확대 요구가 있지만, 새로운 주체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자 추가를 놓고 역차별 논란이 인다. 국내 사업자와 달리 넷플릭스 등 해외 업체의 방발기금 납입 가능성은 낮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설령 외산 사업자에 방발기금을 부과하려 해도 국내 매출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할 경우 비용 산정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국내 OTT 사업자인 (왼쪽부터) 웨이브, 티빙, 왓챠 로고 / IT조선 DB
국내 OTT 사업자인 (왼쪽부터) 웨이브, 티빙, 왓챠 로고 / IT조선 DB
28일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와 OTT 업계에 따르면, 최근 방발기금 징수 주체로 OTT 사업자를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미디어 업계 성장이 정체하면서 방발기금 재원이 줄어들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방송·통신사업자뿐 아니라 부가통신사업자도 조달 주체가 돼야 한다는 논의가 나오면서 그중 하나로 OTT 사업자가 지목되고 있다.

방발기금은 정부 허가로 독점 지위를 갖게 된 사업자가 방송통신 진흥을 위해 내는 부담금이다. 부가통신사업자는 정부 허가로 사업을 진행하지 않기에 기금 성격과 맞지 않다는 논의가 있지만, 그럼에도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선상에서 방송·통신사업자와 동일하게 기금을 부과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다는 논의가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일례로 한국언론학회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한준호 의원(더불어민주당), 김영식 의원(국민의힘)이 9월 공동 주최한 세미나에선 방발기금 제도 합리화 방안을 논하는 과정에서 방발기금 징수 주체 중 하나로 OTT 사업자를 짚었다.

해당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은 최우정 계명대 교수는 "미디어 생태계에 존재하는 모든 미디어 사업자가 (방발기금 재원 마련에) 포함돼야 한다"며 "방송 및 통신 사업자뿐 아니라 플랫폼이나 포털, OTT 사업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 역시 8월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방발기금 재원 확대를 위해 OTT 업계 징수가 필요한지 질문이 나오자 "당연히 해야 한다"며 "뉴미디어가 산업을 영위 함으로써 얻는 수익을 시장에 환원하고 재투자해야 한다. (징수) 필요성에 동의하며 추진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방발기금 징수 주체로 OTT 사업자를 포함하는 과정에서 자칫 국내외 OTT 사업자 역차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러 법제를 마련해 OTT 사업자에 방발기금을 징수한다고 한들 국내 OTT 사업자만 부담할 뿐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사업자는 이를 피해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OTT 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 사업자에 방발기금을 부과할 수 있을지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통상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의견을 낸 적 있다"며 "규제 실효성 측면에서 해외 사업자에게 기금을 부과할 수 있을지와 관련해선 정부가 법을 만든다 한들 불가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넷플릭스에 이어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플러스 등 해외 공룡 OTT 사업자의 국내 사업 진출이 본격화하면서 토종 OTT 사업자 위기론이 대두한 상황에서 이같은 역차별이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일각에서는 설사 해외 OTT 사업자를 방발기금 징수 주체로 포함한다고 한들 징수 형평성에 문제가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방발기금의 경우 사업자 매출을 근거로 일정 비율의 징수액을 부과하는데, 글로벌 OTT 사업자 매출을 명확히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게 근거다.

또 다른 OTT 업계 관계자는 "부가통신사업자에게 방발기금을 징수한다면 (매출 대신) 새로운 기준을 잡아야 한다"며 "시장 점유율이나 트래픽을 따진다든지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지표를 삼아야지 매출액으로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방발기금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무리하게 OTT 사업자를 포함하기보다는 펀드 형태의 새로운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김용희 오픈루트 전문위원은 "방발기금 확대 취지는 공감하지만 (OTT 사업자 포함은) 쉽지 않다. OTT 사업자를 어떻게 정의할지 기준이 모호한 상황에서 일반 법 체제로 간다면 영상을 취급하는 모든 플랫폼 사업자에게 (방발기금을) 받아야 하는데 쉽지 않다"며 "지금 형태로선 오히려 방발기금을 줄이면서 대체할 수 있는 다른 펀드를 정책적으로 고민할 때다"고 말했다.

방발기금은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제42조에 따라 방송통신 진흥을 지원하고자 마련된 기금이다. 공익 프로그램 제작 지원과 연구 개발, 서비스 활성화, 기반조성사업 등에 쓰인다. 지상파 등 방송 사업자와 이동통신 3사 등의 통신 사업자가 부과한 특별부담금을 재원으로 한다.

김평화 기자 peaec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