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기회 잡은 韓 감독·제작사는 누구?

북마크 완료!

마이페이지의 ‘북마크한 기사’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북마크한 기사 보러가기 close
입력 2021.11.06 06:00
국내 스타 감독들이 넷플릭스와 손잡고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이면서 자신만의 색채를 완전히 드러낸 작품을 내놓는다. 그동안 투자받기 힘들었던 장르의 시나리오가 영화화되며 글로벌 시청자와 만나는 기회를 얻는다. 국내 콘텐츠 제작사 역시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가 흥행하면서 역량을 인정받아 글로벌 사업 기회 확보를 꾀한다.

옥자 홍보 이미지 / 넷플릭스 홈페이지 갈무리
봉준호, 넷플릭스서 옥자 선보이며 "100% 컨트롤 할 수 있는 조건이었다"

5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콘텐츠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국내 콘텐츠 투자 규모를 키우는 등 사업 영역을 넓히면서 문화·콘텐츠 업계가 넷플릭스발 특수를 얻고 있다.

넷플릭스는 국내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이고자 2020년까지 총 7700억원을 투자했다. 올해는 투자 규모를 키워 한 해에만 55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OTT 업계에선 한국 시장의 중요도가 커지면서 향후 넷플릭스 국내 투자 규모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2016년 국내 시장 진출 이후 2018년부터 총 33편의 국내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였다. 2018년 예능 콘텐츠 위주의 4개 작품을 내놓은 후 2019년엔 6개, 2020년엔 8개 오리지널 콘텐츠를 각각 선보였다. 올해는 5일 기준 지난해 두 배 수준인 15개의 작품을 내놓은 상태다.

넷플릭스는 국내 오리지널 콘텐츠를 여럿 선보이는 과정에서 스타 감독들과 함께했다. 포문을 연 대상은 <기생충>, <설국열차>로 대표되는 봉준호 감독이다. 봉 감독은 2017년 넷플릭스로부터 약 5000만달러(592억7500만원)의 제작비를 투자받아 넷플릭스와 극장에서 <옥자>를 동시에 선보였다. 넷플릭스가 국내 오리지널 콘텐츠를 본격적으로 선보이기 전, 길을 닦은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당시 영화 제작과 개봉을 모두 넷플릭스에서 진행하는 방식은 흔치 않은 시도였다. 넷플릭스에서 영화를 선보이는 일이 업계 생태계를 파괴하는 일이라며 CGV 등 멀티플렉스 업계가 옥자 상영을 거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봉 감독이라는 상징성과 함께 영화가 입소문을 타면서 흥행 성과를 얻었다.

봉 감독은 영화 제작 당시 상상 속 동물인 옥자를 스크린에 구현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투자를 받아야 했다. 넷플릭스는 이같은 투자를 지원하면서도 영화 제작 과정에 개입하지 않았다. 투자사 입김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기존의 영화 제작 환경과 달랐던 만큼 봉 감독 색채를 옥자에 그대로 담을 수 있었다.

봉 감독은 2017년 5월 옥자 기자 간담회 당시 "이 정도 규모의 영화를 제가 100% 컨트롤 할 수 있는 조건을 줬기에 (넷플릭스 개봉을)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며 넷플릭스와 손잡게 된 배경을 밝히기도 했다.

황동혁 감독 / 조선비즈 DB
오징어 게임 효과에 황동혁 감독 전작 ‘남한산성’도 글로벌 시청자 만난다

올해 넷플릭스에서 각각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인 <승리호>의 조성희 감독과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도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으로 성과를 거둔 사례다.

승리호의 경우 2019년 제작됐음에도 개봉일 연기를 지속했다. 한국형 SF 영화를 지향하면서 제작비만 240억원을 투입했다 보니 코로나19 확산 시기에 극장에서 개봉하게 되면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결국 올해 2월 넷플릭스행을 택한 후 상황은 반전됐다. 승리호는 개봉 후 세계 곳곳에서 흥행을 기록했다. 첫 공개 후 28일간 세계 2600만이 넘는 유료 가구의 선택을 받았다.

올해 9월 공개된 <오징어 게임>은 황 감독이 10년을 묵힌 시나리오에서 나왔다. 황 감독은 그간 오징어 게임의 영화화를 시도했지만 내용이 잔인한 데다 상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투자를 받지 못했다. 그러다 넷플릭스를 만났다. 넷플릭스를 통해 세계 시청자와 만나면서 1억4200만 이상의 글로벌 유료 가구가 시청한 국내 오리지널 콘텐츠가 됐다. 넷플릭스 미국 전체 회원 수보다 큰 규모다.

오징어 게임이 전례 없는 글로벌 흥행을 기록하면서 K-콘텐츠도 새롭게 조명 받는 기회를 얻었다. 미국 매체인 블룸버그는 "오징어 게임으로 한국 창작자는 미국 중심의 할리우드와 경쟁할 수 있는 콘텐츠 제작 능력을 입증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이 흥행하면서 황 감독의 전작을 글로벌 지역에 추가로 선보이는 행보도 더했다. 넷플릭스는 3일(현지시각) 황 감독의 <수상한 그녀>와 <도가니>, <남한산성> 등의 작품을 미국에서 공개한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인 오징어 게임 예고편 일부 이미지 / 넷플릭스 홈페이지 갈무리
덱스터· 스튜디오드래곤, 넷플릭스 손잡고 글로벌 사업 기회 확대

넷플릭스는 최근 개최한 다수 행사에서 국내 오리지널 콘텐츠 흥행 이면에 국내 제작사 역량이 있다고 강조했다. 9월엔 국내서 ‘넷플릭스 파트너 데이'를 개최, 장기 계약을 맺고 협력하는 국내 주요 제작사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서 소개된 셀(특수 분장)과 덱스터스튜디오(색 보정), 라이브톤(음향), 아이유노 SDI 그룹(더빙·자막), 웨스트월드(VFX) 등의 제작사는 넷플릭스와의 협력 성과를 인정받아 글로벌 단위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덱스터스튜디오는 2019년부터 넷플릭스와 협업하면서 킹덤과 승리호 등 다수 국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참여하며 역량을 인정받았다. 그 결과 연간 개봉하는 국내 영화 색 보정(DI) 작업의 40%를 담당하는 곳이 됐다. 올해 상반기엔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한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덱스터스튜디오의 음향 자회사인 라이브톤도 넷플릭스와 작업하면서 국내 실적 향상과 함께 글로벌 진출 기회를 얻었다. 최태영 라이브톤 대표는 넷플릭스 파트너 데이에서 "현재 해외 아티스트로부터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고 있다"며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 흥행이 한국 사운드 해외 진출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스튜디오드래곤 역시 넷플릭스 성장세와 함께 글로벌 사업 기회를 엿보는 주요 콘텐츠 제작사다. 스튜디오드래곤은 4일 진행한 3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넷플릭스와 글로벌 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넷플릭스 협력 사례를 통해 다른 글로벌 OTT와의 협업도 꾀하고 있다는 설명을 더했다.

강철구 스튜디오드래곤 대표는 당일 콘퍼런스콜에서 "넷플릭스US와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리메이크 기획 개발 계약의 마무리 단계에 있다"며 "약 5개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 편성을 확정하고 제작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넷플릭스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공급 계약을 맺은 상태다. 하나금융투자 등 증권 업계에선 스튜디오드래곤이 넷플릭스와 향후에도 공급 계약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넷플릭스 파트너 데이에서 셀, 덱스터스튜디오, 라이브톤, 웨스트월드, 아이유노 SDI 그룹 등 국내 콘텐츠 제작사 관계자가 나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 넷플릭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


0
주요 뉴스
지금 주목할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