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 이어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플러스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자가 11 한국에 상륙한다. 각사별 사업 전략을 토대로 치열한 가입자 확보 전쟁을 예고한다.

넷플릭스는 오징어게임을 비롯해 디피(D.P), 승리호 등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이미 한국 시장을 선점했지만, 경쟁사의 한국 진입이 어려운 것은 아니다. 가입과 해지가 쉬운 OTT 특성상 단기적으로는 콘텐츠 경쟁력이 두드러지는 디즈니플러스가 약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넷플릭스가 방어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넷플릭스 국내 오리지널 시리즈인 오징어 게임 예고편 이미지 / 넷플릭스 홈페이지 갈무리
넷플릭스 국내 오리지널 시리즈인 오징어 게임 예고편 이미지 / 넷플릭스 홈페이지 갈무리
디즈니플러스 진출 소식에 애플TV플러스 깜짝 진출 선언까지

6일 OTT 업계에 따르면, 국내 OTT 시장이 글로벌 OTT 사업자에게 매력적인 투자처로 거듭나고 있다. 국내에서 제작된 콘텐츠가 글로벌 OTT 시장에서 잇달아 흥행 기록을 세우며 K-콘텐츠 경쟁력을 입증한 덕분이다.

글로벌 OTT 시장 1위 사업자인 넷플릭스는 2016년 국내 OTT 시장에 진출한 후 2018년부터 국내 오리지널 콘텐츠를 꾸준히 선보였다. 그 결과 2019년 <킹덤>을 시작으로 올해는 <승리호>와 <오징어 게임>으로 글로벌 흥행을 기록했다. 9월 선보인 오징어 게임은 미국 전체 넷플릭스 가입자 수보다 많은 세계 1억4200만 유료 가구가 시청한 전례 없는 흥행 사례를 낳기도 했다.

넷플릭스는 국내 콘텐츠 제작 역량이 세계적인 수준이기에 국내 오리지널 콘텐츠가 연이어 글로벌 흥행을 기록할 수 있었다고 짚었다. 한국적인 것이 곧 세계적이라는 평가도 더했다.

닐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총괄 부사장은 4일 한국에서 개최한 기자 간담회에서 "한류는 이제 아시아만 국한하는 게 아니라 세계에 퍼지고 있다"며 "한국이 앞으로 세계 글로벌 엔터테인먼트와 스토리텔링 중심에 서게 될 것이다"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넷플릭스가 국내서 사업 성장을 이어가자 글로벌 OTT 2위 사업자인 디즈니플러스도 12일 국내 서비스 진출을 공식화했다. 디즈니플러스 운영사인 월트디즈니는 8월 한국 시장 진출을 선언한 데 이어 10월엔 국내서 기자 간담회를 개최하고 사업 계획을 구체화했다.

디즈니플러스 안내 이미지 / 월트디즈니코리아
디즈니플러스 안내 이미지 / 월트디즈니코리아
월트디즈니는 한국과 함께 대만과 홍콩에서 각각 디즈니플러스를 선보이면서 아시아·태평양(아태) 지역에서 2022년까지 총 18개의 지역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그중 7편(38.8%)은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로 책정했다. 다른 지역에서 한정된 콘텐츠 분야를 선보이는 것과 달리 국내선 드라마와 영화, 예능 등의 다수 장르를 선보인다는 계획을 밝혔다. 국내 OTT 시장에 거는 기대가 그만큼 큰 셈이다.

실제 제이 트리니다드 월트디즈니 아태 지역 DTC 총괄은 10월 개최된 국내 행사서 "최근 몇 년간 창의적인 인재와 세계 최초 콘텐츠가 한국에서 나왔다"며 "이에 발맞춰 한국의 뛰어난 인재와 협력해 한국 크리에이티브 영감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기대 섞인 전망을 내놨다.

디즈니플러스의 국내 출시 계획이 소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애플의 깜짝 선언이 이어졌다. 애플은 10월 25일 자사 OTT인 애플TV플러스와 OTT 스트리밍 기기인 애플TV 4K를 국내에 선보인다고 밝혔다. 애플이 예고한 애플TV플러스 출시일은 11월 4일로, 디즈니플러스 국내 출시 시점보다 딱 8일 빨랐다.

글로벌 OTT 3사, 각사 장점 최대 부각…"애플TV플러스 고전할 수도"

글로벌 OTT 3사는 국내서 서비스 경쟁을 본격화하기 전 TV에서 대리전을 치르고 있다.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플러스는 10월 말부터 TV에서 각각 자사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디즈니플러스는 마블 시리즈 등의 콘텐츠 경쟁력을 뽐내는 내용을, 애플TV플러스는 국내 첫 오리지널 콘텐츠인 <닥터(Dr.)브레인>을 전면에 내세우는 모습이다. 넷플릭스 역시 공개 예정인 오리지널 콘텐츠 <지옥>을 TV서 광고하고 있다.

OTT 업계는 글로벌 OTT 사업자별로 강점이 다른 만큼 앞으로 차별성에 기반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내다본다.

넷플릭스의 경우 비교적 오랜 국내 사업 경험을 쌓은 만큼 그간 구축한 국내 콘텐츠 제작사와의 협력을 강화하면서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증권 업계는 넷플릭스가 올해 5500억원의 국내 투자 계획을 밝혔는데, 향후 투자 규모를 더 키울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디즈니플러스는 디즈니와 픽사, 마블, 스타워즈, 내셔널 지오그래픽, 스타 등 6개 콘텐츠 브랜드를 무기로 국내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대중적인 인기를 끄는 마블 시리즈 등을 통해 가입자 확보를 내다본다. 점진적으로 국내 콘텐츠 투자 규모를 키울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내비친 상태다.

애플TV 4K 화면 예시 / 애플
애플TV 4K 화면 예시 / 애플
애플TV플러스는 자사 오리지널 콘텐츠만 제공하기에 외부 제휴 콘텐츠를 두는 넷플릭스 등의 다른 OTT보다 콘텐츠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애플은 이를 보완하고자 애플TV 4K와 애플TV 앱 등을 함께 선보인 상태다. 애플TV 4K로 고품질 영상 시청을 제공하고, 애플TV 앱에선 애플TV플러스와 함께 웨이브, 왓챠 등 국내 OTT 페이지를 별도로 구성, 타사 OTT를 가입한 시청자가 관련 콘텐츠를 볼 수 있도록 플랫폼을 제공한다.

성동규 중앙대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는 "넷플릭스가 2012년 하우스 오브 카드를 선보이면서 오랜 기간에 걸쳐 2억1000명 넘는 가입자를 확보한 것과 달리 디즈니플러스는 출시 후 1년 반 만에 1억명 넘는 가입자를 확보했다. 콘텐츠 파워 덕분이다"며 "넷플릭스가 오징어 게임 흥행을 기록했지만 향후 한두 개 콘텐츠에서 (흥행에) 실패하면 국내서 디즈니플러스가 금방 넷플릭스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OTT는 가입과 해지가 쉬운 만큼 콘텐츠에 따라 가입자가 이동할 수 있다"며 "애플TV플러스는 국내서 저가 전략으로 나오긴 했지만, 가입자에게 오리지널 콘텐츠만 제공하고 있다 보니 콘텐츠 경쟁력이 취약해 국내서 일정 기간은 고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