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OLED(올레드) TV 출시설은 잊을만 하면 나온다. 삼성전자는 삼성디스플레이의 QD디스플레이(QD-OLED) 패널로 고가 TV 라인업을 꾸리는데, LG디스플레이의 WOLED(화이트 OLED) 패널로도 TV를 생산한다는 것이다. 루머가 현실화 한다면, 삼성전자는 QD디스플레이 TV와 OLED TV를 새로운 고가 TV 라인업으로 내세울 수 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사장은 올해 상반기 증권가를 중심으로 퍼진 OLED TV 출시설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직접 밝혔다.

그런데 내년 TV 라인업 발표를 앞둔 삼성전자가 OLED TV를 출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다시 고개를 든다. 삼성디스플레이의 내년 QD디스플레이 패널 공급 상황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전망 탓이다. 상대적으로 OLED 수급량이 많은 LG전자가 프리미엄 TV 시장을 OLED TV를 활용해 장악할 경우, 고가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밀릴 수 있다. 삼성전자가 향후 TV 사업전략을 최근 미세하게 틀었다는 정보가 하나 둘 접수된다.

LG OLED 에보 / LG전자
LG OLED 에보 / LG전자
14일 TV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LG전자는 삼성전자의 OLED TV 시장 진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삼성전자가 OLED TV를 출시할 경우 벌어질 상황과 그에 따른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LG전자 내부에서 삼성전자의 OLED TV 시장 진출과 관련한 얘기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고, 진위 여부를 파악 중인 것으로 안다"며 "삼성전자 OLED TV가 시장에 나올 경우, LG전자가 어떤 마케팅 전략과 가격 정책으로 대응해야 할 지 하나의 시나리오로 짜놓는 수준이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세계 OLED TV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올해 OLED TV 판매 목표인 400만대 역시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본다. LG전자는 3분기 실적발표에서 전체 TV 매출 중 OLED TV 비중은 32%로, 전년 대비 24% 늘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애초 2021년 글로벌 OLED TV 출하량은 580만대였지만, 예상 수치는 6월말 610만대에서 9월 650만대로 재차 전망치가 높아졌다.

전자업계는 LG전자 OLED TV의 가파른 성장세를 본 삼성전자가 상황 변화를 두고 보고만 있지 못할 것으로 전망한다. OLED 기반 TV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QD디스플레이 TV가 성숙하기도 전에 WOLED 패널을 활용한 LG전자의 TV가 프리미엄 시장을 독차지 할 것이란 우려에서다.

삼성디스플레이의 QD와 LG디스플레이의 WOLED는 같은 OLED 기술을 쓰지만, 양산 방식이 다르다. LG디스플레이의 WOLED는 백색 OLED를 광원으로 사용하는 반면 QD는 청색 OLED 소재를 광원으로 쓰고 QD 필터로 색상을 표현한 기술이다. QD는 WOLED 대비 높은 발광효율과 초고해상도 구현이 가능한 기술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QD디스플레이 TV의 연간 물량은 50만대쯤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도 50%를 넘지 않아 수익성이 떨어지고, 시장 반응도 불확실하다.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사장(오른쪽)이 4월 21일 ‘월드IT쇼2021’ 삼성전자 부스에서 최기영 전 과기정통부 장관을 맞이하는 모습 / 이광영 기자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사장(오른쪽)이 4월 21일 ‘월드IT쇼2021’ 삼성전자 부스에서 최기영 전 과기정통부 장관을 맞이하는 모습 / 이광영 기자
삼성전자가 OLED TV 시장에 진출할 경우, 초반부터 상당한 파급력이 있을 전망이다. 유의미한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해 수익을 일정 부분 포기하는 공격적 마케팅을 펼칠 수 있는 탓이다.

TV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OLED TV 시장에 뛰어든다는 것은, 결국 모든 TV 거래선과 유통업계가 OLED TV를 프리미엄 제품으로 인정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부분이다"며 "다만 LG전자 입장에서는 대형 사업자인 삼성전자와 경쟁해야 한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요소도 있다"고 말했다.

디스플레이 업계 역시 삼성전자가 LG전자 방식의 OLED TV 출시 가능성을 유력하게 본다. 삼성전자가 OLED 기반 기술인 QD디스플레이 제품 출시를 확정지은 만큼, WOLED로의 라인업 확장은 당연한 수순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QD디스플레이 TV 출시는 기존 LCD TV(QLED) 위주 라인업을 OLED 기반 TV로 교체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라며 "실제 LG디스플레이와 거래가 없더라도 향후 WOLED 패널을 공급받을 가능성은 언제든 열려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VD사업부 관계자는 OLED TV 출시설에 대해 ‘가능성이 없다’는 과거 입장과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