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18일 "커피 선물 가격이 2012년 1월 이후 최고수준으로 상승했으며, 올해 들어서 80% 이상 올랐다"라는 당일자 CNN의 뉴스를 인용하여 보도한 국내 신문기사를 읽었다. 가격급등의 원인으로는 세계 최대 커피 원두 생산국인 브라질이 겪는 이상기후를 꼽았다.
커피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때는 올해 7월 브라질에서 냉해 피해를 입은 이후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브라질의 커피 재배 지역은 거의 100년 만의 최악의 가뭄을 겪었는데, 올해 7월에는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지며 1994년 이후 최악의 서리를 맞음에 따라 커피를 비롯한 많은 농작물이 큰 타격을 입었다.
사실 최근 몇 년간의 국제 커피가격은 2016~2018년 사이의 비료 가격인상, 커피 녹병과 해충 및 질병의 피해, 가뭄이나 허리케인과 같은 자연재해 등의 영향뿐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한 국경간 이동제한으로 인한 수확량 급감과 국제 무역의 감소 등 여러 가지 이유로 계속 인상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 냉해까지 덮쳐진 터라 그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그런데 커피 수요는 코로나19 팬데믹에도 전혀 위축되지 아니하였다고 한다.
뉴욕 선물거래소의 아라비카커피 선물가격은 보통 파운드당 100센트를 유지하고 있는데 올해 7월 26일에는 통상적인 가격의 2배가 넘는 파운드당 208센트에 거래되었다. 그 후에도 8월 말과 9월 중순 이후에도 파운드당 200센트를 웃도는 가격으로 거래되었다.
국내에서 커피를 유통하는 어떤 업체는 이미 도매가격을 제외하고 로스터리 카페에서 주로 사용하는 브라질과 콜롬비아 커피의 소매가격을 킬로그램당 2000원에서 3000원까지 큰 폭으로 인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유명 커피생두 유통업체인 지에스씨인터내셔널이나 레헴코리아 등은 지난 8월과 9월 중 과테말라나 콜롬비아 등의 중남미산 생두를 큰 폭으로 인상된 가격으로 새롭게 수입하게 되어 어쩔 수 없이 국내 커피생두 판매가격을 올리게 되었다고 한다. 이에 커피음료를 판매하는 커피 전문점 역시 거센 가격 인상의 압박을 받고 있다.
커피생두 재고를 많이 확보하고 있는 대형 커피 체인점이나 대규모 프랜차이즈 업체 등 대형 커피음료 판매업체는 그 재고를 소진할 때까지는 커피 가격을 인상하지 않고 유지할 수 있으나 이들도 재고가 소진되는 즉시 가격 인상은 불가피한 것으로 말하고 있다. 그러나 재고를 거의 보유하고 있지 않은 소규모 로스터리 카페의 경우 생두가격 인상분을 음료 판매 가격에 시의적절히 반영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울 수 있다. 문제는 생두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주 가격이 지난 주 가격과 다르고 다음 주 가격이 이번 주 가격과 또 달라질 수 있어 소규모 로스터리 카페가 수시로 변하는 생두 및 원두가격 인상분을 매번 음료가격에 반영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더욱이 음료를 만드는 데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부재료의 가격도 함께 오르고 있는 실정이다. 우유 가격은 11월 중순을 기점으로 1000ml 한 박스(12개)에 1200원 올랐고 테이크아웃 컵과 뚜껑 가격도 인상되었다. 또한 음료에 사용되는 각종 농축액과 시럽 등의 부재료와 흔히 사용하는 설탕도 인상 예정이라고 한다. 더 나아가, 탄소배출을 줄이려는 정부의 정책에 발맞추려면 앞으로는 현재 사용하고 있는 플라스틱 재질의 테이크아웃 포장재료를 자연 분해가 가능한 친환경 자재로 바꿔나가야 하는데 그 가격 또한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모든 요소들은 음료 가격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지만, 커피전문점 운영자의 입장에서는 소비자의 가격 인상 저항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함부로 가격 인상을 할 수도 없는 문제가 있다. 이러한 문제를 타개하기 위하여 품질이 떨어지는 보다 저렴한 생두로 눈을 돌리거나 커피 중간 유통업체를 통하지 아니하고 산지와 직거래하여 구입 단가를 낮추는 방법을 고려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값이 싸다는 이유로 품질이 떨어지는 원두를 사용하는 것은 입맛 까다로운 고객의 기호를 맞출 수 없어 고객을 상실할 위험이 커서 함부로 고려할 사항은 아니다. 또한 중간 유통업체를 통하지 아니하고 산지와 직거래 하기 위해서는 대량 거래를 하여야 하므로 대규모의 자금이 필요하다. 그 대안으로 여러 업체들이 공동으로 구매를 하곤 하는데, 이렇게 구매를 하더라도 보관창고 등 여러 문제가 있어 소규모 로스터리 업체가 쉽게 고려할 수 있는 현실성 있는 방안으로 보기는 어렵다.
국제 커피생두가격이 가파르게 인상되고 있을 뿐 아니라 부재료 가격마저 인상되고 있다. 그러한 인상분을 곧바로 음료 판매가격에 반영할 수 없는 소규모 커피전문점의 생존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현실이다. 명쾌한 해결책을 찾을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신혜경 칼럼니스트는 이화여대에서 교육공학을 전공하고,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커피산업전공으로 보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원과학기술대학교 커피바리스타제과과와 전주기전대학교 호텔소믈리에바리스타과 조교수로 재직하였고, 한림성심대학 바리스타음료전공 겸임교수로 재직중이다. 바리스타 1급 실기평가위원, 한국커피협회 학술위원회 편집위원장, 한국커피협회 이사를 맡고있다. 서초동 ‘젬인브라운’이라는 까페를 운영하며, 저서로 <그린커피>, <커피매니아 되기(1)>, <커피매니아 되기(2)>가 있다. cooykiwi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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