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세상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기술을 직접 개발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각자의 영역에서 필요한 만큼의 기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세상이 되었다. 학생은 미래의 직업을 선택하기 위해서 그리고 이미 직업을 가진 사람은 각자 직업의 미래를 예상하기 위해서 세상을 바꾸는 기술에 대해서 이해해야만 한다. IT조선은 [이학무의 테크리딩]을 통해서 기술을 이해하기 위한 기초 다지기와 이를 기반으로 필수적인 기술 이해 방법을 제공한다. <편집자주>

게임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는 시대가 왔다. 프로게이머로 수익을 내는 것이 아니라 게임 ‘플레이’ 통해 누구나 수익을 낼 수 있다.

P2E(Play to Earn) 개념의 대중화를 이끈 것은 베트남의 스타트업 스카이 마비스(Sky Mavis)가 개발한 블록체인 게임 ‘엑시 인피니티’다. P2E이라는 개념을 최초로 대중화했다는 점에서 우리는 엑시 인피니티의 철학을 우선 꼼꼼히 살필 필요가 있다.

엑시 인피니티는 Axie라는 애완동물을 수집·육성하며 서로 전투하는 게임이다. 게임에는 AXS와 SLP라는 두 가지 토큰이 있다. 플레이어는 토너먼트에서 상위 랭킹에 들거나 자신이 소유한 Land에서 숨겨진 토큰을 발견하는 등 방식으로 AXS를 얻을 수 있다.

AXS는 주식과 같은 역할을 한다. AXS 보유자는 커뮤니티 금고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훗날 AXS의 보유량만큼 나눠 가질 수 있다. 예를 들어, 플레이어는 Axie를 번식시킬 때 2AXS를 지불하고, Axie와 게임 내 부동산인 Land를 거래할 때도 4.25%의 거래 수수료를 낸다. 플레이어가 지불한 AXS는 커뮤니티 금고에 축적되는데, 이것이 바로 훗날 AXS 보유자들이 나눠 가질 재원이 된다.

AXS 보유자는 커뮤니티 의사 결정에 투표하고 발언하는 권한을 가진다. 가령, 커뮤니티 자금에서 발생한 수익은 주식회사의 배당과 같다. 일부는 유보하고 일부는 나눠 가질 수 있다. 이는 AXS를 스테이킹(블록체인에 암호화폐를 예치하는 것)한 소유주들의 투표를 통해 정해진다. 스테이킹 기간에는 AXS를 매도할 수 없고, 이에 대한 보상으로 신규 발행되는 AXS를 지급한다.

SLP는 플레이어가 PVP 아레나나 몬스터 사냥, 일일 퀘스트를 통해 얻을 수 있다. SLP는 Axie의 교배(Breeding)에 필요하다. Axie는 총 7번의 교배를 할 수 있고, 교배에는 Axie 2마리와 2AXS, 다량의 SLP 등이 필요하다. 가령, 첫번째 교배에는 600SLP를 지불하고, 7번째에는 1만200SLP를 지불하는 식이다. 교배를 시킬수록 필요한 SLP가 급격하게 늘어난다. 교배에 사용된 SLP는 소각돼 없어진다.

스카이 마비스의 엑시 인피니티 게임 소개 이미지 / 스카이 마비스
스카이 마비스의 엑시 인피니티 게임 소개 이미지 / 스카이 마비스
SLP는 AXS보다 상대적으로 얻기 쉽다. 플레이어는 SLP를 얻는 데 열중하고, 그렇게 얻은 SLP는 거래소에서 팔아 수익을 얻는다. 이것이 P2E의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참고로, SLP의 가격이 최근 가파르게 하락한 이유는 AXS의 가격 폭등 때문이다. Axie 교배에는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SLP뿐만 아니라 수수료로 AXS가 필요하다. 그런데 최근 AXS 가격이 폭등하자, 플레이어들이 교배를 하지 않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교배에 필요한 SLP의 수요도 급격하게 위축된 것이다. 게임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배에 필요한 수수료를 낮추기도 했다.

엑시 인피니티에는 애완동물인 Axie 이외에도 9만601개의 Land가 있다. Land 역시 NFT며, 향후 게임 확장성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Land는 현재 전투공간으로 활용되지만, 향후 사용자가 참여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된다.

플레이어는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를 통해 직접 다양한 게임과 아이템을 제작한 후 NFT로 만들 수 있을 전망이다. 이를 플레이어가 소유한 Land에서 전시, 플레이할 수 있다. 거래소를 통한 판매도 가능하다.

향후 엑시 인피니티는 메타버스로 진화한다. 이것은 상당히 중요한 현상이다. 게임 플레이를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기존 게임에서도 가능하다. 블록체인을 활용해 단순히 게임 내 재화를 토큰으로 제공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하지만 메타버스로 진화한 후 토큰이 실제로 사용되도록 하는 경제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얘기다.

따라서 P2E의 대중화를 이끈 엑시 인피티니가 어떤 방식으로 메타버스로 진화해 나가고,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경제시스템을 어떻게 갖춰 나가는지 지켜봐야 한다.

필자는 엑시 인피니티가 지속 가능한 경제시스템을 갖춘 메타버스로 진화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그 이유는 분산이라는 블록체인의 철학을 잘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AXS의 총 잠재 발행한도는 2억7000만개인데, 이 중 21%를 스카이 마비스가, 7%는 자문단이 보유했다. 나머지 72%는 플레이어가 소유했다. 소유권이 분산 덕에 인피니티 경제시스템 활성화는 플레이어 혜택으로 이어진다. 게임 생태계 참여자는 갈수록 늘어날 것이고, 참여자는 다양성을 통한 독자 경제시스템 진화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

P2E가 가능한 게임인지 혹은 잠시 잠깐 활성화한 후 사라질 게임인지 판단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판단하려면 소유와 수익 분배가 어떻게 잘 분산되는지 살펴봐야 한다. 그래야 꾸준한 게이머 유입과 경제시스템 진화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다. 개발사가 주도하는 경제시스템은 다양성과 지속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경제 흐름이 플레이어에서 개발사로, 오직 한 방향으로만 흐르기 때문이다.

반면 분산이 가능한 블록체인의 기술을 활용한 P2E 경제시스템이 활성화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분산 자체가 게임의 지속 발전 가능한 경제시스템 구축으로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

P2E는 게임시장의 기존 판도를 바꿀 수 있는 큰 변화의 시작이다. 기존 게임 개발사는 P2E 시장에 진입하기 어렵다.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각사가 보유하고 있는 레거시 게임과 P2E 개념이 회사의 수익 측면에 서로 충돌하는 탓이다.

레거시 게임 내 유료 아이템은 개발사가 만들어 팔고, 이것이 곧 개발사의 주요 수익원이다. P2E에서는 사용자가 직접 게임에 필요한 재화(토큰)나 캐릭터(NFT) 등 아이템을 생성하고 판매한다. 게임에 P2E 개념을 접목하면, 레거시 게임 개발사의 수익은 줄어든다. 개발사가 수익을 줄이고 싶지 않다면, 유료 아이템은 기존처럼 개발사로부터 구매하되, 게임 내에서 생산된 재화, 캐릭터(토큰, NFT)는 다른 곳에 사용하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P2E를 위해 재화를 얻으려는 이용자의 노력이 무의미해진다.

이런 관점에서 국내 중소형 게임 개발사인 위메이드의 변신에 주목해야 한다. 위메이드는 ‘위믹스’라는 독자적인 블록체인에 기반한 Dapp을 개발해, P2E 게임과 아이템 거래소를 육성하고자 한다.

위메이드는 위믹스 플랫폼을 기반으로 자사 IP를 활용한 ‘미르4’를 서비스하고 있다. 미르4는 장비, 캐릭터, 스킬 강화 등에 필수적인 ‘흑철’을 생산, 거래할 수 있는 구조를 제공한다. 그리고 플레이어는 흑철 10만개를 모은 후 이를 위믹스 코인으로 바꿀 수 있다. 위믹스는 빗썸 등 거래소에서 판매할 수 있다.

기존 P2W(Paly to win) 플레이어는 흑철을 구하는 역할과 함께 구매하는 주요 수요자가 된다. 즉, 개발사가 흑철을 유료 아이템으로 판매할 수 있음에도 핵심적인 재화를 게임 내 특정 공간에서 플레이어가 채굴할 수 있게 만들었다. 플레이어 간 거래 시장도 열었다.

새로운 변화는 늘 기회가 된다. 중소형 개발사는 어차피 잃을 게 많지 않다. 플레이어에게 더 많이 나눠 주고, 개발사는 덜 챙기는 구조로 게임을 제공할 수 있다. 엑시 인피니티를 개발한 스카이 마비스, 위믹스를 기반으로 독자적인 게임 플랫폼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위메이드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그러나 거대한 레거시가 있는 조직은 잃을 것이 많기 때문에 새로운 시도가 늘 어렵고 결국 망설이다 기회를 놓치기 쉽다.

블록체인, NFT 그리고 P2E가 게임 시장에 큰 변화를 주려면 아직 넘어야할 산이 많다. 블록체인에 대한 신뢰는 검증 참여자의 수에 비례하는데, 이는 거래비용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비싼 거래비용을 해결할 수 있는 시도에 주목해야 한다.

스카이 마비스는 2021년 4월 24일에 사이드 체인 ‘로닌’을 런칭하면서, 거래비용을 대폭 낮췄다. 이더리움 기반의 엑시 인피니티의 경우, 20만원짜리 Axie 하나를 거래하는 데 과거 가스비만 5만-6만원인 경우도 있었다. 이처럼 거래비용의 부담이 크면, 게임 활성화에도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사이드 체인이라는 기술을 활용해, ETH를 예치하고 이를 기반으로 부가적인 블록체인에서 엑시 토큰을 거래하는 기술을 적용했다. 덕분에 6월 28일 기준 일 사용자는 출시 당일 대비 663% 증가하고, Axie 보유자는 543% 증가하는 등의 성과를 확인했다.

위메이드처럼 독자적인 블록체인 메인넷을 개발하는 것도 방법이다. 속도, 거래비용 등에서 기존 이더리움 대비 장점이 있고, 위믹스 코인을 보상으로 제공해 다수의 게임 개발사와 협력관계를 구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은 사용기간이 짧아 시간을 두고 신뢰에 대한 검증이 필요할 것이다.

또 하나 넘어야 할 산은 소유와 수익 분배만 분산돼서는 안되고, 비용도 분산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게임을 서비스할 때 서버 운영비가 가장 많이 들어간다. 현재 많은 블록체인 게임은 블록체인 외부의 중앙 서버에서 제공한다. 게임 내 자산과 거래내역 등의 운영 규칙만 블록체인에 저장하는 식이다. 블록체인 위에 데이터를 올리면 비용이 비싸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정한 분산을 위해 서버도 Dapp을 통한 토큰 기반 분산 서버로 운영돼야 한다. 전체 서비스가 블록체인 기반으로 온전하게 제공될 수 있는 생태계가 구축돼야 진정한 의미의 P2E 그리고 분산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이학무 미래에셋증권 통신서비스 애널리스트 leehakm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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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무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핸드폰, 디스플레이 등 IT 산업뿐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 및 신재생에너지 산업까지 다수의 성장산업을 분석한 신성장 산업 분석 전문가다. 공학을 전공하고 비즈니스를 20년간 분석한 경험을 바탕으로 세상을 이끄는(lead) 기술 읽기(read)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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