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모빌리티는 한국 산업계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꼽힌다. 정부와 지자체, 기업은 도심항공교통(UAM) 실증사업을 추진하며 상용화에 속도를 낸다. 하지만 정작 사업의 핵심인 UAM 비행체(개인용 항공기, PAV라고도 함)는 모두 외산이다. 국산화 시기는 알 수 없다. 새로운 교통수단을 도입한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서두르기만 해서 될 일인지 의문이 든다.

국토교통부는 2025년 UAM 상용화를 목표로 다양한 실증 사업을 펼친다. 11월 김포공항에서 한국형 도심항공교통(K-UAM) 공항 실증을 진행했다. 당시 행사에는 독일 기업 볼로콥터의 UAM 비행체가 비행고도 50m 높이에서 3㎞를 운항했다. 외산 제품을 실증에 사용했던 경우는 또 있다. 2020년 11월 드론 택시 공개 비행 시연 행사에 등장한 비행체는 중국 기업 이황의 비행체였다. 두 행사에 모두 참여했던 한화시스템은 UAM 비행체 ‘버터플라이’의 모형만 전시했다.

한국 기업과 해외 업체 간 사업 협력 세부내용을 살펴보면, UAM 비행체의 외산 의존율이 눈에 띄게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화의 버터플라이는 미국 오버에어와 합작으로 개발되지만, 이착륙 핵심 기술인 틸트로터는 에어버스의 원천 기술이다. 11월 UAM 사업 진출을 선언한 롯데그룹은 미국 기업인 스카이웍스 에어로노틱스에 비행체 개발을 맡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UAM 서비스 진출을 계획하며 볼로콥터와 손을 잡았다.

반면, 토종 UAM 비행체 산업과 생태계 분야에 대한 주목도와 관심은 떨어진다. 항공우주연구원은 국산 UAM ‘오파브(OPPAV)’의 축소기를 11월 행사 때 선보였지만, 비행 시연은 김포공항이 아닌 개발 현장인 국가종합비행성능시험장이었다. 행사장에서는 비행 장면 영상만 틀어줬다. 겉으로 선보일 단계는 아닌 제품이다. 항우연 측은 2022년까지 실물 크기의 기체를 완성해 시험비행을 한다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계획일 뿐이다. 정권 이양 등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지연될 수 있는 일이다.

2020년 산업연구원(KIET)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드론·UAM 비행체 기술 위치는 개발기 단계다. 글로벌 시장과 비교해 70~80% 수준이다. 산업화 수준도 낮다. 드론·UAM 비행체 핵심 부품의 수입의존도가 높고, 품질 경쟁력도 글로벌 기준과 비교해 80% 미만이다. 경쟁력을 거론하기 어려운 단계인 셈이다.

UAM 산업이 질적 경쟁력을 이루려면 기본이 되는 비행체와 부품 국산화가 필요하다. 스스로 기술로 만든 비행체가 없는 나라에서 UAM 관련 인프라만 구축한다 한들 현실적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 2004년 프랑스의 떼제베(TGV) 전차로 KTX 상용화를 이룬 한국은 발빠른 기술 개발을 거쳐 6년 후인 2010년 국산 기술로 만든 KTX-산천을 레일 위에 올렸다. 철도 기술과 태생적으로 다른 UAM 기체가 KTX의 선례를 따라갈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하늘 위를 운항하는 만큼 쉽지 않은 일인 것은 분명하다.

한국 기업들은 ‘K-UAM’ ‘어벤져스’ 등 호기로운 타이틀을 내걸고 UAM 산업에 뛰어들었다. 기왕 시작한 사업인 만큼 국산 기술의 UAM 개발과 생태계 조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급한 마음에 삽을 든 사업이 외산 업체의 놀이터로 전락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