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는 2000년대 가장 ‘힙’했던 소통 공간이다. 1980·90년대생의 추억 한가운데에는 싸이월드가 있다. 도토리를 구매해 ‘미니룸'을 꾸미던 기억, 오늘의 기분을 표출할 수 있는 BGM을 성심껏 고르던 기억, 유대관계를 적절히 나타낼 수 있는 적합한 ‘일촌명'을 고르기 위해 고민하던 추억, 방명록에 남겨진 친구의 메시지를 확인하면서 울고 웃었던 기억 등 은밀한 교류를 즐기던 최고의 소통 기구였다.

그런 싸이월드가 돌아온다는 소식은 이용자 상당수의 기대를 부풀게 하는데 충분했다. 돌아온 싸이월드를 통해서 차곡차곡 담긴 추억 상자를 선물처럼 엿볼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물론 축적된 개인정보DB가 안전하게 복원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나, 싸이월드에 묻어둔 ‘흑역사'를 다시 마주하기 싫다며 냉소하는 목소리도 존재하지만 싸이월드의 재개장을 기대하는 분위기는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싸이월드'를 검색하면 각종 커뮤니티에는 ‘언제 돌아오냐’, ‘돌아왔냐’ 등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 싸이월드의 재개장이 수차례 연기되면서 이제는 그 진정성을 의심하게끔 한다. 싸이월드의 새로운 운영사인 싸이월드제트(Z)는 올해 5월부터 ‘싸이월드가 돌아온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꾸준히 던지면서 추억을 기억하려는 이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그러나 계속된 연기로 이용자들의 애만 태운다.

실제 싸이월드제트 측은 지난 2월부터 싸이월드 리부팅 프로젝트를 시작해 3200만 회원의 DB 복원에 주력해 왔으며 이를 복구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2페타바이트(PB) 용량의 사진 170억장과 동영상 1억5000만개를 복원하고 40억원의 비용이 투입됐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오는 1월 4일 공개되는 서비스에는 로그인 시 사진 3장 보기만 가능하다. 또 지난 8월부터 열어놓은 아이디찾기 서비스는 실제 아이디를 찾기 어려웠다. 이에 앞서 사전 신청을 위해 남겨놓은 이메일에는 홍보성 메일만 가득했다. 일각에서 싸이월드가 대중을 우롱하고 있다는 발언이 나오는 배경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싸이월드Z 2대 주주로 플랫폼 개발을 주도해 온 김호광 싸이월드Z 각자대표는 해임됐다. 그의 갑작스러운 해임은 싸이월드의 진정성과 합리성을 의심하게 만든다.

뿐만 아니라 IT조선의 취재 결과에 따르면 김호광 대표와 관계된 회사 싸이월드W는 청소년을 콘셉트로 삼은 음란 웹 화보를 판매하기도 했다. 심지어 해당 사업은 법적으로 ‘아동청소년보호법' 위반 가능성도 있다. IT조선이 이를 지적하자 해당 유튜브 채널은 문을 닫았다. 또 싸이월드W는 싸이월드 코인으로 불리는 ‘싸이클럽'의 운영사이기도 하다. 싸이월드가 언론 플레이를 통해 코인 가격만 부풀리려고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고 해서 현 싸이월드 경영진의 운영이 재개장을 기대하게끔 만드는 것도 아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한 명확한 배경 설명을 질문하는 기자 요구에 응답하지 않았다. 최근 한컴과 함께 먼저 선보인 메타버스 베타 서비스는 조악했다. 아바타 캐릭터는 자유로운 이동도 어려운 데다가, 캐릭터 1개가 몇 발자국 걸으면 공간의 끝이 보인다. 민망할 수준이다.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한 극히 작은 공간을 메타버스로 부를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메타버스에서 앞서나가는 다른 기업과 비교하면 사업 모델도 아직 정교하게 설명되지 않은 상태다. 예를 들어 메타로 사명을 바꾼 페이스북은 호라이즌 플랫폼을 개방해 게임, 교류, 개인 공간을 별도 구축하면서 실시간 소통과 움직임이 나타나도록 구현한다. 그 안에 상점을 만들어서 돈 벌 수 있는 방안을 구상한 것은 물론 산업 현장에서 실용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섬세한 공간으로 발전시키도록 고민한다. 나아가 내부 교류가 섬세하게 일어날 수 있도록 구현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이용자 간 폭력적 충돌, 혐오 발화 등 문제 예방을 위한 윤리적 장치를 고민하는 단계다. 네이버 제페토도 이곳에서 돈을 벌 수 있는 사람들이 탄생할 수 있는 전략적 고민과 함께, 기업의 신제품 공개 공간 기획 등 B2B 사업 모델까지 고민한다.

현재의 싸이월드는 이용자들의 추억과 기대에만 의존하고 있다. 재개장을 외치고 기대를 부풀리는 과정에서 누가 가장 큰 이익을 얻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용자 기대를 부풀린 만큼 정교한 사업모델을 보여주지 못하면, 재개장을 하더라도 이용자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자꾸만 ‘문을 열겠다' ‘재개장하겠다'고 할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구현하려는 솔직한 사업전략과 모델. 이용자 추억을 온전히 보전하고 새로운 형태로 되살리기 위해서 고민하는 현재의 지점을 솔직히 알릴 필요가 있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