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루다 2.0 문제 있는데도 1.0만 살펴보겠다는 개인정보위 “위법성 확인 시 적절히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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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12.30 06:00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이루다 1.0’만 현장 점검 대상에 포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루다 2.0’은 제외됐다. 이루다 개발사인 스캐터랩이 이루다 2.0 서비스를 위해 문제됐던 데이터를 재사용했다는 심증만으로는 조사를 진행할 수 없고, 2.0에 대한 조사는 자신들의 권한 밖이라는 것이 개인정보위 입장이다.

이루다 1.0 홍보 포스터. /스캐터랩
개인정보위 조사2과 관계자는 29일 IT조선과 통화에서 2022년 1월 초 예정인 스캐터랩 현장 점검과 관련해 "이루다 2.0을 조사하는 건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이루다 2.0은) 아직 서비스도 안 됐고 테스트조차 안 됐는데 이를 (조사)하는 것은 자유를 너무 크게 침해하는 것이다"라며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보고 피해자가 나와야만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사안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조사2과는 개인정보위 내에서 이루다 사건을 담당하는 부서다.

스캐터랩이 사용자의 명시적 동의 없이 수집한 개인정보를 대부분 폐기하지 않고 이루다 2.0 모델 학습에 전용했다는 점이 드러났음에도 소극적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앞서 IT조선은 이루다 2.0의 데이터 전용 사실을 12월 24일 단독보도했다.

조사2과 관계자는 "(이루다 2.0이) 이전 데이터를 (모델) 학습용으로 쓰고 있는 것 같다. 스캐터랩도 이을 부정하지는 않는다"며 이루다 2.0이 이루다 1.0과 같은 출처의 데이터를 사용하고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이어 "(개인정보위가 개인정보 위반 사항과 관련해 스캐터랩에) 처분을 내리면서 개선 권고를 했는데, 개선 권고에 대해 점검하다보면 당연히 데이터가 어떻게 관리되고 이용되고 있는지 아니까 그 상황에서 위법성이 인지되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부연했다.

개인정보 유출로 논란이 됐던 이루다 1.0과 사용자 간 대화 화면. /트위터 갈무리
앞서 개인정보위는 이루다 1.0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조사를 벌였다. 이후 스캐터랩이 자사의 다른 서비스 ‘텍스트앳’과 ‘연애의 과학’ 앱에서 수집한 사용자 카카오톡 데이터를 이루다 개발과 운영에 전용한 행동은 당초 수집 목적에서 어긋난 것으로 보고 법 위반이라고 2021년 4월 판단했다.

당시 개인정보위는 이러한 ‘개인정보를 수집하면서 정보주체에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알리고 동의를 받지 않은 행위’를 포함해 총 8가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행위에 대해 총 1억330만원의 과징금과 과태료를 스캐터랩에 부과했다.

개인정보위는 이루다 1.0 관련 데이터와 연애의 과학 내 민감 데이터, 1년 이상 앱을 사용하지 않은 이용자의 데이터 등이 분리보관돼 있는지에 대해 2022년 1월 초 ‘처분 시 개선명령에 대한 이행여부 점검’을 통해 확인할 예정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루다 2.0이 이미 전용된 데이터로 학습을 진행한 뒤 2022년 1월 클로즈 베타 테스트를 앞둔 상황에서 이루다 1.0만을 조사하는 것은 사실상 무의미한 소극적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 측 법률 대리인인 우지현 법무법인 태림 변호사는 "개인정보위가 소극적 자세로 이루다 2.0을 들여다보지 않겠다고 선을 긋는 것은 너무 아쉬운 부분이다"라며 "이미 위법 행위를 저지른 스캐터랩이 똑같은 데이터를 가지고 똑같은 이름의 서비스를 재개한다고 하는데, (개인정보위가) ‘2.0은 우리 조사 대상이 아니야’라고 하는 것에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역할을 다하지 않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태림이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들을 대리해 2021년 3월 31일 스캐터랩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은 현재 진행 중이다. 피해자 중 1명이 소를 취하하며 당초 254명이었던 소송 인원은 253명이 됐다. 피해자들은 개인정보 수집 단계에서 절차상 문제가 있었던 만큼 데이터를 전량 폐기하고, 일어난 피해에 대해 보상하라는 입장이다. 재판의 첫 변론기일은 2022년 3월 24일로 예정됐다.

임국정 기자 summe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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