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 화면이 멈추는 등 끊임없이 오류가 발생합니다"
"앱을 껐다가 다시 켜보려 했는데 꺼지지 않습니다"
"제발 작동 좀 원활하게 해주세요"

생명보험사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앱) 리뷰 창이 고객 불만으로 들끓고 있다. 리뷰를 하나하나 뜯어보면 "오류 사항을 건의했지만 방치된 지 몇 달째인지 모르겠다"는 불만이 줄을 잇는다. 정상적인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기는 한 걸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다.

이렇다 보니 안드로이드 기준 주요 생보사 앱 평점은 삼성생명과 미래에셋생명이 3.5점 정도를 유지할 뿐, 대부분 3점 초반 내지는 심지어 2점대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KB손해보험 4.7, 하나손해보험 4.3 등, 4점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손해보험 업계와 비교된다.

손보사 역시 부정적인 리뷰가 적지는 않다. 하지만 생보사 앱보다는 평점도 높고, 다운로드 수에서는 비교할 수가 없다. 아무래도 실손보험이나 자동차 보험 등 생활 밀접형 보험상품이 많고 간편보험 형태로 출시한 상품이 많다 보니 생보사보다는 관리가 되는 편이다.

생보업계는 소비자 불만 해소에 나섰다. 우편이나 팩스로 처리하던 업무를 모두 디지털화해 종이서류를 모두 없애겠다는 복안도 섰다. 모바일 보험금 청구 등 주요 기능을 빼놓지 말아야 하면서도 빠른 속도도 유지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본인인증을 간소화해야 하지만 보안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쉽지는 않은 듯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고객이 복잡한 인증 절차를 불편해하는 상황을 인지하고 있지만, 금융사 특성상 소비자 보호라는 금융당국의 기조를 따라야 하기 때문에 고객이 원하는 수준까지 속도를 맞추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다"라며 복잡한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가뜩이나 보험 시장은 첨단 IT기술로 무장한 테크 기업들이 새로운 시장으로 넘보고 있다. 최근 보험연구원은 올해 보험산업이 주목할 환경 변화로 달라진 경쟁구도를 꼽았다. 빅테크와 인슈어테크 등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테크 기업들이 보험 사업에 진출하고 있지만, 정작 생보사들은 고객이 만족할 만한 디지털 보험 채널을 구축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고객이 디지털화에서 원하는 기능인 맞춤형, 편의성, 신속성을 하루빨리 갖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마침 정희수 생명보험협회장은 신년사에서 생보업계의 디지털 전환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이를 위해 혁신과제 발굴과 제도개선 지원,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수요가 많은 신기술 도입 관련 공동사업 추진 등을 거론했다. 협회장의 신년사가 지지부진한 업계의 디지털화를 이끄는 촉매가 될지, 정치인 출신 협회장의 공염불이 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박소영 기자 sozer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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