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삼성 ‘전자’…‘후자’는 투자 위축에 생존 갈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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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2.02.17 06:00
삼성전자가 반도체와 스마트폰·가전 부문 실적 개선으로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올렸다. 올해도 일찍 찾아온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갤럭시S22 시리즈 출시로 기대감을 높이는 스마트폰 등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할 전망이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는 170억달러(20조원)를 투자해 제2 파운드리 공장을 짓는다. 또 자회사 하만이 독일 소재의 차량용 증강현실(AR) 기업 아포스테라를 인수하며 적극적인 투자 행보에 나서고 있다.

‘잘 나가는’ 삼성전자와 달리 ‘후자’인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SDI는 생존이 걸린 핵심 사업분야에서 투자가 위축되는 분위기다. 16일 디스플레이·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LCD 사업을 철수하고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내건 QD디스플레이의 추가 투자를 놓고 고민이 크다. 삼성SDI는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 신규 투자가 경쟁사 대비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 후자는 삼성전자를 제외한 계열사 직원들이 자조적으로 칭한 표현이다. 삼성전자와 계열사 임직원의 차별적 처우와, 전자의 눈치를 봐야하는 계열사의 상황을 뜻하는 말로 쓰인다.

삼성디스플레이가 CES 2022에서 선보인 55·65·34인치 QD디스플레이 / 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는 2019년 10월 QD 디스플레이에 2025년까지 13조1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19년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를 방문해 "지금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이 어렵다고 해서 대형 디스플레이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며 "신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 새로운 미래를 선도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QD디스플레이 투자에 쓸 13조원 중 4분의 1 수준인 3조원쯤을 투자했다. 올해 중 추가 투자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삼성전자와 소니를 통해 출시될 QD디스플레이 TV의 시장 수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투자가 불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QD디스플레이 뿐만 아니라 LG디스플레이의 화이트OLED(WOLED) 패널 거래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며 "QD디스플레이 TV가 소비자 호응을 얻지 못하고, 삼성디스플레이가 50%쯤에 불과한 공정 수율을 단기에 끌어올리지 못하면 추가 투자에 대한 회의론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일정 수준의 QD디스플레이만 양산하며 미래 디스플레이로 불리는 ‘퀀텀나노발광다이오드(QNED)’로 전환을 위한 개발에 나설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시기상조라는 견해가 유력하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QNED 기술은 수율이 문제가 아니라 뜬구름 잡는 수준에 머무른 것으로 안다"며 "삼성디스플레이가 장기적인 양산 계획을 잡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삼성SDI의 PRiMX 배터리 / 삼성SDI
삼성SDI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 성장 측면에서 우려의 시선을 받는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삼성그룹이 지난해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을 계기로 배터리 부문 투자를 본격화 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2021년 8월 24일 발표한 240조원 투자 계획에 삼성SDI의 배터리 사업 확장에 대한 구체적 계획은 포함되지 않았다. 기존 제품의 한계를 뛰어넘는 고에너지 밀도 배터리 및 전고체 전지 등 차세대 기술 리더십을 강화하겠다는 한줄 언급에 그쳤다.

삼성SDI는 2021년 10월 스텔란티스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미국에 연간 생산능력 23기가와트시(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양사의 합작공장은 2025년 상반기 공장 가동을 시작해 생산능력을 두배 수준인 40GWh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는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 SK온이 미국 시장에서 생산능력을 크게 확장하는 것 대비 미흡한 규모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 스텔란티스 등 완성차기업과 손을 잡아 미국 생산기지를 증설을 바탕으로 2025년까지 연간 430GWh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SK온도 2025년 연간 생산능력 220GWh 달성을 목표로 한다. 반면 삼성SDI는 현재 40GWh에서 스텔란티스와 합작공장 증설을 가정하더라도 80GWh쯤에 그친다.

삼성SDI의 2021년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2020년보다 1.3%포인트 하락한 4.5%를 기록했다. 삼성SDI가 5위에서 6위로 한 계단 내려온 반면 SK온은 0.1%포인트 상승한 5.6%의 점유율로 기존 6위에서 5위로 올라섰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북미에서 완성차와 합작사 설립으로 배터리 사업 확장을 본격화 하는 반면, 삼성SDI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투자에 나서면서 시장 점유율이 하락했다"며 "삼성이 배터리 사업에서는 반도체 만큼 수익을 가져다 줄 것이란 확신을 가지지 못해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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