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월부터 3월까지는 노트북을 새로 구입하기 좋은 시즌이다. 1월 열리는 CES를 전후로 각양각색의 신형 노트북이 대거 선보이기 때문이다. 졸업과 입학, 신학기 시작이 겹치는 시기인 만큼 노트북을 구매하는 이들도 많다.

막상 노트북을 구매하기 위해 쇼핑몰에 접속하거나 오프라인 매장에 방문하면 눈앞이 캄캄해지기 마련이다. 제조사와 브랜드만 수십 곳이 넘고, 크기와 디자인, 사양이 천차만별인 데다, 가격도 싸게는 수십만 원에서 비싸게는 수백만 원에 이를 정도로 다양하기 때문이다. 뭐가 뭔지 몰라서 노트북 구매를 포기하거나, 매장 직원의 추천으로 무턱대고 구매하는 경우도 많다.

인텔의 이보 플랫폼 인증 마크 / 인텔
인텔의 이보 플랫폼 인증 마크 / 인텔
TV는 화면 크기, 냉장고와 세탁기는 용량 등 제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PC는 다르다. 용도와 사용 환경은 물론, 사용자의 취향이나 습관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요소가 선택의 기준이 된다.

일단 ‘좋은 노트북’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기준만 골라보면 ▲최대한 얇고 가벼울 것 ▲‘휴대’하기 좋을 것 ▲배터리 사용 시간이 길 것 ▲빠르고 쾌적한 무선 인터넷을 지원할 것 ▲당대 기준 평균 이상의 성능을 갖출 것 등을 꼽을 수 있다. 특수한 목적이 아닌 이상, 이 정도 기준만으로 적당히 좋은 노트북을 고를 수 있다. 여기에 각종 편의 기능을 제공하거나, 주변기기 확장성이 용이하거나, 가격대까지 너무 비싸지 않으면 금상첨화다.

특히 인텔 CPU를 탑재한 노트북의 경우 ‘이보(EVO)’ 인증을 받은 제품은 위에서 언급한 대부분의 조건을 충족한다. 즉, 구매하려는 노트북이 이보 인증을 받았느냐, 아니냐만 확인해도 ‘좋은 노트북’을 쉽게 고를 수 있는 셈이다.

이보 인증은 PC의 핵심 부품인 CPU를 만드는 두 회사 중 하나인 인텔이 발표한 일종의 품질 인증 제도다. 노트북 제조사와 인텔이 제품의 개발단계부터 협력한 제품 중 일정 이상의 사양과 성능을 갖추고, 인텔이 제시하는 성능과 배터리 사용 시간을 달성하며, 일정 이하의 두께와 무게로 충분한 휴대성을 갖춘 모델에 대해 이보 인증을 부여한다.

실제로 이보 인증을 받은 노트북은 대부분 국내외 유명 PC 제조사들의 인텔 기반 노트북 중에서도 프리미엄 라인업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각 제조사와 브랜드에서도 가장 자신 있게 추천하는 노트북이라는 의미다.

인텔 이보 인증을 받은 최신 노트북 중 하나인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 프로 8 /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이보 인증을 받은 최신 노트북 중 하나인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 프로 8 / 마이크로소프트
이보 인증의 조건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인텔의 중상급 프로세서 라인업인 코어 i5~i7 프로세서 탑재 ▲최신 아이리스 Xe 내장 그래픽 지원 ▲평균 약 8시간 이상 연속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 ▲잠깐 충전해도 1시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고속 충전 지원 ▲최신 와이파이6(Wi-Fi6) 지원을 통한 빠른 무선 인터넷 ▲2㎏을 넘지 않는 무게와 2㎝를 넘지 않는 두께 ▲커버를 열자마자 뜨는 빠른 부팅 및 복귀 속도 등이 있다.

즉 이보 인증을 받은 노트북은 대부분의 일상 업무를 빠르고 쾌적하게 처리할 수 있는 성능과 반나절 이상 사용 가능한 긴 배터리 사용 시간을 제공한다. 얇고 가벼워 남녀노소 누구나 큰 어려움 없이 휴대할 수 있으며, 빠른 속도로 인터넷을 검색할 수 있고 끊김 없는 스트리밍 환경을 지원한다. 내장 그래픽 만으로도 4K급 이상 고화질 콘텐츠를 부드럽게 재생함은 물론, 간단한 온라인 게임까지 즐길 수 있다.

하나 주의할 것은 이보 인증을 받은 제품이 무조건 최고 사양 제품이거나, 가장 비싼 노트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데스크톱 못지않은 성능으로 고사양 PC 게임을 즐길 수 있거나, 영상 편집처럼 전문성을 요구하는 작업에 특화된 게이밍 노트북 및 전문가용 노트북 중에는 오히려 이보 인증을 안 받은 제품이 더 많다. 가격적인 면에서도 이보 인증을 받은 제품보다 더 비싼 제품도 흔하다.

이는 인텔의 이보 인증 제도가 ‘무조건 사양과 성능이 좋은 노트북’이 아닌, 대다수 사용자가 일반적인 사용 환경에서 더욱 ‘편하고 쾌적하게 사용할 수 있는 노트북’을 추구하는 인증제도이기 때문이다. 이보 인증 마크만 보고 노트북을 골라도 ‘좋은 노트북’을 쉽게 고를 수 있다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인텔 이보 인증 제도의 기준은 딱히 고정된 것은 아니다. 매년 새로운 세대의 CPU와, 이를 탑재한 새로운 세대의 노트북이 등장하는 만큼, 제조사나 사용자의 의견 등을 피드백해 기준이나 내용을 꾸준히 업데이트한다. 최근 하나 둘 씩 선보이기 시작한 12세대 기반 노트북 제품 역시 업데이트된 새로운 기준이 적용된다.

하지만, 노트북 구매자 입장에서 이보 인증 제도의 세밀한 업데이트 내용까지 하나하나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게임을 즐기기 위한 노트북을 찾거나, 영상 편집 등의 전문 작업을 위한 노트북을 찾는 게 아니라면 ‘EVO’ 인증마크가 붙은 노트북 중 가장 맘에 드는 제품을 고르면 된다. 그렇다면 노트북을 구매할 때 실패할 확률을 크게 줄이고, 불필요한 비용 낭비를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