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확산 제약업계…모호한 가이드라인 개편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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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2.02.28 06:00
제약바이오 기업 4곳 중 3곳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실천하고 있거나 본격화하면서 업계 내 지속가능 경영 열풍이 더욱 확산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계 전반이 기업 중심 경영에서 투자자 중심 경영으로 변화함에 따라 제약바이오 기업 역시 ESG 경영에 동참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일부 기업들이 모호한 개념, 인력 부재 등의 문제로 ESG경영 실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약바이오 협회가 국내 ESG 우수기업 사례로 (왼쪽부터) 한미약품, 동아쏘시오그룹, 일동제약, 종근당을 꼽았다. / 각 사 제공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2021년말 기준 제약바이오기업 35개사를 대상으로 ESG 실천 현황 등을 조사한 결과 ESG 경영을 도입한 제약바이오기업은 34.3%로 나타났다. 실천을 계획 중인 곳은 40.0%로, 제약바이오 업계 75%가 ESG 경영을 시작했거나 준비 중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 중 ESG 관리를 위해 담당 부서를 운영 중인 제약사는 20%였다. 지속가능보고서를 발행하는 곳은 30%(10곳) 였다. 68.6%의 제약사는 ESG 교육을 실시하고 있었다. 교육 내용으로는 부패 방지 및 산업 안전 관련 교육이 많은 반면 인권·환경 교육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부기관 인증 중에선 의약품 제조를 위한 GMP(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인증과 ISO 37001(부패방지경영시스템) 인증이 많았다. 최근엔 가족친화기업 및 환경경영시스템 인증을 받는 회사가 증가 추세인 것으로 조사됐다.

소순종 동아에스티 전무는 "시장은 기업에게 변화를 요구하고 있고 ESG 이슈는 투자자의 필수 고려요소가 됐다"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는 경영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SG는 재무적 성과 중심이던 기업 관점에서 벗어나 투자자 관점에서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 등 기업의 비재무적 리스크를 점검하기 위해 만들어진 용어다.

ESG 경영이 본격화한 시점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BlackRock)의 최고경영자가 세계 주요기업 최고경영자에게 "ESG 리스크 관리가 미흡할 경우 이사회에 책임을 물겠다"는 선언을 하면서 부터다.

국내의 경우 국민연금을 포함한 주요 투자기관들이 투자 의사를 결정할 때 ESG요소를 반영하기로 결정하면서, 기업 경영의 필수 요소로 급부상했다.

특히 R&D(연구개발) 등 투자금 확보가 중요한 제약바이오 기업에게 ESG는 최우선 경영 과제이기도 하다. 지난해 ESG경영에 대해 제약바이오 업계의 성과도 관측됐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ESG 평가 등급에서 A등급을 받은 제약바이오 기업은 10곳(21.3%)으로 전년(2곳)보다 5배나 늘었다.

하지만 과반수 제약바이오기업이 ESG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제약바이오 기업의 주요 애로 이유에는 ‘복잡한 평가 기준’이 25곳(71.4%)으로 가장 많았다. 특히 전문인력부족 22곳(62.9%)과 비용 부족 14곳(40.0%), 가이드라인의 부재 11곳(31.4%) 등이 꼽혔다.

소 전무는 "제약사의 ESG 경영을 확산하기 위해 명확한 가이드라인 제공과 경제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며 "국내 제약산업의 ESG 경영은 도입 초기로, 주로 상위제약사 위주로 활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제약바이오 협회는 국내 ESG 우수기업 사례로 ▲한미약품 ▲동아쏘시오그룹 ▲일동제약 ▲종근당 등을 꼽았다.

우선 한미약품은 환경, 사회, 지배구조 전반에 걸친 사례들이 소개됐다. 특히 한미약품은 공정거래위원회 등급평가에서 CP(공정거래자율준수프로그램)를 도입한 국내 700여기업 중 유일하게 최고 등급인 AAA를 획득했다.

한미약품은 2019년 업계 최초로 환경 관련 위원회인 ‘hEHS위원회’를 신설했다. 한미약품의 각 사업장은 ▲환경경영시스템(ISO14001) ▲안전보건경영시스템(ISO45001) ▲사업연속성 경영시스템(ISO22301) 등을 인증받았다.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한미약품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5.6% 절감했고 폐기물 재활용률은 76%를 달성했다. 대기, 수질오염물질 배출은 50% 줄였다.

사회공헌활동도 꾸준히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약품은 임직원의 봉사활동과 사랑의 헌혈, 한미부인회 등 임직원과 가족 모두 나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배구조 분야에서도 독립적인 이사회 활동과 2020년 도입한 전자투표제 등 주주 친화정책 등이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이사 선임의 투명성과 상장된 계열사에 일괄적으로 감사위원회를 설치한 점은 독립적인 이사회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됐다.

동아쏘시오그룹은 지난해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ESG 평가에서 그룹사 중 3개사가 통합 A등급을 받을 정도로 ESG 경영에 열을 올리고 있다. 동아쏘시오그룹은 2020년 각 그룹사 대표이사들로 구성된 ‘사회책임협의회’를 신설, 그룹의 사회적 책임 경영관련 사안를 심의·논의해 오는 등 갖가지 노력을 펼치고 있다.

동아쏘시오그룹은 2019년부터 기업지배구조헌장을 제정해 지배주주와 경영진과 독립된 사외이사진을 구축했다. 협회는 이사회 및 감사위원회가 경영진에 대한 실질적인 감독 기능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배구조 분야의 우수사례라고 설명했다. 현재 동아쏘시오그룹은 감사위원회, 사외이사후보 추천위원회, 평가보상위원회 등 3개의 독립위원회를 갖췄다.

일동제약은 지난해 5월에는 UN 소개 우수사례 국제 친환경 인증(GRP)에서 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AA+ 등급을 획득했다. 일동제약은 제품의 포장 재질과 재활용 등급을 표시한 ‘그린에코 패키지’를 도입하며 친환경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일동제약은 환경경영 국제표준 ISO14001 인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일동제약은 송파재단을 설립하고 장학사업과 교육기관, 학술단체를 지원해왔다. 이와 함께 서울 기초생활수급자 가정을 방문해 사과박스를 전달한 것을 시작으로 대전, 광주, 부산 등을 순회하면서 사회공헌활동을 펼친 점 등은 사회 분야의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종근당은 책임경영과 윤리경영에 앞장섰다는 평가를 받으며 한국기업지배구조원 ESG 평가에서 종합 A등급을 받았다. 현재 종근당은 김태영 종근당홀딩스 대표를 중심으로 주요 계열사 4곳의 대표가 참여한 ESG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종근당은 제약업계 최초로 ▲환경경영시스템(ISO14001) ▲에너지 경영시스템(ISO50001) ▲안전보건경영시스템(ISO45001) 등을 인증받았다. 지난해에는 사업장 내에 에너지모니터링 시스템인 FEMS(공장 에너지관리 시스템)와 태양광 발전 설비를 도입했다. 올해부턴 사업장 내 안전보건실을 신설하고 근로자들에게 안전한 작업환경을 제공했다.

종근당은 10년 넘게 이어온 환자와 가족들을 위한 ‘오페라 희망 이야기 콘서트’와 환아들을 위한 ‘키즈 오페라’ 등을 시행 하는 등 사회공헌 활동을 진행 중이다. 이밖에 장학 사업을 진행 중인 종근당고촌재단과 헌혈캠페인 등을 실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업계에서 ESG는 경영 환경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존재라고 여겨질 정도로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기 시작했다"면서도 "업계 ESG 기준이 다소 모호한 시점이기 때문에 협회가 중심이 돼 확실한 가이드라인 구축 및 ESG 독려 정책 등을 마련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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