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지주사 포항 설립 선회…득일까, 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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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2.03.01 06:00
포스코가 지주사로 전환한다. 논란이 됐던 지주회사인 포스코홀딩스(가칭)는 일단 서울에 자리잡지만 추후 포항으로 이동하게 된다. 지역사회와 갈등을 피하기 위한 결정이라지만 오히려 잃는 것이 많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포스코의 경쟁력은 물론 관치 논란까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3월1일 포스코가 회계상으로 포스코홀딩스와 철강사업회사 포스코로 분할된다. 지주사 공식 출범은 2일이다. 앞서 포스코는 1월28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물적분할을 통한 지주사 체제 전환 안건을 처리했다. 의결권이 있는 주식수 기준 75.6%의 주주가 의결권을 행사했으며 출석주주 89.2%의 찬성률로 가결됐다.

지주사 전환 이후 포스코홀딩스는 서울에서 그룹의 미래 신사업 발굴과 사업·투자 관리를 전담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포항, 경북 등 지역사회의 반발이 발생했다. 포스코 지주사 포항 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는 최정우 포스코 회장 퇴진 총궐기를 예고하기도 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는가하면 권영진 대구시장 등 인근 지방자치단체장들에게 공동대응을 요청하기도 했다. 특히 유력 대선후보들까지 나서서 포스코홀딩스 포항 설치를 주장했다.

포스코-포항시, 지주사 설치 관련 모습. / 포항시
반면, 포스코는 지주회사의 서울 설립을 주장해 왔다. 임시주주총회에서 압도적인 찬성 결과 및 지역사회와 상생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실제로 830억원을 투자해 구축한 벤처 인큐베이팅 센터 체인지업 그라운드 포항 및 포항 환호공원에 위치한 체험형 조형물 스페이스워크의 성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와 정치권의 비판 수위가 높아지자 포스코는 25일 지주회사의 포항 설립을 전격 발표했다. 포스코는 포항시와 ▲포스코 지주회사의 소재지는 이사회 및 주주 설득과 의견수렴을 통해 2023년 3월까지 포항으로 이전 추진 ▲미래기술연구원은 포항에 본원을 설치하는 등 포항 중심의 운영체계 구축 ▲지역상생협력 및 투자사업은 포항시와 포스코, 포스코홀딩스가 TF 구성하여 상호 협의 추진 등에 내용을 합의했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는 것을 막기 위해 위와 같은 내용에 전격 합의했다고 전했지만 갈등의 씨앗은 여전한 상황이다. 범대위는 합의서가 이행되는 날까지 존속하고 필요한 활동을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또 포스코가 포항시와 미래기술연구원 부지 협의에 나설 것을 촉구하기로 했다. 미래기술연구원의 소재지를 포항에 두고 소수 인력만 배치하고 대부분의 연구 인력을 수도권에 상주시킬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포스코센터의 포항 이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금속노조 포스코지회는 "포스코와 포항시 합의서만 보면 진짜 지주사 포스코센터는 서울 강남에서 이전하지 않고 껍데기인 법인 명의만 이전하겠다는 것이다"며 "합의서를 이행하지 않아도 책임이 없어 포스코 경영진이 국민 비난을 피하기 위한 꼼수일 뿐이다"고 밝혔다.

최 회장의 사인을 촉구하는 의견도 있다.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은 "지금 협약만으로는 포스코를 되찾았다고 확신할 수 없다"며 "내년까지 추진하겠다고 명시해 실현 여부가 미지수고 최 회장 이름이 빠졌으며 태스크포스에 시민 참여가 보장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포스코
이어 "과거와 같이 그룹 본사 주소만 포항에 두고 실제로 회장과 주요 임직원은 모두 서울에 있는 '무늬만 지주사 포항 설립'은 수용하기 어렵다"며 "포스코홀딩스를 서울에 만들려고 했던 장본인 최 회장이 시민 앞에 사과하고 직접 본사를 포항에 돌려놓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것이 마땅하다"고 전했다.

포스코 경쟁력 약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미래기술연구원의 경우 국내외 우수한 인재 영입을 위해 서울에 설치하는 것이 이득일라는 것이다. 국내 대기업이 연구 인력 유치에 나서며 인재 확보 전쟁이 발발한 상황에서 미래기술연구원이 포항에 설치되면 포스코가 지리적 불리함을 안고 경쟁해야 한다는 것이다.

철강회사 이미지 교체도 원만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포스코는 지주사 전환을 통해 철강회사 이미지를 벗고 친환경 소재기업으로 발돋움한다는 방침이었다. 그런데 지주회사의 소재지가 똑같이 포항으로 유지되면 지주사 전환의 효과가 반감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이번 결정이 ‘관치의 부활’이라는 비판적 시선도 있다. 포스코는 2000년에 민영화됐다. 주주 대부분은 개인이다. 민영기업의 주주들이 결정한 사안이 정치권에 압력으로 인해 바뀌었다는 것이다. 정권 교체시기마다 포스코에 외압 논란이 있었는데 대선을 앞둔 이번 결정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시선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지역사회와 극단적인 상황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은 알겠지만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다"며 "지역사회에서 걱정하는 인력 유출, 세수 감소 등은 현실화되지 않을 것이고 지역에 대한 투자는 지속적으로 진행하면 되는 것이다. 포스코도 당초 이 부분을 강조했지만 지주회사의 포항 이전이라는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포스코의 이 같은 결정이 정치권의 압력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며 "지주회사의 포항 설립을 주장했던 정치인들에게 물어보고 싶고 그들이 어떻게 대답할지 궁금하다"고 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1일 회계상 분할이 되면 지주회사의 주소지는 서울이 된다"면서 "다만 주주 설득을 통해 2023년까지 포항으로 이전한다는 것이다"며 "1월 임시주주총회에서 결정된 사안인만큼 추후 주주총회를 열어 다시 주주들의 의견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성우 기자 good_s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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