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파나소닉이 ‘4680 신형 배터리’ 상용화에 한발 더 다가섰다. 이 배터리는 테슬라의 전기차 ‘모델 Y’에 탑재될 예정이다. 한국에서는 테슬라의 또다른 협력사 LG에너지솔루션이 4680 배터리 개발에 안간힘을 쏟는다.

4680은 기존 원통형 배터리인 2170의 대형화 버전이다. 지름 46㎜, 길이 80㎜를 뜻한다.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배터리보다 양산 시점이 빠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수년 내 배터리 판을 뒤집을 만한 현실적 카드로 업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는다.

파나소닉 4680 원통형 배터리(오른쪽) / 파나소닉
파나소닉 4680 원통형 배터리(오른쪽) / 파나소닉
4일 외신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파나소닉은 일본 서부 와카야마에 전기자동차용 4680 배터리 생산 라인 2개를 짓겠다고 밝혔다. 2024년 3월 내 대규모 양산에 돌입한다. 최근에는 미국에 수천억엔(수조원)을 들인 전기차용 배터리 신규 공장을 건설해 테슬라에 공급할 계획을 밝혔다.

파나소닉은 기존에 테슬라에 공급하는 배터리보다 에너지 용량을 5배, 출력을 6배, 주행거리를 16% 각각 늘리고 충전 속도도 빨라진 차세대 4680 배터리 시제품을 지난해 선보인 바 있다.

테슬라는 올해 1분기부터 모델 Y를 시작으로 4680을 탑재할 계획이다. 파나소닉의 양산이 본격화 하는대로 4680 배터리가 탑재된 모델 Y의 대량 양산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테슬라 상하이 기가팩토리에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 중인 LG에너지솔루션도 4680 배터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는 LG에너지솔루션이 빠르면 파나소닉 보다 1년쯤 늦은 2023년에 4680 배터리를 개발할 것으로 관측한다.

장승세 LG엔솔 전 경영전략총괄 전무는 2020년 3분기 LG화학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기존 대비 에너지 밀도는 5배, 출력은 6배 이상 높아진 원통형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오른쪽)와 드류 베그리노 테슬라 부사장이 2020년 9월 열린 배터리 데이에서 새로운 원통형 배터리셀 ‘4680’을 소개하는 모습 / 유튜브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오른쪽)와 드류 베그리노 테슬라 부사장이 2020년 9월 열린 배터리 데이에서 새로운 원통형 배터리셀 ‘4680’을 소개하는 모습 / 유튜브
파나소닉에 이어 세계에서 원통형 배터리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삼성SDI도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를 준비 중이다. 다만 파나소닉, LG에너지솔루션, 중국 CATL을 뚫고 테슬라의 새로운 고객사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기존 고객인 리비안 등을 위한 규격으로 개발에 치중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 배터리 기업도 4680 대항마 제조에 뛰어든다. 중국 EVE는 지난해 말 20GWh 규모의 중대형 원통형 배터리 공장 건설에 돌입했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EVE가 4680과 흡사한 규격의 배터리를 생산할 것으로 추정한다. 세계 1위 배터리 기업인 CATL도 테슬라 공급 비중을 늘리기 위해 4680 규격의 배터리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름 46㎜·높이 80㎜ 크기의 ‘4680’ 혹은 지름 46㎜·높이 95㎜ 크기의 ‘4695’ 배터리를 생산하리라는 것이 업계의 추정이다. 테슬라 배터리 공급사이자 세계 최대 배터리사인 CATL도 4680를 개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로 인해 배터리 패러다임이 바뀌었고, 원통형 기술을 고도화 하는 제조사가 늘어나고 있다"며 "테슬라가 2170과 마찬가지로 4680 배터리도 공급사 다변화 전략을 취할 것이기 때문에 파나소닉 뒤를 이은 제조사 간 납품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1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CATL은 32.6%의 점유율로 세계 1위 자리를 유지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20.3%로 2위, 파나소닉이 12.2%로 3위를 각각 차지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