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GOS 논란에 고개 숙인 한종희 삼성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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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2.03.16 13:36 | 수정 2022.03.16 13:37
개미들, GOS에 원론적 답변한 삼성에 고개만 갸우뚱

16일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 경기 수원컨벤션센터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정점을 찍은 와중에도 열기가 뜨거웠다. 주총장 안팎에는 갤럭시S22의 성능 제한 논란이 불거진 것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가 가득 찼다. 의장을 맡은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부회장)은 주주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지만, 주주들은 근본 해결책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드러낸 채 주총장을 떠났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18일 주총장을 찾은 주주는 1600명을 훌쩍 넘겼다. 2021년 열린 주총에 900명이 참석한 것에 비해 두배 가까이 증가한 숫자다. 동학개미의 핵심 축 2030세대, 지팡이 짚은 70대 노인, 아이와 함께 온 부모까지 남녀노소를 불문하며 삼성전자 주총에 대한 열기가 상당했고, 현장에서 그 분위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삼성전자 사업보고서를 보면, 2021년 말 기준 삼성전자 소액주주 수는 506만6351명이다. 지분율은 65.71%에 이른다. 2020년 말(215만3969명)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 1200석의 좌석을 마련한 삼성전자가 이번엔 총 3600석을 마련한 이유다.

16일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 경기 수원컨벤션센터 내부 모습 / 이광영기자
주총장 가득 울린 노태문 ‘책임론’에 한종희 부회장 해명 진땀

주총장에서 나온 첫 질의는 갤럭시S22의 ‘게임 옵티마이징 서비스(GOS)’ 논란에 대한 해명과 사과 요구였다.

한종희 부회장은 이와 관련해 "주주와 고객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며 "고객 여러분의 마음을 처음부터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점 대해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한 부회장은 첫 발언 이후 단상 앞으로 나와 90도로 허리를 숙여 사과했다.

연단으로 돌아온 그는 "GOS는 게임들의 다양한 특성을 반영해 스마트폰의 성능을 최적화하는 의도로 기획했다"며 "고사양 게임은 장시간 일관성 있는 성능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게임에 지장이 없다고 판단한 적정 한도까지 CPU, GPU 성능을 제한해 발열을 최소화하고 대신 일관성 있는 성능을 지속 제공하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부회장)이 16일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 삼성전자
한 부회장은 GOS 해제 선택권에 따른 안전 문제에 대한 질의에는 "고객 불만 사항 개선을 위해 성능 제한을 풀더라도 온도 제어 알고리즘으로 안전을 확보할 예정이다"라며 "단말 정책을 변경하더라도 사용자 안전에는 문제가 없도록 발열 방지 기능은 지속 적용된다"고 답했다.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한 대책으로는 "저희가 GOS에 대해 사죄도 했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도 했다"며 "회사가 성장하고 저희 제품이 많이 팔리는 데 지장이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주총장을 찾은 주주들은 갤럭시S22 GOS 관련 문제 이외에도 "지난해 9만원대까지 오른 삼성전자 주가가 30% 넘게 하락했는데, 사측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방안을 제시해달라" "노태문 사장은 GOS 논란에 대해 삼성 팬들에게 합리적인 납득(설명)을 주지 못했다. 사업 총괄직에서 손을 떼야한다" "삼성의 주인은 주주인데, 삼성전자 노조의 성과급 요구가 과도하다" 등 지적이 나왔다.

한 부회장은 그동안 회사에 기여해온 노태문 사장의 경력을 언급하며 그의 사내이사 선임을 옹호했다.

노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을 반대한다는 주주의 의견에 대해 한 부회장은 "노태문 사장은 디지털 리더십을 갖춘 모바일 사업 전문가로 갤럭시 S와 폴더블폰, 웨어러블, PC 개발과 성공을 이끌며 2014년 이후 최고의 실적을 만들어낸 뛰어난 경영자다"라며 "경쟁이 심화하는 모바일 시장에서 폴더블폰과 5G, AI 등을 융합한 새로운 모바일 경험을 제공하고 성장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최고의 적임자다"라고 감쌌다.

한 부회장은 노 사장의 원가절감 전략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도 "고객이 원하는 핵심 기능 위주로 사양을 최적화하고 프로세스 전반의 효율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합리적인 가격대에 프리미엄 제품을 제공해 가격 부담을 완화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비용절감을 위해 품질을 양보하지 않는다"며 "향후에도 완성도 높은 제품 경험과 품질을 최우선으로 한 제품을 소개하겠다"고 답했다.

16일 열린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의 사내이사 신규 선임안이 97.96%로 통과했다 / 이광영기자
노태문 사장, 찬성률 97.96%로 삼성전자 사내이사 선임

주총에서는 재무제표 승인, 사내·사외이사 선임 등의 안건이 상정돼 원안대로 통과됐다. 특히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은 98%에 가까운 높은 찬성률로 사내이사에 선임됐다. 우려와 달리 갤럭시S22의 게임 최적화 서비스(GOS) 논란에 따른 개인주주들의 불만은 수치로 표현되지 않았다.

경계현 DS 부문장(찬성률 86.34%)과 노태문 MX사업부장(97.96%), 박학규 DX부문 경영지원실장(86.11%),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98.04%) 등 사장 4명은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사외이사로는 김한조 하나금융공익재단 이사장이 재선임됐고, 한화진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 석좌교수와 김준성 싱가포르투자청(GIC) 매니징 디렉터는 신규 선임됐다.

16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삼성전자 제53기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한 주주들이 포토존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응원메시지를 남기는 모습 / 삼성전자
‘원론적 답변’에 실망한 주주들 "진정성 없었다"

3시간에 걸친 주총이 끝난 후 주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이날 나온 송곳 같은 질문과 지적과 달리 삼성전자의 답변이 원론적인 선에서 그쳤다는 반응 탓이다.

현장을 찾은 주주 A씨는 "기업과 소비자 간 관계에 있어서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삼성은 그 부분이 미흡해 이미지에 타격을 받았다"며 "그런 의미에서 GOS 이슈와 관련해 원론적인 답변밖에 듣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때부터 3년간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주주 B씨(20)는 "질의에 대해 원론적 답변만 나와 만족스럽지 못한 주총이다"라며 "앞으로는 대본읽는 식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진심어린 답변을 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주식을 1년 간 보유했고 주총에 처음 참석했다는 주주 C씨는 "노태문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건은 반대표가 많을 줄 알았는데, 찬성표가 많이 나와 의외였다"며 "오늘 한종희 부회장으로부터 속시원한 얘기는 듣지 못했지만, 노 사장이 사내이사로서 더 책임을 가지고 잘 이끌면 좋겠다"고 말했다.

17일 오전 수원컨벤션센터 정문 앞에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직원이 시위를 하는 모습 / 이광영기자
주총을 앞두고 수원컨벤션센터 정문 앞에는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직원 10명쯤이 노태문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을 반대하는 침묵 시위를 진행했다.

노조는 갤럭시S22 GOS 기능 논란을 일으킨 노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을 철회를 요구했다. 주총에 참석하는 소액주주들을 향해 ‘GOS 사태의 근본 원인은 노 사장에게 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펼쳐 보이기도 했다.

김항열 삼성전자 사무직 노조위원장은 "오늘 시위는 사측과 향후 임금교섭과 별개로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국민 반대 목소리를 내기 위한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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