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B·넷플릭스, 2심 1차 변론기일서 망 사용료 입장차만 재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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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2.03.19 06:00
2심 재판부, 망 이용의 유상·무상 살핀다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와 콘텐츠제공사업자(CP) 간 망 사용료 갈등을 다루는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 법정 다툼의 2라운드가 시작됐다. 법원은 양사가 처음 격돌한 1심에서 SK브로드밴드의 손을 들어줬는데, 2심 재판부는 망 사용료와 관련한 평행을 달리는 주장을 살펴본다. 양사는 향후 열릴 변론기일에 쌍방 주장을 차근차근 반박해 나갈 예정이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각 사 로고 / IT조선 DB
망 사용료 갈등에 불거진 SKB-넷플릭스 소송, 2라운드 돌입

서울고등법원 민사19-1부(부장판사 정승규·김동완·배용준)는 16일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망 사용료 지급 의무가 없음을 밝히는 채무부존재 확인 항소심 1차변론을 진행했다.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에 반소로 제기한 부당이득 반환 소송도 함께 다뤘다. 넷플릭스(원고) 법률대리는 김장법률사무소(김앤장)가, SK브로드밴드(피고) 법률대리는 법무법인 세종이 맡았다.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를 지급하라는 SK브로드밴드와 갈등을 벌이던 2020년 4월 민사 소송을 제기하며 법원의 판단을 받기로 했다. SK브로드밴드가 2019년 11월 방송통신위원회에 망 사용료 협상 중재를 요청하는 재정 신청을 했는데, 재정 기간 중 법원행을 택했다. 법원은 2021년 6월까지 1년 2개월간 세 차례의 변론기일을 진행했고, 넷플릭스는 1심에서 패소했다.

당시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20부(부장판사 김형석)는 SK브로드밴드와의 협상 의무가 없음을 확인해 달라는 넷플릭스 측 요청을 각하했다. 각하는 소송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을 때 본안을 판단하지 않고 내리는 판결이다. 또 망 사용료를 제공할 의무가 없다는 점을 확인해달라는 요청에는 기각 판결을 내렸다. 기각은 소송 요건은 갖췄지만 내용이 충족되지 못했을 때 소송을 종료하는 것을 말한다.

넷플릭스는 1심 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2021년 8월 항소를 결정했다. 넷플릭스 측은 당시 "1심 판결을 보면, 법원은 SK브로드밴드가 연결이라는 역무를 제공했고 넷플릭스가 이에 대한 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는 항소심에서 1심에서 나왔던 사실 등의 법리적 오류를 바로잡겠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 "SKB가 국내에 OCA 도입하면 트래픽 갈등은 없다"

항소심 첫 변론기일에 참석한 넷플릭스는 1심에서 펼쳤던 주장을 이어갔다. 핵심은 SK브로드밴드가 자사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인 오픈커넥트(OCA)를 도입하면 넷플릭스로 인해 발생하는 트래픽(데이터양)의 대다수를 줄일 수 있다는 내용이다.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 트래픽 급증으로 망 운영과 투자에 부담이 크다고 주장하면서도 OCA는 도입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넷플릭스 건물 전경 일부 / 넷플릭스 홈페이지 갈무리
넷플릭스는 2016년 1월 국내서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세계 각국의 ISP와 동일하게 SK브로드밴드와도 OCA를 통한 직접 연결에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홍콩, 일본에 있는 넷플릭스 OCA를 활용해 SK브로드밴드에 콘텐츠를 전송하면 SK브로드밴드가 다른 ISP에 지불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논리다.

넷플릭스는 상호 무정산으로 서비스를 연계하는 것이 인터넷 생태계에서 흔한 일이라는 주장도 더했다. 이른바 ‘빌 앤 킵(Bill and Keep)’ 원칙이다. ISP들이 주고받는 정보의 양이 상당한 만큼, 이에 대한 비용을 지급하지 않고 무상으로 거래하는 방식이다. 넷플릭스는 빌 앤 킵을 외면한 채 망 사용료 지급할 경우 지급 규모에 따라 ISP가 인터넷 서비스를 차등 제공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망 중립성을 훼손하는 명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항소심에서 인터넷 서비스 제공의 책임이 ISP에 있다는 입장도 다시 한번 강조했다. SK브로드밴드가 인터넷 상품을 판매하면서 다운로드 보장 속도별로 각기 다른 이용료를 받고 최저 보장 속도가 나오지 않으면 이용료를 줄여주는데, 이 점을이 서비스 제공 책임의 소재를 분명히 하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OCA가 대안일 수 없다는 SKB…"빌 앤 킵 정산은 ISP 간 거래 유형 중 하나"

하지만 SK브로드밴드 측은 넷플릭스에 부당이득 반환을 위한 반소를 제기한 상태다. 넷플릭스 트래픽 급증으로 발생한 자사 피해와 권리 침해를 보상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넷플릭스는 이와 관련해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에 역무(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닌, 일반 가입자를 상대로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는 과정인 만큼 권리 침해와는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SK브로드밴드는 16일 변론에서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 망을 통해 유상의 역무를 받기에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는 1심 판결 결과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전기통신사업법상 SK브로드밴드는 기간통신사업자로, 부가통신사업자인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 망을 이용해 콘텐츠를 제공한다면 상법상 보수 청구권을 요구할 수 있다는 반소 주장도 더했다.

넷플릭스는 OCA를 국내에 설치하면 트래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지만 SK브로드밴드 입장은 다르다. 국내에 OCA를 설치하면서 발생하는 국내 망 이용료와 공간·전기 사용료 등이 추가로 발생하는 상황에서 넷플릭스는 이를 외면한 채 OCA 도입 후 효과만 내세운다는 논지다.

SK브로드밴드 여주위성센터 건물 전경 / SK브로드밴드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주장한 것처럼 양사 간에 망 사용료를 지급하지 않기로 한 명시적, 묵시적 합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 국내 서비스 초기부터 망 사용료를 계속해서 요구했고, 시간이 흐를수록 감당할 수 있는 비용을 넘어선 트래픽이 발생함에 따라 소송으로까지 갈등이 이어졌다는고 밝혔다.

또 망 사용료 지급이 곧 인터넷 생태계와 망 중립성 훼손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망 중립성은 ISP가 합법적인 콘텐츠와 서비스, 인터넷망에 위해가 되지 않는 기기, 장치를 차단하고 해당 제공자를 불합리하게 차별하는 것을 금지할 뿐, 망 사용료 지급을 막는 근거가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주장한 빌 앤 킵 원칙이 ISP 간 이뤄지는 정산 방식의 한 유형이라는 지적도 더했다. 빌 앤 킵은 네트워크를 보유한 ISP끼리 트래픽을 교환할 때 망 연동 트래픽이 유사할 때 편의를 위해 별도 비용을 청구하지 않는 방식이다.

SK브로드밴드 측은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CP와 페이스북, 디즈니플러스 등 해외 CP가 직·간접적으로 국내 ISP에 망 사용료를 지급한다는 주장도 더했다.

SKB-넷플릭스, 향후 변론서 구체적인 쟁점 사안 다룬다

재판부는 양사 간 주장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만큼 향후 소송 진행을 위해 세부적인 설명이 필요하다고 봤다. 1심을 진행할 때처럼 물리적, 기계적인 측면에서 망 생태계 관련 무상·유상 관련 판단을 돕는 프레젠테이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넷플릭스 주장처럼 양사 간 망 무상 제공 관련 합의가 있었는지, 빌 앤 킵 원칙이 국내·외 망 관련 계약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넷플릭스 한국 법인이 구체적으로 어떤 성격을 띠고 사업을 어떻게 진행하는지, 국내 CP가 ISP에 망 사용료를 어떻게 지급하는지 등을 소송 과정에서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2021년 12월 기준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연결 개요도 / SK브로드밴드
재판부가 제시한 항소심 2차변론 날짜는 5월 18일이다. 재판부는 양사 간 쌍방 변론 반박을 차기 변론에서 진행한다.

넷플릭스는 항소심 1차변론이 진행된 날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넷플릭스 측은 "인터넷 생태계 참여자는 소속 국가를 불문하고 상호 자율 합의로 시장 원리에 따라 연결 조건을 정했다"며 "CP와 ISP가 협력해 각자의 소임을 다했을 때 공동의 소비자에게 만족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SK브로드밴드는 항소심 후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백브리핑을 열고 법무법인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강신섭 법무법인 세종 대표 변호사는 이 자리에서 "항소심 첫 기일에서 재판부가 여러 합리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여러 상황에 대해 아직 의문을 갖는 것처럼 보이고 예단을 하고 있진 않아 보인다"며 "성실하게 준비해서 5월 재판(2차변론)을 준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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