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베타서비스 오픈한 신한금융의 메타버스
아직은 게임이 전부…금융사 메타버스 맞아?

"오늘 쏠래잡기는 퀴즈로 대신합니다. 쿠폰 당첨률을 높였으니 많은 이용 바랍니다."

오후 5시 신한금융 메타버스 내 최대 이벤트인 ‘쏠래잡기’가 시작될 시각인데 왠지 조용하다 싶더니 위와 같은 공지가 떴다. 안그래도 언제 시작하냐며 채팅창에 이용자들의 불만이 터져나오던 상황. 허탈했다. 이벤트가 열리지 않는다는 공지에 접속자가 현저히 떨어지는 게 눈에 보였다.

신한은행의 메타버스 플랫폼 ‘신한 메타버스' 조감도. / 신한은행
신한은행의 메타버스 플랫폼 ‘신한 메타버스' 조감도. / 신한은행
14일 베타서비스 오픈한 신한금융의 메타버스

신한은행이 지난 14일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 ‘신한 메타버스(가칭)’의 1차 베타서비스를 시작했다. 신한 메타버스는 가상 공간에서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과 직관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로 만들어졌다. 레고 블록처럼 영역을 만들고, 여기에 향후 콘텐츠를 추가할 때마다 각자의 공간을 조성할 수 있도록 했다.

베타서비스 기간은 21일까지다. 이 기간동안 ▲모임, 휴식 등을 할 수 있는 최초 진입 공간인 ‘스퀘어’ ▲서소문 디지로그 브랜치의 이미지를 차용해 만든 은행 지점인 ‘브랜치’ ▲KBO와 함께 이벤트 등을 진행하는 ‘야구장’ ▲GS25편의점을 구현해 실제 구입이 가능한 공간 ‘스토어’를 체험할 수 있다.

메인 이벤트라 할 수 있는 쏠래잡기는 매일 오후 5시에서 5시 20분까지다. 신한은행 캐릭터를 잡으면 ‘술래’가 된다. 가장 많이 잡은 우승자에게 포인트인 ‘골드'를 몰아줘 참여율이 가장 높은 이벤트다.

둘째 날은 취소됐지만, 첫날 쏠래잡기는 반응이 좋았다. 다만 사람이 몰리는 통에 게임 진행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게 문제였다. 서버 용량이 한정된 탓인지 다수가 한 공간을 돌아다니자 버벅거리기 일쑤였고, 서로 부딪히기 바빠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추가 게임 요청이 쇄도하자, 관리자는 "한 번 더 진행할까요?"라며 분위기를 띄웠다. 너도나도 환호성을 지르며 관리자에게 빨리 게임 한 판을 더 열라고 재촉했고,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모른채 게임에 참가해 2번이나 우승했다.

KBO ‘야구장’ 공간에서 열린 미니 게임. / 신한 메타버스 갈무리
KBO ‘야구장’ 공간에서 열린 미니 게임. / 신한 메타버스 갈무리
쏠래잡기 외에 재미거리로 KBO ‘야구장' 공간 안에서 진행되는 미니게임이 있다. 이곳에서 야구공, 배트, 글로브 등 아이템을 모으면 포인트가 쌓인다. 이걸 모아 금은동 트로피를 획득하면 골드를 모을 수 있다. 각 캐릭터는 배트를 가지는데 이걸 휘둘러 격투를 벌이는 기능도 있다. 상대에게 배트를 휘두르니 상대 캐릭터가 휘청하고 내 캐릭터의 포인트는 올라간다.

재미에 치중…금융사 메타버스인데 게임이 전부

곳곳에 재미요소를 배치해뒀지만,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아 보였다. 무엇보다 금융사에서 오픈한 메타버스라는 기대를 버리는 게 좋을 듯 하다. 금융교육이 이뤄지거나, 가상 공간에서 은행원과 상담하는 등 다양한 기능을 담고있기 보다는 게임 플랫폼에 가까운 형태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서소문 디지로그 브랜치를 구현했다던 브랜치를 살펴보자. 상담이나 상품 가입 등을 기대했지만 쏠래잡기가 열리거나, 간혹 금융 오엑스 퀴즈가 열리는 게 끝이다. 신한 메타버스에 들어오면 은행 창구와 비슷한 공간을 마주한다. 그런데 여기도 게임이다. 구석에 설치된 기계에서 번호표를 뽑아 해당 창구에 가면 골드를 준다.

웹(Web) 접속이 쉬운 환경은 아니다. ‘별도 앱 설치 없이 웹으로 접속 가능한 환경을 구축했다’고 소개했지만 인터넷으로 접속하자 버벅거리는 화면에 캐릭터가 움직이지를 않는다. 답답함에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들어, 신한은행 앱인 쏠(SOL)을 켰다. 이벤트 페이지에 들어가 접속링크를 찾은 뒤 플랫폼에 다시 접속했다.

접속자가 몇 십명만 되도 버벅거림은 심해진다. 게임에 참여하는 이용자와 이제 막 입장한 이용자가 뒤섞여 아수라장이 되는 게 순식간이다.

작동 방법 안내도 부족하다. 실제 화면에서는 아이콘을 일일이 눌러야 어떤 기능인지 알 수 있다. 그나마 도움말을 클릭하니 엑셀로 정리된 기본 조작 안내서가 나온다. 보아하니 안내서를 보고 있는 이용자가 여럿이다.

나머지 공간을 둘러보던 중, 누군가 채팅창에 "충돌 시스템은 왜 만들어 놓은 건가요"라고 올린 글이 눈에 띈다. 다른 이용자와 동선이 겹치면 움직이지 못하고 서로 부딪치다 보니 답답함을 못이긴 누군가 올린 글이다.

접속자 수는 50명도 채 되지 않았지만, 충돌 기능으로 인해 동선이 겹치면서 이동이 어려웠다. / 신한 메타버스 갈무리
접속자 수는 50명도 채 되지 않았지만, 충돌 기능으로 인해 동선이 겹치면서 이동이 어려웠다. / 신한 메타버스 갈무리
"젊은 고객 잡아라"...메타버스 갈아타는 금융사

국내 은행이 메타버스 플랫폼을 조성하는 사례는 신한은행뿐만이 아니다. NH농협은행은 핀테크 전문기업 핑거와 ‘독도버스'를, 하나은행은 한국게임학회와 메타버스 생태계 조성 협력을 발표했다. 신한은행은 이와 달리 자체 플랫폼 구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타사와 협업하면 데이터를 열어주는 등 부담이 많지만 우리는 내부 데이터를 마음껏 활용할 수 있다"며 "무엇보다 기존 은행권 메타버스가 직원 교육 등 행사에 활용하는 수준에 그쳤지만, 신한은행 플랫폼은 고객이 직접 직원에게 상담 받는 등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고 했다.

신한 메타버스의 정식 출시일은 올해 말이다. 그는 "베타서비스 목적에 맞게 이용자 의견을 취합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서비스를 열었다"며 "8일동안 최대한 많은 피드백을 얻고자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경품도 많이 준비했다"고 했다.

박소영 기자 sozer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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