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과학’은 우리 주변과 옆집 등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친근하고 다양한 현상에 담긴 과학 원리를 소개합니다. 무관심하게 지나쳤던 일상 속에 숨겨진 과학은 무엇인지 알려드립니다. <편집자주>
인간은 혀를 통해 다양한 맛을 느낀다. 맛은 음식물에 속한 다양한 성분이 혀의 미뢰(味蕾)나 다른 세포 등 수용 기관과 접촉하며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뇌에 입력되는 것이다. 다만 우리가 ‘미각이라고 생각하는 맛’과 실제로 ‘미각으로서 느끼는 맛'은 차이가 있다.
미각은 혀에 위치한 미뢰를 통해 느끼는 감각이다. 음식물의 성분이 침이나 물에 녹으면 미뢰의 수용체가 이를 느끼고 입력된 맛을 인간의 뇌로 전달한다.
과거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맛은 크게 단맛과 신맛, 짠맛, 쓴맛 4가지로 구분됐다. 우리가 실제로 음식물을 먹으면서 느꼈던 맛을 전부 표현하기에는 상당히 부족한 숫자다. 때문에 4가지로 구분된 맛으로 설명되지 않는 ‘또 다른 맛'을 규명하는 것은 과학계의 꽤 중요한 관심사였다.
감칠맛은 ‘우마미(Umami)’라는 용어로도 사용되는데,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일본에서 처음 정의됐다. 동경대의 화학자인 이케다 기쿠나 박사가 주인공이다. 일본 음식은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면서, 말린 다시마나 훈연된 참치 등 조미료를 다수 사용한다. 기쿠나 박사는 이런 음식을 먹는 과정에서 고전적인 4가지 맛과는 다른 맛을 느꼈고 이를 규명하는데 집중했다.
규명된 감칠맛의 정체는 아미노산인 ‘글루탐산' 등이다. 감칠맛의 기원이 아미노산인 만큼,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에서 감칠맛은 더욱 잘 느껴진다. 단백질 자체가 여러 아미노산이 결합된 것인 만큼, 이를 끓이거나 구우며 파괴하고 변성시키는 과정에서 감칠맛이 더욱 잘 드러나게 된다. 구운 고기나, 미역국 등 해조류를 오래 끓인 음식에서 감칠맛이 많이 나는 이유다.
‘지방맛'의 정체는 ‘지방산'이라는 물질을 인간의 미뢰에 있는 CD36 수용체가 느끼면서 일어나는 것으로 연구됐다. 다만 지방맛은 CD36 수용체의 유무에 따라 잘 느끼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이를 잘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지방맛 규명을 위해 진행된 연구에서 보듯 지방맛은 단일로 과량 섭취하면 불쾌감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런 지방맛의 불쾌감을 잘 느끼지 못하는 사람의 경우 CD36 수용체가 부족한 것으로 판명됐는데, 지방맛에 민감하지 않을 수록 다량의 고지방 제품을 먹고 비만으로 이어지기 쉽다는 연구결과도 존재한다.
매운맛은 생리학적으로 캡사이신 등 같은 화합물에 촉각의 감각 수용기 반응하면서 느껴지는 ‘고통'이다. 고추에 다량 함유된 캡사이신 외에도 매운맛을 일으키는 화합물은 꽤 많다. 마늘에 함유된 알리신이나 고추냉이의 톡쏘는 매운맛을 일으키는 ‘시니그린' 등이다.
떪은 맛은 주로 탄닌이라는 성분에서 비롯된다. 멸치의 내장이나 녹차에 많이 들어있는 탄닌은 혀 점막의 단백질과 결합해 응집체를 만든다. 이 응집체가 점막에 달라붙어 짓누르고 자극하는 과정 중 혀에서 감각을 느끼게 되고, 이것이 우리가 느끼는 ‘떫은 맛'의 정체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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