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반독점법 위반 혐의 등으로 에픽과 법적 공방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에픽게임즈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핵심 사안인 인앱결제 등에 대한 뜻을 굽히지 않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드러낸 것이다.

애플 앱스토어 관련 이미지. /애플
애플 앱스토어 관련 이미지. /애플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24(현지시각) 제9 연방항소법원에 에픽게임즈와 소송에 관한 최신 서류를 제출했다. 애플은 제출 서류를 통해 "반경쟁 행위와 관련한 에픽의 혐의 제기는 전례가 없을 뿐 아니라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에픽이 신뢰할 수 없는 증인과 증언만으로 소송을 제기했으며,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도 제시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애플은 또 자신들은 독점이 아닌 경쟁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애플 측은 "앱스토어의 역사 내내 생산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가격은 하락했다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며 "그것들은 독점이 아니라 경쟁의 특징이다"고 적었다. 에픽은 애플이 제출한 서류에 대해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애플의 이 같은 주장은 자사 앱 마켓인 앱스토어 사용과 인앱결제를 강제하는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피력한 것이다.

애플은 앱스토어 시스템을 통해 애플리케이션 내에서 직접 결제하도록 하는 인앱결제 방식만 허용하며, 수수료로 앱 개발사로부터 수익의 30%를 받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에 불만을 품은 에픽은 2020년 인앱결제 방식을 우회하는 결제 시스템을 자사 게임인 ‘포트나이트’에 도입했고, 애플은 앱스토어에서 포트나이트를 삭제했다.

이후 에픽은 반독점법 위반 등으로 애플에 대한 법적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9월 있었던 1심 판결에서는 사실상 애플이 승리했다. 당시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연방법원은 애플의 앱스토어 비즈니스가 독점금지법 위반으로 보기 힘들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으며, 타사 앱 마켓을 허용해야한다는 에픽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재판부는 애플 측에 외부 결제용 링크를 허용하라고 명령했다.

또 애플의 이번 발언은 에픽게임즈와 법적 공방뿐 아니라, 미 의회가 추진 중인 플랫폼 규제 법안에도 굴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2월 초 미 상원 법사위원회는 애플의 앱 수수료 수입을 제한할 수 있는 법안을 찬성 20표 대 반대 2표로 통과시켰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강력한 지지를 받은 이 법안에는 애플이 앱스토어를 거치지 않고 아이폰에 앱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사이드로딩’(sideloading) 기능을 허용하거나 앱스토어 내에서 애플의 결제 시스템을 건너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상원 본회의로 넘어간 해당 법안이 최종적으로 입법되면 애플은 매출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당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상원 법사위 표결을 앞두고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 등 여러 의원들에게 전화를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임국정 기자 summe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