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와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 간 투자계약이 28일부로 해제됐다.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이 인수대금 예치시한인 25일까지 잔금 예치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에 따른 조치다.

이로써 2021년부터 국내 완성차 업계 초유의 관심사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던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자동차 인수건은 사실상 성사가 힘들어졌다.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자동차를 상대로 투자계약 해제 가처분 신청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정해진 시한 내 인수대금을 예치하지 못한 귀책사유가 있어 에디슨모터스의 승소 여부는 불투명하다.

쌍용자동차와 에디슨모터스 간 법적 공방과 책임 소재 가리기는 차치하고, 파국을 향하는 이번 인수건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에디슨모터스의 신뢰 획득이다.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은 인수 선언 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투자계약 해제라는 결과를 받기까지 반 년의 시간을 소모했다. 하지만 그간 제기됐던 업계의 대다수의 의구심을 씻어내지 못했다.

특히 컨소시엄의 주체인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자동차의 정상화 방안이자 경쟁력으로 내세운 전동화 전략에서도 신뢰를 획득하는데 실패했다. 신뢰 획득에 실패한 원인은 업계와 소비자·전문가를 납득시킬 수 있는 ‘알맹이’가 없었다는 것에 있다.

우선 에디슨모터스는 전기버스 노하우로 쌍용차 전동화를 주도하겠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전기버스와 승용전기차는 기술 영역에서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배터리 설계 면에서 지붕에 배터리를 대량 탑재하는 전기버스와 달리 승용전기차는 배터리와 다량의 전자장비를 좁은 면적에 배치하는 설계가 필요하다. 에디슨모터스가 전기버스에서는 기술적인 회사일지 모르나, 승용전기차 사업에서는 더 명확한 기술적 증명을 보여주는 것이 옳았다.

신규 개발 전기차의 주행거리도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다. 에디슨모터스는 언론을 통해 렉스턴 스포츠 전기차가 주행거리 1000㎞를 보유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는데, 렉스턴 스포츠는 내연기관 기반 플랫폼을 사용해 배터리 배치 면적이 한정된다. 아이오닉5나 허머EV같은 전용 플랫폼 전기차도 넘지 못한 주행거리 1000㎞의 벽을 렉스턴 스포츠 전기차가 상품성을 유지하며 돌파한다는 것은 다소 믿기 어렵다.

에디슨모터스가 업계와 소비자·전문가의 신뢰를 등에 업기 위해서는 최소한 개발 중인 스마트S 전기차의 제대로된 개발 모습이나 소식을 보여줘야했지만, 이마저도 여전히 확인되지 않는다.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자동차 인수건으로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완성차 업계와 소비자의 상당한 관심을 받는 기업이 됐다.

만약 에디슨모터스가 이후에도 승용전기차 시장에 제대로 발을 얹고 싶다면, 말한 포부에 맞는 전략과 기술을 시장에 보여야 한다. 보수적인 완성차 산업과 승용차 시장에서 신뢰를 얻는 법은 오직 ‘기술의 정직한 증명’뿐이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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