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산업은 ‘제2의 반도체’ 산업으로 꼽힌다. 최근 전기차 확산 등 호재가 많은데, 배터리 선도 기업의 실적 개선 속도는 더디다.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 수준이고, SK온은 여전히 적자다. 그나마 삼성SDI 사정이 낫다.

K배터리 3사는 올해 1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 것으로 예상된다. 최대 고객사인 완성차의 생산 차질에 배터리 출하가 감소했고, 원자재 상승과 물류비 증가도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끼쳤다.

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등 증권가 전망을 살펴보면 1분기 연결기준 국내 주요 배터리 업체의 실적은 2021년 동기 대비 부진하거나 손실을 지속갈 것으로 전망됐다.

왼쪽부터 최윤호 삼성SDI 사장, 전영현 한국전지산업협회 회장(삼성SDI 부회장),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지동섭 SK온 사장. 이들은 3월 17일 인터배터리 2022 SK온 부스를 방문해 기념 촬영을 했다. / 이광영기자
왼쪽부터 최윤호 삼성SDI 사장, 전영현 한국전지산업협회 회장(삼성SDI 부회장),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지동섭 SK온 사장. 이들은 3월 17일 인터배터리 2022 SK온 부스를 방문해 기념 촬영을 했다. / 이광영기자
국내 최대 배터리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의 1분기 예상 매출액은 4조4107억원, 영업이익은 1611억원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 4조2541억원 대비 3%쯤 증가한 수준이지만, 영업이익은 2021년 1분기(3412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올 1분기 영업이익은 2021년 4분기(757억원) 대비로는 개선될 것으로 관측됐다. 올해 들어 테슬라에 공급하는 원통형배터리 출하량이 시장 예상치보다 늘고, 파우치형 배터리 실적도 일부 만회된 것으로 보인다.

국내 배터리 3사 중 홀로 흑자전환을 하지 못한 SK온은 올해 1분기에도 1000억원 중반 수준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추정됐다. 2021년 4분기 영업손실(3100억원)보다는 적자 폭을 줄였지만, 원자재가 상승 요인으로 당분간 적자를 지속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매출액은 수주 물량 증가와 해외 생산 기지 가동 등의 영향으로 1조2000억~1조 4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SK온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김준 부회장은 3월 열린 주주총회를 통해 "차량용 반도체 이슈, 원자재 가격 상승 영향 등 최근 여러가지 환경적 문제가 있다"며 "올해 4분기 흑자 전환이 목표다"라고 언급했다.

삼성SDI는 3사 중 유일하게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전년보다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16.5% 증가한 2884억원, 매출액은 27.8% 늘어난 3조7854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삼성SDI 역시 완성차 생산 차질과 원자재 가격 급등 영향으로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에 부담이 커진 상황이지만, 전동공구용 원형 전지 수요 증가와 반도체 소재 및 편광필름 사업 호조로 비교적 안정적인 실적을 낸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업계는 생산기지 증설 전략에 보수적이고, 소형 전지·반도체 소재 부문에서 강점이 있는 삼성SDI가 당분간 3사 중 가장 돋보이는 실적을 낼 것으로 평가한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은 3월 17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품질과 수익성 우위의 질적 성장을 추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