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화의 도래와 함께, 내연기관은 점차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많은 완성차 브랜드들이 100년이상의 역사를 함께한 내연기관에 헌사를 보내거나 추억을 되새기며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포르쉐가 서울에 마련한 이번 ‘포르쉐 이코넨, 서울’ 전시 역시 과거 포르쉐에 대한 향수부터 현재와 미래를 함께 느끼며 새로운 시대의 포르쉐를 느낄 수 있는 복합적인 시간이었다.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 아트홀에 마련된 ‘포르쉐 이코넨, 서울’ 전시 / 이민우 기자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 아트홀에 마련된 ‘포르쉐 이코넨, 서울’ 전시 / 이민우 기자
IT조선은 포르쉐의 과거와 현재·미래를 함께 전시한 ‘포르쉐 이코넨, 서울’을 방문했다.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 한 켠에 마련된 포르쉐의 역사와 앞날을 볼 수 있는 공간은 포르쉐를 대표했던 클래식카부터 시대의 상징이 애용했던 아이코닉카, 모터스포츠 정신을 담은 스포츠카를 품었다.

‘포르쉐 이코넨, 서울’이 전시된 아트홀 1관으로 들어가자, 포르쉐 다이캐스트·전시차량들과 함께 포르쉐의 선구자인 ‘페리 포르쉐(Ferry Porsche)의 격언이 입장을 반겼다. "내가 꿈꾸는 차를 찾을 수 없어 직접 만들기로 결심했다"라는 포르쉐의 시작을 일궈낸 문장이 외벽에 쓰여 있었다.

할리우드 배우 제임스 딘의 마지막 차량으로 유명한 550 스파이더 / 이민우 기자
할리우드 배우 제임스 딘의 마지막 차량으로 유명한 550 스파이더 / 이민우 기자
전시장 내부에는 그동안 포르쉐를 대표했던 차량들이 즐비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첫 번째로 위치한 1인승 오픈휠 레이싱카 ‘718 포뮬러 2’가 숫자 6을 달고 인사를 보내는 듯 정면으로 눈을 마주쳤다.

이어 전시장 깊숙한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964 터보 카브리 올레’와 함께 차가운 회색빛 금속 차체를 가진 포르쉐가 등장했다. 툭 튀어난 헤드라이트와 안으로 움푹 꺼진 듯한 보닛, 지붕을 날려버린 카리브올레. ‘550 스파이더’였다.

‘550 스파이더’는 할리우드의 한 시대를 풍미하며 ‘젊은과 반항’의 아이콘 이었던 제임스 딘의 마지막을 함께 한 차량으로 기억되고 있다. 제임스 딘의 애마였던 것처럼, 폭발적인 엔진을 지닌 스포츠카이지만 포르쉐 911의 디자인은 그대로 가져오면서도 트렌디한 디자인을 채용해 기능과 실용미를 모두 잡은 점이 돋보였다.

금속 차체로 인해 육중해보이는 느낌과 달리 550㎏의 경량 차체가 놀라움을 자극했다. 현대 스포츠카 등에서도 널리 사용되는 알루미늄 소재를 사용해 무게를 크게 줄였다. 이를 기반으로 르망 24시, 카레라 파나메리카나 경주 우승 등 모터스포츠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포르쉐 919 스트리트 모델 / 이민우 기자
포르쉐 919 스트리트 모델 / 이민우 기자
오른쪽으로 진입하자, 조금 더 본격적인 포르쉐의 모터스포츠 세계로 향하는 공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포르쉐의 레이스카 DNA를 보유한 ‘935 베이비’와 ‘908/03 스파이더’가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포르쉐 이코넨, 서울’의 모터스포츠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935 베이비는 마티니 포르쉐 문구와 함께 정유 회사 쉘, 보쉬, 던롭 등 다양한 자동차 관련사들의 광고가 붙어있었지만, 날렵한 디자인 덕분인지 지저분한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사용자의 애착이 담긴 노트북처럼 진한 개성이 담긴 모습이었다.

뒤 이어 만난 공간은 포르쉐의 혁신을 담았다는 ‘이노베이션’ 공간이었다. ▲포르쉐 959 ▲카레라GT ▲918 스파이더 ▲타이칸 터보S가 둥글게 둘러싸인 공간의 상단에는 베일에 가려진 차량 한대가 놓여 있었다.

실루엣만으로도 날렵함이 느껴지는 차량은 ‘919 스트리트’였다. 르망24시에서 우승한 919 하이브리드카의 기술력을 기반으로 개발된 고성능 하이퍼카로 일반도로 주행도 가능하게 개발됐다. 특히 이번 919 스트리트는 한국인 포르쉐 디자이너 정우성씨의 손길이 닿은 차량이기도 하다.

919 스트리트는 안타깝게도 양산 단계까지 가지는 못했지만, 큰 인상을 남기기에는 충분했다. 550 스파이더를 연상시키는 복고적인 느낌과 함께 온 몸 곳곳에 ‘속도’를 위한 디자인이 가미돼 육상 선수나 말의 역동적인 근육을 연상시켰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