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가 이달 개최 예정인 소위원회 일정이 지연됐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과 공영방송법 개정안 등 처리와 관련해 여야 간 이견이 발생한 탓이다. 이로 인해 통신 업계 주요 법안 처리 역시 뒤로 미뤄졌다.

국회 안팎에선 정권 교체기에 발생하는 여야 힘겨루기로 과방위가 멈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상임위원회(상임위) 중에서도 파행이 잦은 곳이다 보니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크다. 여야는 미뤄진 과방위 소위원회 재개 일정을 논의 끝에 21일 개최하기로 했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전경 / IT조선 DB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전경 / IT조선 DB
검수완박·공영방송법 논란에 멈춘 과방위 법안2소위

19일 국회와 통신 업계에 따르면, 20일 열릴 예정이던 과방위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2소위) 일정이 취소됐다. 법안2 소위 장을 맡은 국민의힘 측이 일정 연기를 요청한 가운데, 취소 이유에 대한 여야 간 공방이 벌어진다.

조승래 국회 과방위 더불어민주당 간사는 18일 성명서를 내고 법안2 소위 안건 합의를 거의 마친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취소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그간 법안2 소위 법안 처리 성적이 좋지 않음을 지적하며 국민의힘 측이 약속한 의사일정을 이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영식 국회 과방위 국민의힘 간사이자 법안2 소위 장은 같은 날 반박 성명을 통해 책임이 여당에 있다고 강조했다. 여당이 검찰 수사권 폐지와 공영방송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하려 하는 만큼 긴급 현안이 해결된 후 소위를 재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회에선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을 두고 여야가 격렬한 논쟁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관련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하려고 하면서 국민의힘과의 갈등이 불거졌다. 법사위는 18일에 이어 19일에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열고 해당 법안을 논의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공영방송법 개정을 당론으로 정한 후 추진 중이다. KBS 등 공영방송을 구성하는 이사회를 운영위원회로 개편하고, 기존 이사 수를 두 배 이상으로 늘린 후 공영방송 사장 선임시 5분의 3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는 조항을 넣을 예정이다.

"과방위 파행, 비판할 지점 있다"

여야가 과방위 법안2소위 개최 지연을 두고 갈등하는 사이, 국회 안팎에선 이번 논쟁이 정권 교체기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힘겨루기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 5월 정권 교체 전 여대야소 국회에서 정치 입지에 유리한 주요 안건을 처리하려 하면서 이를 저지하는 야당과 대치한다는 설명이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특정 법안이 문제가 된다기보다는 전형적인 정치 논쟁으로 보인다. 국회에선 공영방송 이슈를 그 자체로 보기보단 그간 정치와 연결 지어 보지 않았냐"며 "정치 논쟁으로 업계 주요 법안이 처리되지 못한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과방위에는 넷플릭스 등의 글로벌콘텐츠제공사업자(CP)의 망 사용료 지급을 의무화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알뜰폰 시장 활성화를 위해 통신 사업자의 망 도매 제공 의무 확대 등을 명시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도 처리되지 못한 상황이다. 이동통신 업계 뜨거운 감자인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말기유통법) 등도 방치 상태다.

이달 행정안전위원회와 보건복지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등 타 상임위가 계획대로 일정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과방위만 정치 논쟁으로 일정이 지연되다 보니 이를 비판하는 시각도 있다. 국회에서조차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국회 과방위 한 관계자는 "법안 하나에도 관련 업체와 협·단체, 기관까지 해서 연계된 이들이 많다 보니 일정 지연과 관련해 피해가 적지 않다"며 "과방위 파행이 한두 번이 아닌 상황에서 외부에서 봤을 땐 당연히 비판할 지점이 있다"고 말했다.

과방위 여야 간사는 법안2소위 추가 개최 일정을 논의한 끝에 21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