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세상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기술을 직접 개발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각자의 영역에서 필요한 만큼의 기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세상이 되었다. 학생은 미래의 직업을 선택하기 위해, 이미 직업을 가진 사람은 각자 직업의 미래 예상을 위해 세상을 바꾸는 기술에 대해 이해해야만 한다. IT조선은 [이학무의 테크리딩]을 통해서 기술을 이해하기 위한 기초 다지기와 이를 기반으로 필수적인 기술 이해 방법을 제공한다. <편집자주>

NFT의 핵심은 해당 NFT를 보유하고 있는 커뮤니티에 있다. 커뮤니티의 가치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NFT의 가치도 높아진다.

지금까지 NFT의 커뮤니티는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하나는 예술적이고 역사적인 가치를 지향하는 부류이고, 다른 하나는 NFT와 블록체인의 미래를 크게 기대하는 부류이다. 전자의 NFT는 크립토펑크와 다수의 디지털아트 작품들이고 후자에 해당하는 NFT는 BAYC(Bored Ape Yacht Club)와 한국의 메타콩즈가 대표적이다.

전자의 경우에는 전통적인 예술작품의 디지털 버전이라는 측면에서 새로운 변화의 시작이라고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NFT 시장의 향방을 보려면 후자의 경우를 잘 살펴봐야 한다.

최저 가격이 4억원에 육박하는 BAYC의 가치는 BAYC가 대표하는 커뮤니티에 있다. BAYC NFT는 커뮤니티 참여를 위한 인증 수단과 같은 역할을 한다. BAYC 커뮤니티에 참여하려면 최소 4억원이라는 비용을 기꺼이 지불해야 한다.

지루한 원숭이 요트클럽 소개 이미지 / BAYC
지루한 원숭이 요트클럽 소개 이미지 / BAYC
BAYC가 추구하는 커뮤니티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요약하면 NFT의 성장과 확장에 확신이 있는 커뮤니티라고 할 수 있다. BAYC를 프로필로 가지고 있다면, 4억원이라는 자금을 이미 투입한 만큼 그는 시장의 성장에 상당한 확신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커뮤니티에서는 NFT와 관련된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고, 이와 같은 활동들이 NFT의 활용 영역을 확대하는 것에 기여하게 된다. BAYC 보유자들의 창의적인 NFT 활용을 몇 가지 살펴보면 NFT의 발전 방향을 어느 정도는 가늠해 볼 수 있다.

가장 흥미로운 프로젝트 중 하나는 BAYC #1798의 관리인 젠킨슨의 소설 프로젝트이다.

BAYC #1798은 평범한 외모를 가지고 있으며, 이 NFT 소유자는 BAYC #1798이 쓰고 있는 모자와 입고 있는 조끼에서 영감을 받은 후 이 NFT를 관리인을 젠킨슨이라고 명명했다. 관리인 젠킨슨은 어려운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운이 좋게 멋진 BAYC들의 요트클럽에서 관리인으로 일하게 되었다. 요트클럽 회원인 부유한 BAYC들의 온갖 추태와 비밀 이야기들을 목격했지만 충직하게 비밀을 지켜왔다. 하지만 그는 이제 회고록을 통해서 그런 일들을 세상에 알린다. 이것이 소설의 뼈대다.

재미있는 것은 이 소설을 한 명이 임의로 만드는게 아니라는 점이다. 1만개의 BAYC가 등장인물이 되며, 누가 등장하고 어떻게 전개할지는 투표를 통해 정한다. BAYC #1798 소유자는 Writer’s room 이라는 NFT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고 있는데, 여기서 발행한 NFT를 기반으로 투표를 한다.

요트클럽 관리인 이라는 설정에 맞게 발렛티켓 NFT, 요트키 NFT, 요트 NFT 등 총 3종류의 NFT를 발행한다. 발렛티켓 NFT는 5표, 요트키 NFT는 10표, 요트 NFT는 215표를 행사하도록 했다. 특히 69개만 발행한 요트 NFT를 보유한 보유자의 BAYC는 소설의 주요 인물이 되며, 이후 저작권료도 지급한다. Writer’s room의 NFT 보유자들은 소설의 주요한 진행에 투표로 참여할 수 있다. 또, 소설이 끝난 후 책 NFT와 실물버전 소설책도 받으며, 수익 배분 절차에도 참여한다.

기본적으로 NFT와 크립토자산의 성장성에 공감하고 진심이기 때문에, 이 공동체에서는 이와 같은 시도를 할 수 있다. 이런 시도가 NFT의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 간다.

필자가 지난 칼럼에서 소개한 ‘디오니소스’라고 명명했던 BAYC#1839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NFT로 할 수 있는 것들을 새롭게 개척하고 어떤 효과가 있는 지 증명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NFT와 크립토자산에 진심인 커뮤니티에서만 진행할 수 있는 프로젝트 들이다. 하지만 이들 커뮤니티에서 어떻게 전개되고 어떤 효과가 나타나는 지가 확인이 되면 우리가 생활하는 일반적인 커뮤니티로 점차 확대되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NFT를 적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는 기본적으로 기존의 인터넷 카페 중심의 커뮤니티와 유사하다. 단지 카페 참여자를 대상으로 NFT를 발행하고 참여자들은 커뮤니티의 가치 상승을 보유하고 있는 NFT의 가격 상승으로 보상받게 된다는 것 정도의 차이가 있다. 간단한 차이로 보이지만, 현재 1000만개 이상으로 활성화 돼 있는 카페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인 공정성을 확보해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일반적인 인터넷 카페를 살펴보면, 개설 운영자를 포함한 회원 등급 등 서열이 있고 운영자 및 회원 등급에 따른 권한의 차이가 있다. 카페 내의 기존 정보를 열람하려면 회원 등급을 올려야 하고, 이에 대한 절대적인 권한은 운영자가 가진다. 운영자의 주관적 행보에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지만, 이를 견제하거나 조정하는 체계는 없다. 심지어 카페를 크게 키워놓고 운영자가 운영권을 매각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회원은 회원대로 운영자의 비위를 맞춰야 등급을 올릴 수 있고, 상황에 따라 내부에서 수익 사업을 벌이는 회원도 종종 보인다.

카페 서비스는 운영자가 아니라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대형 플랫폼 업체가 제공한다. 플랫폼 입장에서는 1000만개 이상의 카페를 운영하는 서버를 무료로 제공하는 상황이라, 비용 충당을 위한 고민이 크다. 돌파구로 내세운 것 중 하나가 온라인 광고지만, 카페 운영자나 참여자의 동의와 상관없는 비즈니스 모델인 만큼 반발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앞서 설명한 BAYC 사례처럼 커뮤니티 스스로가 서버 비용 부담을 담당하고, 커뮤니티 내 운영 권한을 회원이 나눠가지면 된다. 기존 플랫폼 기반 카페보다 NFT 커뮤니티가 성장할 수 있는 배경이 된다.

최근 BAYC와 메타콩즈를 통해 커뮤니티 가치가 NFT 가격에 충분히 반영 될 수 있다는 것이 검증됐다. 각자의 판단에 따라 새롭게 만들어지는 커뮤니티와 이를 기반으로 하는 NFT 민팅(NFT를 초기에 발행하는 것)에 참여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마련한 재원은 운영자의 서버 비용 등 운영 비용 경비로 쓸 수 있다. 플랫폼 업체에 의존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NFT를 보유한 수량만큼 권한을 갖는 구조를 고려하면, 운영자 등 특정인에 권한이 집중되던 문제도 사라진다. 커뮤니티 가치가 NFT 가치에 반영되기 때문에, NFT 보유자가 내부 정보를 다른 곳에 배포하는 위해 행위도 자연스럽게 사라질 수 있다.

NFT 기반으로 커뮤니티를 만든 후 중요한 것은 활동 공간이다. 최근 메타버스 서비스가 NFT 커뮤니티의 주요 활약처로 꼽힌다.

기존 카페는 무료서비스라고 볼 수 있는 반면 NFT는 유료서비스 개념이다. 고품질 서비스를 요구하는 회원이 늘어날 것이고, 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줄 수 있는 것은 메타버스가 될 것이다.

지금의 메타버스 역시 NFT와 마찬가지로 메타버스 자체를 즐기려는 커뮤니티 또는 게임을 즐기려는 참여자 비중이 높다. 하지만 NFT 기반으로 새로운 커뮤니티가 생성되면 이들 커뮤니티가 활동하는 공간으로 활용되는 비중이 훨씬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메타버스의 의미 있는 활성화를 위해서는, 메타버스 자체를 즐기거나 게임적인 요소에만 집중하고 있는 참여자만으로는 안된다. 메타버스는 현실세계보다 더 큰 세계를 포함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현실에서 진행되는 현상을 모두 흡수하고 추가적인 활동까지 지원해야 한다. 다양한 주제와 관심을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와 같은 확장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NFT운영사가 더샌드박스에 토지를 매입하고 커뮤니티를 위한 공간을 만들어서 제공할 수 있다. 해당 NFT의 상징을 더샌드박스 지도의 간판으로 걸어 놓고 그 안에 자료실, 커뮤니티 공간, 회의실 등을 커뮤니티에게 제공할 수 있다. NFT 보유자들이 나눈 대화 및 정보를 자료실에 보관하고 열람실처럼 그 보관한 자료를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메타버스라는 공간을 활용하면 현실에서 구현하기 어렵거나 비용이 많이 드는 것도 적은 비용으로 구축할 수 있고 만족도는 높일 수 있다. 또한 시공간을 초월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커뮤니티 가치를 높이는 데도 더욱 기여할 수 있다. 결국 메타버스에 적용되면서 NFT의 가치가 더 높아지고 메타버스도 NFT와 연결되면서 진정한 활용이 생기게 되는 상호 보완적인 발전을 예상해 본다.

이학무 미래에셋벤처투자 벤처캐피탈리스트 leehakmoo@gmail.com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학무 미래에셋벤처투자 벤처캐피탈리스트는 반도체, 핸드폰, 디스플레이 등 IT 산업뿐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 및 신재생에너지 산업까지 다수의 성장산업 분야 애널리스트로 20년 이상 활약했다. 최근까지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로 활약했다. 공학을 전공한 그는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세상을 이끄는(lead) 기술 읽기(read)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