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4대 금융지주로 꼽히는 우리은행에서 600억원대 횡령 사건이 발생했다. 10년 동안 세 차례에 걸쳐 범행이 이뤄졌지만 그 누구도 이를 파악하지 못했다. 내부통제는 허술하기만 했고 외부감시 제도는 유명무실했다. 이런 현실에도 우리은행은 지난해 서스틴베스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와 MSCI ESG 평가에서 AA 등급을 획득했다. 또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으로부터는 A 등급을 받았다. ESG 평가 기준에 의문이 드는 이유다.

ESG 경영과 평가는 지난 몇 년간 국내외 기업들의 최대 관심사다.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할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기업들은 ESG 경영을 외치며 매진하고 있다. 그렇게 대부분의 기업 경영진이 ESG 경영진이 외치고 있지만 우리은행의 사례가 발생했다는 건 이유가 있다. 위에서만 외칠 뿐 밑에 있는 실무진은 크게 신경쓰지 않기 때문이다. 얼마전 IT조선이 메타버스 ESG 콘퍼런스를 위해 기업에 접촉한 결과 많은 기업은 손사래를 쳤다. ESG와 관련해 조직 구성은 물론 대외적으로 할 수 있는 말이 뚜렷하지 않다는 이유였다.

현대원 서강대학교 교수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수많은 기업들이 대외적으로는 ESG를 외치고 있지만 막상 실행을 하다보면 불안감과 불만으로 바뀌는 듯 하다"며 "시대 흐름이 다가오는 건 체감하면서 대응의 필요성은 느끼지만 막상 실행에서는 막막해 하고 마땅한 방법도 제대로 못찾고 있는 모습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마치 감기를 예방하기 위해 손을 잘 씻어야 한다는 것과 같다. 우리는 누구나 감기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해야 한다는 걸 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그나마 손씻기가 생활화되긴 했지만 그 전에는 아주 간단한 손씻기를 하지 않아 겨울이면 감기가 유행처럼 번졌다.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ESG를 펼치기 위해서는 말만 앞서고 방법만 따질게 아니라 손씼기 같은 간단한 실행과 실천이 필요하다.

ESG가 언어적 선언을 뛰어넘어 실제 성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실행과 이를 위한 경영진의 진정성 굳은 의지가 필수다. 여기에 단순히 경영진의 의욕만이 아니라 제대로 된 구성원과 조직의 구성, 그리고 이들이 모두 ESG를 이해하고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마치 손씻기처럼 말이다. 지속 가능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

유진상 메타버스부장 jinsang@chosunbiz.com